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면 대박, 못 가도 '307억 계약'은 그대로…'꽃놀이패' 쥔 노시환, MLB 도전 결과는?

노시환(사진=한화)노시환(사진=한화)

[더게이트]

내년 시즌 노시환을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에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 KBO리그 중계방송에서 만나게 될까.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성공하면 미국 진출 꿈을 이뤄서 좋고, 안 돼도 한화와 맺은 11년 307억원 계약이 그대로 남으니 어느 쪽이든 손해 볼 건 없다.

KBO는 지난 10월 31일 한화의 요청을 받아 노시환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해 달라고 MLB 사무국에 신청했다. 1일 공식 포스팅된 노시환의 협상 기간은 총 30일로 마감은 미국 동부시간 12월 1일 오후 5시, 한국시간으로는 12월 2일 오전 7시다.

과거 사례로 미뤄보면 포스팅은 보통 관심 있는 구단이 최소 한 팀이라도 있을 때 신청한다. 미국에서 아무 움직임도 관심도 반응도 없는데 혼자 덜컥 신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노시환 측도 미국 분위기를 어느 정도 살펴보고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로 몇 개 구단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는 이제부터 확인할 일이다.

경남고 시절부터 이어진 스카우트, 다만 예전만 못한 온도노시환(사진=한화)노시환(사진=한화)

사실 미국 구단 가운데는 예전부터 노시환을 좋게 본 곳이 여럿 있었다. 경남고 투타 겸업 유망주 시절부터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고, 프로 입단 뒤 홈런타자로 성장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구단이 부쩍 늘었다. 파워가 뛰어난 코너 내야수인 데다 보기와 달리 주루 능력과 운동능력도 나쁘지 않아 매력적인 카드로 여겨졌다.

2024년 3월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에서도 노시환은 미국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치른 스페셜게임에서 로베르토 수아레스의 155km/h 속구를 밀어 쳐 우전안타를 만든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당시 타구 속도는 174km/h에 달했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한 미국 구단 스카우트는 "노시환의 타석이 기대된다. 크게만 치려고 휘두르지 않고, 상대 투수나 경기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조정하는 모습"이라고 호평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프로에 입단했을 때 그렸던 것보다 성장했다. 본인만 의향이 있다면, 미국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관심은 올해 2월 한화와 11년 307억원 계약을 맺은 뒤에도 여전해서, 일부 스카우트는 장기 계약에 해외 진출 시 계약 파기되는 조항이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다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노시환을 향한 관심이나 분위기가 1년 전이나 그 이전보다는 다소 시들해진 감이 있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관심이 예전만큼 뜨거운 정도는 아니다. 127경기타율 0.283, 29홈런 96타점, 출루율 0.360, 장타율 0.505로 나쁘지 않은 스탯을 남겼지만 삼진 147개로 개인 한 시즌 최다를 찍은 게 아쉬웠다. 삼진율도 25.7%로 리그 전체 평균 19.5%보다 높았다.

노시환을 오래 지켜봤다는 한 빅리그 스카우트는 "우리 같은 경우엔 이제는 관심이 없다. 몇 년 뒤에 나올 다른 한국 내야수들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빅리그 관계자도 "최근 김주원, 김도영이 치고 올라오면서 노시환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상태로 빅리그에 가면 담장 넘어가는 타구보다 플라이가 많을 것이다. 계약을 따내려면 따낼 순 있겠지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란 평가도 나왔다.

'비관론' 뒤집은 송성문, 빈약한 올겨울 FA 야수 시장노시환(사진=한화)노시환(사진=한화)

그렇다고 영입 제안이 아예 한 건도 없을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송성문도 포스팅 당시 국내에서는 비관적인 수준을 넘어 냉소적인 예상이 다수였지만, 실제로는 복수 구단이 관심을 보였고 기대를 뛰어넘는 계약까지 이어졌다. 막상 시장에 나오면 어떤 팀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송성문은 2025시즌 도중 키움 히어로즈와 6년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이후 포스팅을 거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보장 1500만 달러(200억 2500만원)에 계약했다. 선수 옵션과 상호 옵션까지 더하면 최대 5년 2200만 달러(293억 7000만원) 규모다.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키움에서 6년 동안 받았을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확보했다.

노시환은 송성문보다 네 살 어리다. 송성문이 30세 시즌을 앞두고 미국으로 향한 것과 달리 노시환은 26세 시즌을 앞두고 있다. 미국 시장 상황도 노시환에게는 호재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올해 야수 FA 시장을 최근 10년 사이 최악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야수가 1억 달러(1335억원) 이상의 FA 계약을 한 건도 맺지 못한 겨울은 2014~2015년뿐인데, 올해가 두 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노시환의 주포지션인 3루는 특히 선수층이 얇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번 FA 시장에 수준급 3루수가 부족해 노시환이 상당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거포 3루수 사토 데루아키도 포스팅 시장에 나와 있어 경쟁 구도가 될 수 있다. 여러 빅마켓 구단의 사토 쟁탈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토의 몸값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는 구단이 노시환에게 관심을 가질 법하다.

오랫동안 쌓인 스카우팅 자료도 노시환의 자산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선수를 덜컥 영입하는 미국 구단은 없다. 대부분 장기간 관찰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상부에 보고해 정보를 내부 공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점에서 미국 구단이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보며 보고서를 올려온 구단이란 점은 노시환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MLB닷컴은 노시환에게 어울리는 팀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양키스,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를 지목했다.

협상 마감은 노사협약 만료 7시간 전노시환(사진=한화)노시환(사진=한화)

MLB 직장폐쇄 변수가 포스팅 일정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이 있다면 직장폐쇄는 협상 결렬시 사측에서 하는 조치로, 일단 시작되면 계약과 트레이드가 모두 중단된다. 현행 노사단체협약(CBA)이 12월 1일 오후 11시 59분(미국 동부시간) 끝나면 구단주들은 곧바로 직장폐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2021년 12월 시작된 지난 직장폐쇄는 이듬해 3월까지 99일 동안 이어졌다. 다만 노시환의 협상 시한이 노사협약 만료보다 약 7시간 빨라 직장폐쇄로 포스팅 기간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폐쇄를 앞두고 구단들이 계약을 서두른다면 오히려 호재다. 디 애슬레틱의 앤디 매컬러 기자는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들의 말을 종합해 11월 FA 시장에서 계약이 평소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규정이 바뀌기 전에 선수단을 구성하려는 구단과 리그가 멈추기 전에 계약을 확정하려는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직장폐쇄 직전에도 코리 시거와 마커스 세미언, 맥스 셔저, 로비 레이 등의 대형 계약이 쏟아져 나온 사례가 있다.

다만 이번엔 상황이 반대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새 노사협약에서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 도입과 FA 계약 기간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규정이 적용될지 불확실한 만큼 슈레딩거 상자 속 고양이가 살았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새로운 계약을 꺼리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아니면 구단들이 대형 FA는 서둘러 잡더라도 중소형 FA나 국제 계약은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엔 노시환에게 불리하다.

307억원 포기한 도전? 그 정도는 아니다노시환(사진=한화)노시환(사진=한화)

노시환의 이번 포스팅 신청을 두고 ‘307억원을 포기한 도전'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엄밀히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기존 계약이 사라지는 건 메이저리그 구단과 실제로 계약했을 때다. 제안이 오면 조건을 따져보고 결정하면 되고, 터무니없는 조건이라면 도장을 찍을 이유가 없다. 포스팅비를 가져가는 한화 구단도 헐값에 간판타자를 보낼 리 없다.

한화와 계약한 307억원은 옵션을 포함한 총액이지만, 단순히 11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약 27억 9000만원, 달러로는 200만 달러 안팎이 된다. A급 선수에게 연평균 2000만~3000만 달 계약이 기본이 된 최근 빅리그 시장에서 이 정도 계약을 따내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송성문이 좋은 비교 대상이다. 키움과 6년 120억원에 계약했던 송성문은 미국에서 4년 보장 1500만 달러를 확보했고, 옵션까지 충족하면 최대 5년 2200만 달러를 받는다. 한국 돈으로 약 294억원이니 6년 120억원 계약 대신 더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은 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만약 노시환이 앞서 진출한 김혜성, 송성문과 비슷한 계약만 따내도 307억원과 거의 맞먹는 총액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도전을 마치고 돌아오면 국내에서 다시 좋은 계약을 맺을 기회가 기다린다. 김현수는 미국 생활 2년을 마치고 돌아와 LG 트윈스와 4년 115억원에 계약했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KT 위즈와 4년 8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김광현도 미국 생활을 마치고 SSG 랜더스와 4년 151억원에 계약했다. 세 선수 모두 미국을 다녀온 뒤 몸값이 오히려 뛰거나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포스팅에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11년 307억원 계약은 그대로 유효하다. 미국 진출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면 된다. 한화도 나쁠 게 없다. 노시환이 미국에 진출하면 이적료를 챙기는 것은 물론 샐러리캡에 생긴 여유를 활용해 다른 전력 보강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행이 무산되면 간판타자와 맺은 장기 계약을 그대로 이어가면 된다.

노시환은 지난 2월 계약 당시 "이제 팬분들도 '어디 가지 마라' 이런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진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됐을 때 그때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로부터 9개월 만에 노시환은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일. 메이저리그에서 새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떠날지, 한화에 남아 11년 계약의 첫해를 시작할지. 한국시간 12월 2일 오전 7시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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