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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사진=한화)[더게이트]
45일과 30일. 원래 일본과 한국 선수에게 주어지는 메이저리그 포스팅 협상 기간은 보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사실상 같은 시간이 주어질 전망이다. 미국 동부시간 12월 1일로 예정된 메이저리그 노사협약 만료와 직장폐쇄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과 일본 한신 타이거스 사토 데루아키가 나란히 '30일 타임어택'에 돌입하게 생겼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2일(한국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올겨울 일본프로야구 포스팅 선수들의 협상 기간을 직장폐쇄 중에도 멈추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직장폐쇄가 시작되면 포스팅 협상 기간도 일시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직장폐쇄가 이뤄져도 협상 기간이 그대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일 노시환과 사토를 비롯한 한일 선수 4명을 공식 포스팅했다. 한국에선 노시환 혼자만 포스팅을 신청했고, 일본에서는 사토 외에 세이부 라이온스 투수 다이라 가이마, 닛폰햄 파이터스 투수 이토 히로미가 미국 진출에 도전한다.
빈약한 야수 FA 시장, 노시환·사토에게는 기회
사토 테루아키(사진=MLB.com)올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S급 야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 애슬레틱의 팀 브리튼 기자는 이번 FA 시장을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부실한 시장으로 평가했다. 투수 쪽에는 타릭 스쿠발이라는 특급 에이스가 있지만, 야수 가운데는 최정상급 선수가 적고 거액의 장기 계약을 받을 만한 선수도 마땅치 않다.
특히 3루수 FA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왕년의 거포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와 알렉 봄 등이 시장에 나오지만, 전성기를 지났거나 지난 시즌 부진했던 선수들이다. 3루와 장타력 보강을 원하는 구단이라면 한물 간 이들보다 노시환이나 사토 같은 젊은 거포에게 눈을 돌릴 동인이 충분하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쪽은 사토다. 사토는 올 시즌 일본 센트럴리그에서 타율 0.306, 39홈런 106타점으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40홈런 102타점으로 홈런·타점 2관왕과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두 시즌 연속 일본야구 대표 거포로 활약한 성적은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할 만한 근거다.
미국 현지에선 사토가 대형 계약을 따낼 거란 예상이 나온다. NBC스포츠는 올겨울 FA 선수 순위에서 사토를 전체 5위로 꼽으면서 5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1885억원) 계약을 예상했다. 물론 예상 금액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국에서 사토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돈 많은 구단들이 잠재적인 영입 후보로 거론된다.
노시환도 장타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MLB닷컴은 2일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있는 KBO리그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노시환의 파워가 빅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란 평가를 전했다. 다만 수비 능력에는 다소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시환에게 어울리는 팀으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양키스,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를 나열했다.
45일 협상 가능한 일본 선수들, 올해는 30일로 끝날 판
노시환(사진=한화)두 선수의 미국행에서 가장 큰 변수는 직장폐쇄다. 현재 메이저리그 노사는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제) 도입 등을 놓고 맞서고 있다. 현행 노사협약은 미국 동부시간 12월 1일 오후 11시 59분, 한국시간 12월 2일 오후 1시 59분에 만료된다. 이때까지 새 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구단주들이 직장폐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노시환은 포스팅 협상 기간과 직장폐쇄 예상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 KBO리그 선수의 협상 기간은 30일로 노시환은 미국 동부시간 12월 1일 오후 5시, 한국시간 12월 2일 오전 7시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노사협약 만료보다 약 7시간 빠른 만큼 직장폐쇄가 포스팅 일정에 물리적으로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일본 선수들이다. 일본 선수의 포스팅 협상 기간은 원래 45일이다. 사토와 다이라, 이토는 정상적이라면 12월 16일까지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계약할 수 있다. 그런데 로젠탈 기자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에는 직장폐쇄 기간에 일본 선수들의 협상 기간을 일시 정지하는 특별 조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직장폐쇄가 12월 16일까지 이어지면 일본 선수들은 남은 기간을 활용하지도 못한 채 원소속 구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2021년과는 다른 상황이다. 당시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포스팅된 스즈키 세이야도 직장폐쇄로 공중에 붕 뜰 뻔 했지만, 그때는 직장폐쇄 기간에 포스팅 협상 시계를 멈추는 특별 조치가 허용됐다. 덕분에 스즈키는 99일간 이어진 직장폐쇄가 끝난 뒤 협상을 재개해 시카고 컵스와 5년 총액 8500만 달러(1232억 5000만원)에 계약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사토에게 이런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
일본 구단들이 포스팅 절차를 서두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일본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사토와 다이라, 이토는 포스팅 신청이 가능해진 첫날 나란히 신청했다. 세 선수가 모두 신청 첫날에 포스팅에 나선 건 처음이다. 직장폐쇄 전에 구단들과 협상하고 계약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사토가 빨리 계약하면 노시환에게도 기회…늦어지면 악재
9월 26일 대전 LG전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노시환. (사진=한화)직장폐쇄 변수가 노시환과 사토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미국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는 사토다. 영입 후보로 거론되는 구단도 여럿이다. 올겨울 야수 FA 시장이 빈약한 만큼, 직장폐쇄 전에 장타력이 검증된 사토를 먼저 확보하려는 구단들이 움직인다면 계약이 빠르게 성사될 수 있다.
반면 사토의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NBC스포츠의 예상처럼 1억 달러 이상의 장기 계약을 요구한다면 구단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특히 새 노사협약에서 샐러리캡이 도입되거나 계약 기간과 금액에 관한 규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거액 투자를 주저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노시환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토 영입을 원하면서도 높은 몸값에 부담을 느낀 구단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영입할 수 있는 노시환에게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는 포스팅 신청을 앞두고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이 직간접적으로 노시환에게 관심을 표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계약이 진행되는 속도다. FA 시장에서는 보통 최대어의 행선지가 먼저 결정되고, 영입에 실패한 구단들이 차선책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사토를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정한 구단이라면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에야 노시환 영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평소라면 가능한 전략이지만, 올해는 직장폐쇄 때문에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사토의 계약이 11월 말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노시환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구단도 협상에 나설 여유가 거의 없어진다. 반대로 사토가 일찍 계약을 마치면 영입에 실패한 구단들이 노시환과 협상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노시환에게 중요한 건 사토가 어느 팀에 가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빨리 계약하느냐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올겨울 FA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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