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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가 문을 닫는다.[더게이트]
남자 프로골프를 두 진영으로 갈라놓은 '돈의 제국'이 출범 5년 만에 무너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50억 달러(7조 2500억원) 넘게 쏟아부은 LIV 골프가 결국 문을 닫는다.
천문학적인 돈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중심의 기존 질서에 도전했지만, 사우디 국부펀드(PIF)에 이어 마지막 투자자까지 등을 돌리면서 회생에 실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청산 절차뿐이다.
미국 ESPN은 6일(한국시간) LIV 골프가 리그 운영을 완전히 중단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LIV 골프 측 변호인단은 5일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기존 회생 계획을 포기하고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LIV 골프 측 변호사는 법원에서 "채무자들은 재정적으로 생존 가능한 LIV 2.0 리그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당사자들의 합의를 끝내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LIV 2.0 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대신 사업을 정리하고 자산 가치를 최대한 회수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LIV 골프 이사회 특별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폐업 결정을 확인했다. 향후 부동산과 상표권 등 남은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마지막 3억 달러마저 날아갔다…스타 선수들 외면에 회생 좌초
사과하는 욘 람(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LIV 골프의 마지막 희망은 글로벌 사모투자회사 BC파트너스 크레디트였다. BC파트너스는 사우디 국부펀드를 대신해 최대 3억 달러(4350억원)를 투자하고 리그를 'LIV 골프 2.0'으로 재출범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협상을 중단하고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마지막 남은 돈줄마저 끊기면서 LIV 골프는 결국 폐업을 선택했다.
결정타는 스타 선수들의 미온적인 태도였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약 30명의 선수가 2027시즌 참가를 약속했지만, 스타 선수들이 포함된 10명가량은 결정을 미뤘다. 새로운 리그는 기존의 거액 보장 계약과 막대한 상금 대신 선수들에게 리그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선수들은 10월 25일로 정해진 계약 마감일까지 합류를 결정하지 않았고, BC파트너스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이미 LIV 골프의 간판스타 상당수가 이탈을 선언한 상태였다. 3억 달러가 넘는 계약금을 받고 합류했던 욘 람을 비롯해 티럴 해턴, 세르히오 가르시아, 루이 우스트히즌, 이언 폴터, 그레임 맥도웰 등이 잔류를 포기했다. 젊은 선수인 톰 맥키빈과 다비드 푸이그도 LIV 골프 2.0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브룩스 켑카와 패트릭 리드는 앞서 리그를 떠났다.
LIV 골프는 2021년 10월 호주 출신 골프 스타 그레그 노먼을 초대 최고경영자로 내세우며 출범을 알렸다. 필 미컬슨에게 2억 달러(2900억원),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1억 2500만 달러(약 1813억원)를 지급하는 등 사우디 자본을 앞세워 PGA 투어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도 수익은 미미했다. 올해 2월까지 누적 손실이 50억 달러를 넘은 반면, 연간 매출은 한 번도 2억 2700만 달러(약 3292억원)를 넘지 못했다. 결국 PIF는 지난 4월 자금 지원 중단을 결정했고, LIV 골프는 9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돌아온 탕아들, PGA 투어가 받아줄까?
브라이슨 디섐보의 인스타그램 이미지(사진=디섐보 SNS)LIV 골프의 폐업으로 남자 프로골프를 양분했던 경쟁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제 관심은 사우디의 거액 계약금을 받고 PGA 투어를 떠났던 선수들의 복귀 여부에 쏠린다. 하지만 '탕아'들이 돌아오는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투어에 남았던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PGA 투어는 원칙적으로 LIV 골프에서 마지막으로 출전한 대회를 기준으로 1년간 출전 정지 징계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람과 해턴 등은 2027년 8월 24일부터 복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징계 기간이 끝난다고 바로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 자격과 출전권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
켑카의 사례는 복귀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보여준다. 켑카는 올해 PGA 투어가 마련한 특별 복귀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왔지만, 500만 달러(72억 5000만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향후 투어 지분 권리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주요 특급 대회 출전권도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PGA 투어는 현재 이 프로그램을 다시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존 PGA 투어 선수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LIV 골프가 거액의 계약금으로 선수들을 빼가던 시절 투어에 남아 경쟁했던 선수들로서는 돌아온 선수들에게 아무런 불이익 없이 출전권을 주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LIV 골프 출신 선수들이 복귀하면 기존 선수들이 차지하던 대회 출전 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 PGA 투어는 스타 선수들의 복귀로 흥행을 높이는 효과와 기존 회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람·해턴은 유럽으로, 디섐보는 행선지 미정
위기의 LIV 골프(사진=LIV 골프 공식 홈페이지)람과 해턴 등 상당수 선수는 우선 유럽 DP월드투어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2027년 DP월드투어에서 출전 자격을 확보하고, 이후 PGA 투어 복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DP월드투어는 매년 상위 선수 10명에게 PGA 투어 출전권을 제공한다. 유럽 선수들에게는 라이더컵 출전 자격을 유지하는 데도 DP월드투어 활동이 중요하다.
디섐보의 향후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디섐보는 다음 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지만, 2027시즌 전체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LIV 골프가 사라지면 자신의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메이저대회에만 출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적도 있다.
4대 메이저대회 출전은 PGA 투어 복귀와 별개의 문제다.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US오픈, 디오픈은 각각 독립된 기관이 운영하기 때문에 LIV 골프 출신 선수도 자격을 갖추면 참가할 수 있다. 람과 디섐보, 캐머런 스미스 등은 주요 대회 우승 경력을 바탕으로 2027년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세계랭킹이나 예선 성적에 의존해야 하는 선수들은 출전권 확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LIV 골프는 9일 미국 법원에 새로운 파산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청산 과정에서는 부동산과 상표권 등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다만 LIV 골프는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3자의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스콧 오닐 LIV 골프 최고경영자(CEO)는 폐업 발표 이후 "새롭고 젊고 다양한 팬들을 골프로 끌어들이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경험이었다"며 "LIV 골프는 즐거웠고, 힘들었고, 영감을 주었으며, 때로는 도전적이었지만 언제나 보람 있었다"고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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