마오쩌둥 독재자 맞는데 뭐가 문제인지...음바페 농담에 단체로 긁힌 중국, 광고계약 해지에 사과 요구까지

음바페와 마오쩌둥을 합성한 밈.음바페와 마오쩌둥을 합성한 밈.

[더게이트]

독재자를 독재자라고 부른 게 이렇게 집단으로 긁혀서 부들부들 떨며 발작할 일일까. 프랑스 축구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인터넷 합성 사진을 보고 '중국 독재자'라고 농담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 기업 3곳이 광고계약을 해지했고, 중국축구협회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 공식 사과까지 요구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는 회장이 나서서 납작 엎드렸다. 급기야 음바페도 중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꼬리를 내렸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 디 애슬레틱 등은 27일(한국시간) 중국 음료업체 둥펑과 유제품 기업 멍뉴, 치즈 제조업체 밀크그라운드가 음바페와의 광고계약을 잇달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세 기업이 내세운 이유는 하나. '중국인의 민족 감정을 해치는 언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이자 집단학살범인 마오쩌둥을 독재자라고 표현하면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이 상하는 모양이다.

발단은 프랑스 온라인 토크쇼 '더 브리지'에서 나온 시시한 농담이었다. 음바페는 자신을 소재로 만든 인터넷 합성 사진이나 영상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 "어떤 사람을 가지고 만든 영상이 있었는데, 아마 중국 독재자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화면에는 마오쩌둥의 몸에 음바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다.

음바페는 화면을 가리키면서 "그게 정말 웃긴다. 친구들과도 항상 사용한다"고 웃었다. 음바페가 마오쩌둥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나 하면 그렇지 않다. 중국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해당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지자, 마치 음바페가 천하에 죽을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집단 린치가 시작됐다.

'중국 독재자' 한마디에 무관용…기업 3곳의 일사불란 계약 해지득점 1위로 올라선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득점 1위로 올라선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

중국 기업들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했다. 음바페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멍뉴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음바페와의 모든 협력을 즉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인의 감정을 해치는 모든 언행에 단호히 반대하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음료업체 둥펑도 질세라 비슷한 성명을 내놨다. 이 업체는 "민족 감정을 해치는 어떤 행위에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음바페와의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치즈업체 밀크그라운드까지 가세했다. 중국 기업 3곳이 하루 사이 세계적인 축구스타와 관계를 끊었다. 마치 어디서 지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동시다발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음바페는 그동안 여러 중국 기업의 광고 모델로 활동해 왔다. 둥펑 광고에서는 직접 중국어로 홍보 문구를 말했고, 멍뉴 광고에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의 인지도가 필요할 때는 반갑게 손을 잡았다가, 중국 지도자를 독재자라고 표현하자 하루아침에 일제히 등을 돌렸다.

중국 소셜미디어도 들끓었다. 웨이보에서는 '둥펑, 음바페와 협력 종료', '여러 브랜드 음바페와 계약 해지' 등이 인기 검색어 최상단을 차지했다. 일부 이용자는 음바페의 중국 방문을 반대하거나 불매운동을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도 음바페를 비판하며 관련 홍보물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샤오훙수와 음바페의 콘텐츠 협력 계약은 오래 전인 2024년 12월 31일 이미 끝난 상태다. 아이고 무서워라.

레알도 사과하라? 라리가까지 고개 숙였다킬리안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킬리안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

광고계약 해지만으로는 마오쩌둥 거론에 손상된 연약한 민족 감정이 채 아물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중국축구협회가 나섰다. 이 협회 비슷한 곳에서는 음바페의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면서 구단 차원의 공식적인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선수 개인의 토크쇼 발언을 두고 소속 구단에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중국축구협회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일수록 윤리적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고, 이성적으로 발언하며,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축구 교류에서도 상호 존중 원칙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독재자를 수호하겠답시고 윤리와 상호 존중을 들먹이는 게 웃음거리 그 자체다.

놀라운 건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의 대응이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사과문을 내놨다. 그는 "음바페의 발언으로 중국에서 불쾌감과 상처를 느낀 데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라리가를 대표해 중국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납작 엎드렸다.

테바스 회장은 "한 개인의 행동이 이러한 관계를 훼손하거나 우리 프로축구에 속한 20개 이상의 구단과 수백만 중국 팬에게 피해를 주도록 놔둘 수 없다"고 마치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아큐처럼 저자세로 나왔다.

라리가 사무국도 별도 성명을 통해 음바페의 발언은 개인적인 것이며 리그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라리가는 중국 기관 및 협력사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구단과 선수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존중과 소통에 관한 지침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 아첨하기 바쁜 라리가의 굴욕적인 행태다.

마오쩌둥이 독재자라는 건 역사적 사실…그런데 사과는 음바페가?킬리안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킬리안 음바페(사진=FIFA 월드컵 SNS)

이번 소동에서 가장 기막힌 대목은 음바페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는 데 있다. 마오쩌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이끌고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중국을 통치했다. 집권 기간 대약진운동 등 무리한 정책과 정치적 탄압으로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오쩌둥이 독재자라는 건 역사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며 교과서에도 나오는 팩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오늘날까지도 중국에서 마오쩌둥과 그의 통치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민감하게 취급되며, 관련 발언도 엄격하게 감시받는다. 어찌나 절대 존엄하고 거룩한지 음바페처럼 마오쩌둥의 '마'자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기업과 축구협회까지 나서서 단체로 날뛰며 사과를 요구할 정도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 광고 모델과 계약을 유지할지 결정하는 건 저희들의 자유다. 중국 축구 팬들에게도 음바페의 발언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표현 하나를 이유로 선수와 소속 구단, 리그 전체에까지 사과를 요구하고 압박하는 건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폭력에 가깝다. 마오쩌둥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흘렀는데도 중국 사회가 여전히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결국 사방에서 밀려드는 압박에 음바페도 백기를 들었다. 음바페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프랑스어와 중국어, 영어로 작성한 사과문을 올려 "최근 인터뷰에서 내 사진에 반응하면서 한 발언은 경솔했다. 이제 그 말이 중국과 전 세계 중국인 공동체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넙죽 엎드렸다.

이어 음바페는 "내 말로 불쾌감을 느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절대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나는 중국 국민과 그들의 역사를 깊이 존중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광고계약과 돈 앞에서 이렇게 비굴하게 꼬리를 내리다니, 이래갖고 다음에 월드컵에서 중국과 만나면 골이나 제대로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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