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4방 주고받고 투수 16명 소모하고...'수중 혈투'에서 삼성 웃었다, 기다리는 KT도 웃는다

삼성이 3차전을 잡고 시리즈 2승 1패 우세를 점했다(사진=삼성)삼성이 3차전을 잡고 시리즈 2승 1패 우세를 점했다(사진=삼성)

[더게이트]

홈런 공방으로 시작해 벌떼야구 대결로 마무리된 승부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에 웃었다. 양 팀 합계 홈런 4방이 터지고 투수 16명이 동원된 혈투에서 삼성이 7회 박승규의 결승타와 구자욱의 쐐기타로 승리를 거뒀다. 위기 때마다 두 박자 빠르게 투수를 바꾼 과감성과 결단력도 돋보였다.

삼성은 29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KBO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홈팀 KIA 타이거즈를 6대 4로 꺾었다. 1차전 패배 후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선 삼성은 이제 2024년 이후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이제 1승만 남겨뒀다.

디아즈가 주고 나성범이 받고디아즈의 홈런(사진=삼성)디아즈의 홈런(사진=삼성)

삼성은 1회초 르윈 디아즈의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사 후 구자욱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출루하자 디아즈가 KIA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의 공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차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 9경기 동안 홈런 5방을 터뜨렸던 2024년 가을야구의 기억을 소환하는 홈런이 1회부터 나왔다.

KIA도 곧바로 반격했다. 2회말 2사 1, 2루에서 김태군과 하주석의 연속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KIA는 3회말 김도영이 삼성 두 번째 투수 배찬승의 속구를 밀어 쳐 큰 포물선과 함께 오른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3개를 때렸던 김도영의 플레이오프 첫 홈런이자 이번 가을 네 번째 홈런이 터졌다.

삼성도 바로 다시 장군을 불렀다. 홈런의 주인공은 류지혁. 5회초 1사 1루에서 시라카와의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긴 타구가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류지혁이 포스트시즌 통산 39번째 경기만에 터뜨린 첫 홈런이었다. 다시 삼성의 4대 3 리드.

그러나 리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삼성이 6회말 국내 에이스 원태인을 구원으로 투입했지만, 선두타자 나성범이 원태인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 4대 4 동점. 디아즈와 김도영, 류지혁과 나성범이 차례로 홈런을 주고받으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팽팽한 균형은 7회초에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엔 홈런이 아닌 적시타로 점수가 났다. 삼성은 2사 2루에서 박승규가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날려 5대 4로 앞섰다. 이어 구자욱이 적시타로 1점을 보태 점수 차를 벌렸다.

2회부터 불펜 가동…박진만 감독의 '두 박자 빠른' 교체원태인(사진=삼성)원태인(사진=삼성)

이날 경기에선 삼성 벤치의 신출귀몰한 투수교체가 돋보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선발 최원태가 흔들리자 일찌감치 결단을 내렸다. 최원태가 2회말 2사 후 김태군과 하주석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대 2 동점을 내주자 곧바로 배찬승을 올렸다. 2회부터 불펜을 가동하는 어려운 결단이지만 승부수를 던진 삼성이다.

다행히 뒤를 받친 투수들이 제 몫을 했다. 배찬승은 김도영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1.1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냈고,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재희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발이 2회도 채우지 못한 경기에서 삼성은 5회까지 3실점만 허용하며 선방했다.

6회에는 에이스 원태인 카드까지 꺼냈다. 2차전 9회 등판해 임시 마무리 역할을 소화한 원태인은 이날은 승부의 분수령인 경기 중반에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나성범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1.2이닝을 막았다. 7회초 삼성 타선이 리드를 잡으면서 승리투수 자격이 원태인에게 주어졌다.

삼성 벤치는 7회말 2사 후 김도영 타석에서 원태인을 이승민으로 교체했고, 9회말 2사 1, 2루에서도 김도영 앞에 찬스가 오자 김태훈을 내리고 미야모리 사토시를 선택했다. 미야모리가 김도영을 초구에 잡아내면서 삼성의 벌떼야구는 성공으로 끝났다. 이날 삼성은 6명의 구원투수가 7.1이닝을 책임졌다.

3연속 선발 조기강판...불펜 약점 드러난 KIA박승규(사진=삼성)박승규(사진=삼성)

KIA는 플레이오프 들어 3경기 연속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했다. 1차전 제임스 네일은 4.1이닝을 던지다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당했고 2차전 애덤 올러는 4.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3차전 시라카와마저 홈런 2개를 맞고 4.1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다. 경기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서 불펜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때와는 딴판이다. 당시 네일은 1차전 7이닝 1실점, 올러는 2차전 6이닝 2실점, 시라카와는 3차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졌고, 전상현이 멀티이닝을 든든하게 지켜준 덕분에 정규시즌 내내 약점이었던 KIA의 불펜 문제는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을 만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선발투수들이 일찌감치 내려간 가운데, 불펜 투수 가운데 삼성 타선을 압도하는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의리의 부진이 아쉬웠다. 1차전에서 1.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이의리는 2차전에서 세 타자 연속 4사구를 내주며 밀어내를 허용하더니, 3차전에서도 7회 구자욱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KIA는 이날 정해영을 시작으로 곽도규, 이태양, 조상우, 이의리, 성영탁, 김범수, 전상현까지 불펜 투수 8명을 모두 투입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팀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까지 세웠지만 7회 고비를 넘지 못하고 리드를 빼앗겼다.

김도영으로 시작해 김도영으로 끝난 밤김도영(사진=KIA)김도영(사진=KIA)

KIA 김도영은 광주 홈팬들을 웃겼다가 울렸다. 3회말엔 역전 홈런을 쳤을 때만 해도 좋았지만, 5회말 2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태그아웃당한 장면은 아쉬웠다. 7회말에는 내야 안타와 실책으로 2루를 밟았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는 9회말에 찾아왔다. KIA는 2사 후 삼성 김태훈 상대로 안타와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김도영. 한 방이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 벤치도 김도영을 마지막 고비로 판단해 김태훈을 내리고 미야모리를 투입했다.

긴장되는 순간, 승부는 공 하나로 싱겁게 끝났다. 김도영은 미야모리의 초구를 받아쳤지만 타구가 3루수 앞으로 향했고, 선행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됐다. 3회 역전 홈런으로 화려하게 시작된 김도영의 활약은 마지막 타석의 3루수 땅볼로 아쉽게 막을 내렸다.

나흘 만에 다시 만나는 네일과 페덱…선발 어깨에 달린 4차전크리스 페덱(사진=삼성)크리스 페덱(사진=삼성)

KIA는 이제 한 번 더 지면 탈락이다. 반대로 삼성은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양 팀은 30일 오후 6시 30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4차전 선발로 각각 제임스 네일과 크리스 페덱을 예고했다. 지난 26일 1차전에서 맞붙었던 두 투수가 사흘만 쉬고 등판해 다시 맞붙는다.

첫 대결에서는 네일이 앞섰다. 네일은 4.1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고 1실점으로 호투하다 헤드샷으로 퇴장당했다. 반면 페덱은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5개를 맞고 4.2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정규시즌에도 네일은 삼성전 2승, 평균자책 3.24로 강했고, 페덱은 KIA전 2패, 평균자책 5.25로 고전했다.

4차전에서는 두 선발투수가 얼마나 긴 이닝을 책임지느냐가 중요하다. 삼성은 3차전에서 구원투수 6명을 동원했고, 원래 4차전 선발 후보였던 원태인까지 불펜으로 썼다. KIA 역시 투수 9명을 쏟아부었다. 두 팀 모두 불펜 소모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 네일과 페덱이 조금이라도 길게 버텨줘야 한다.

반면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는 자다가도 웃음이 날 법한 상황이다. 플레이오프가 최소 4차전까지 열리는 데다 양팀이 불펜 투수들을 잔뜩 소진했고, 1선발 카드까지 소모하게 생겼다. 삼성의 경우 4차전에서 끝내기 위해 원태인을 또 올릴 가능성도 있다. KIA가 이겨서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가면 KT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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