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성적 납니까” 부산 팬들이 묻습니다…"할 수 있다" 롯데 새 단장·감독의 약속, 부산이 다시 들썩인다

이동욱 감독(사진=롯데)이동욱 감독(사진=롯데)

[더게이트=롯데호텔 부산]

"내년에 롯데 성적 납니까."

이택근 롯데 자이언츠 신임 단장이 부산에서 팬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다는 질문이다.

롯데 팬들은 승리에 목마르다. 마지막 가을야구가 2017년,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다. 김영삼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던 그해를 끝으로 우승의 기억은 오랫동안 끊겼다. 그래도 팬들은 새 시즌이 다가오면 또 기대하고, 또 '이번엔 다르다'는 희망을 품는다. 부산 출신으로 이런 팬들의 마음을 잘 아는 이 단장은 그때마다 "할 수 있습니다"라며 '희망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동욱 신임 감독도 같은 마음이다. 이 감독은 3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2대 감독 취임식에서 "롯데 감독은 내게 뜻깊은 자리"라며 "롯데 감독이 되고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부산에서 가을잔치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한번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나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는 이 감독의 화법을 생각하면, 이보다 강한 의지 표현도 드물다.

취임사에서는 팬들을 향한 다짐도 밝혔다. 이 감독은 "팬 여러분이 자이언츠에 보내주시는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완주가 아닌, 승리하는 팀, 그리고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자부심을 드리는 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구장을 가득 채울 팬들의 함성에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않고 단단하게 준비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이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도 5강에 들어가고 싶다"며 "충분히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이 감독은 "선수단의 실력이 100이라면 올 시즌에는 100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스스로 나가 싸울 수 있는 전력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면 5강을 넘어 더 높은 곳에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선수 개개인의 발전이 필요하다. 팀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충분히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WAR 리그 2위…첫 번째 희망은 '젊은 거인들'이동욱 감독과 롯데 선수단(사진=롯데)이동욱 감독과 롯데 선수단(사진=롯데)

이 감독이 롯데에서 발견한 첫 번째 희망은 젊은 선수들이다. 취임 이후 나흘째 선수단 훈련을 함께하며 지켜본 이 감독은 "투타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그 가능성을 모아 시너지를 내야 한다. 지금은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만 놓고 보면 롯데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팀이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롯데 20대 선수들의 투타 합산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27.14승으로,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31.22승)에 이어 리그 2위였다. 20대 투수만 따로 봐도 WAR 합계가 15.45승으로 소형준·박영현이 있는 KT, 곽빈·최민석을 보유한 두산 베어스에 이어 3위였다.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다. 만년 기대주였던 한동희가 타율 3할에 25홈런을 기록했고, 손성빈은 공수를 겸비한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유격수 전민재는 타율 0.278, 70타점으로 시즌 내내 주전 자리를 지켰다. 고승민(타율 0.288, 16홈런)과 나승엽(타율 0.287, OPS 0.786)도 1군에 뿌리를 내렸다.

마운드에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 김진욱은 7승 9패, 평균자책 4.12로 데뷔 후 처음 규정이닝을 채웠다. 대졸 신인 박정민은 63경기에서 9승 14홀드, 최준용은 15세이브 10홀드를 올렸다. 주전 대부분을 20대가 채우면서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문제는 이런 가능성과 잠재력의 합이 좀처럼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어떻게 (잠재력을) 경기력으로 연결할지 코치들, 데이터팀, 트레이닝 파트와 긴밀히 소통하고 보고를 받고 있다. 그런 조합이 잘 맞으면 내년에 기대할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감독은 매일 구장에 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직접 지켜보고 있다. "밖에서 보다가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떤 역량과 장단점을 가졌는지 판단하려고 최대한 많이 보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는 어떤 때는 정말 잘하는 팀, 어떤 때는 정말 못하는 팀"조지훈 단장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조지훈 단장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

롯데의 잠재력이 실제 성적으로 이어지려면 해결할 문제가 있다. 이 감독이 꼽은 첫 번째 과제는 수비다. 롯데의 수비가 약하다는 건 팬들은 물론 산천초목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감독은 밖에서 롯데를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밖에서 봤을 때 어떤 때는 정말 야구를 잘하는 팀인데, 어떤 때는 정말 못하는 팀이었다. 특히 수비에서 허점을 많이 보였다."

롯데의 경기력은 기복이 심했다. 어떤 날은 강팀을 상대로 물샐틈없는 야구를 하다가도, 어떤 날은 믿기 어려운 실책을 연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온 어이없는 실수 하나가 경기 전체를 망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호수비를 펼친 선수가 다른 날에는 일부러 하려고 해도 힘들 법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올 시즌 롯데의 수비 효율(DER)은 0.662로 10개 구단 중 9위였다. 실책은 107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수비 영향을 빼고 투수의 성적을 평가하는 수비무관 평균자책(FIP)은 4.43으로 리그 3위였지만, 실제 평균자책은 4.72로 5위였다. 빠른 공을 던지는 좋은 투수는 많은데, 수비가 투수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이 감독은 "들어와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왜 그런 실수가 나왔을까, 왜 그런 경기력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엔 좋은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며 원인을 '루틴'과 준비에서 찾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만의 루틴이 없다 보니 실수하고, 그다음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각자 자기 것을 가지고 마운드와 타석, 수비 위치에 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비에서도 루틴을 갖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야구에서 수비는 타구가 날아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매 투구에 앞서 아웃카운트와 주자 상황을 확인하고, 공이 자신에게 오면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수비 능력을 갖췄어도 이런 준비가 부족하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 번 실수한 뒤 빨리 잊고 다음 상황에 다시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롯데의 극심한 경기력 기복과 실책을 줄이려면 선수들 각자 자신만의 루틴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취임사에서도 "결국 수비에서 승패가 갈리는 것을 알기에 수비 훈련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훈련량이 부족한 게 아니다…’얼마나'보다 '어떻게'이택근 단장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이택근 단장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

사실 롯데가 훈련을 적게 하는 팀은 아니다. 롯데 팬들의 생각은 다를지 몰라도 절대 훈련량은 다른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수비 훈련에도 이미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런데도 훈련에서 보여준 기량이 실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양보다 '질'이 문제란 얘기다. 같은 훈련이라도 목적과 방향이 중요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다"면서 "다만 선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감독은 김민성 코치, 조원우 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제가 연습에 참가한 지 나흘째다. 김민성 코치와 조원우 코치도 선수들을 보고 있다. 선수들에게 제시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그것이 습관화되고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한 단계 나아진 롯데 수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비 일변도의 팀을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야구를 할 생각은 없다. 이날 취임사에서 데이터를 가장 먼저 강조하면서도 선수들과의 신뢰와 소통을 함께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발 라인업 역시 수비 위주로만 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144경기를 무조건 수비적으로 치르겠다는 뜻은 아니다. 공격이 필요할 때는 공격적인 라인업도 짤 수 있다”며 "라인업은 감독 혼자 짜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팀,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파트가 협업해서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한쪽으로 치우쳐서 짤 생각은 없다. 상대 선발투수도 봐야 하고, 우리 선발투수와의 매치업도 봐야 한다”며 "항상 수비적인 라인업으로 간다는 뜻은 아니다. 144경기 동안 라인업이 매일 달라질 수도 있다. 내년 시즌을 보시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존 선수들에 대해선 '장점'부터 주목했다. 올해 55도루로 도루왕에 올랐지만 중견수 수비 때문에 평가절하된 황성빈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수비를 강조하는 이 감독의 부임으로 황성빈의 팀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감독이 보는 포인트는 조금 다르다.

이 감독은 "수비를 제외하고 보면 올해 도루왕인 황성빈을 능가할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도 보고 있지만, 황성빈 역시 중견수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수비에 약점이 있다고 해서 빠른 발과 도루라는 확실한 장점을 갖춘 선수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 황성빈도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동희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이 감독은 "한동희가 3루수를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가 많은데, 가진 재능도 좋고 수비 동작에 부드러움이 있다"며 "내년에는 한동희를 주전 3루수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구성과 외부 영입 등 여러 주제에서 말을 아끼거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한동희의 주전 3루수 기용과 빅터 레이예스 재계약만큼은 확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희망에 들뜨는 부산…롯데의 겨울이 시작됐다김원중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김원중과 이동욱 감독(사진=롯데)

2020년 NC 다이노스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새 사령탑의 부임에 롯데 선수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취임식 뒤 취재진과 만난 베테랑 전준우는 이 감독이 이끌던 시절의 NC를 떠올렸다. 상대 팀 선수 입장에서 어려운 팀이었다고 돌아본 전준우는 "투수들이 좋았고 세밀한 부분에서도 한 점이 필요할 때 한 점을 내는 팀이었다"며 "상대하기 까다로웠는데, 감독님께서 이제 저희에게 그런 옷을 입혀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야구를 바라는 마음은 선수들도 팬들과 다르지 않다. 전준우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선수들 마음이 많이 무겁다.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 때 막내급이었다가 이제 투수진 고참이 된 김원중은 "항상 가을야구에 가고 싶고,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역시 마지막 가을야구 멤버인 박세웅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선수는 없다. 모두 잘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꼭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롯데 성적 납니까." 팬들의 물음에 단장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빈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감독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입을 모아 가을야구를 이야기한다. 9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에 좌절했던 팬들의 가슴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당기는 메시지다. 구도 부산이 가을야구의 꿈으로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내년 봄을 기다리며, 롯데의 오프시즌이 힘차게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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