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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사진=챗GPT)[더게이트]
현대해상이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인사제도 개편안이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직급 체계를 대폭 축소하고 임금 상승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경영진의 구상이 정작 제도의 적용을 받을 직원들에게 외면받은 것이다.
전체 투표자 2090명 가운데 120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절반을 훌쩍 넘는 직원들이 경영진의 개편안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인사제도 변경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 정경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개편안이 직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석현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대해상 경영진의 정책 판단과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직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설명과 이를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의 판단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5일 한 매체에 따르면 현대해상 노동조합은 전날(14일) 인사제도 개편안을 놓고 직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개편안은 찬성률 42.5%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표는 1202표로 전체 투표자의 약 57.5%에 달했다.
현대해상은 내년 1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7월부터 보상과 승급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결로 당초 시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으며, 회사는 직원 의견을 다시 수렴해 개편안을 재수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직급은 줄이고 임금 단계는 늘리고…직원들은 왜 거부했나
(사진=현대해상화재보험 제공)현대해상이 마련한 개편안의 핵심은 직급과 임금체계의 분리였다.
기존 6단계 직급을 '매니저'와 '책임 매니저' 등 2단계로 통합하고, 임금체계는 기존 6단계에서 9단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사원·대리급은 매니저로, 과장 이상은 책임 매니저로 구분하되 각각 6개와 3개의 급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직급을 단순화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근속연수와 성과에 따른 임금 상승 기회를 넓히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구상이었다.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기존 승진 중심의 보상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로 평가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직급 축소가 곧바로 직원들에게 유리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사제도는 직원의 급여뿐 아니라 승진 가능성, 직무상 책임, 장기적인 경력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급은 6단계에서 2단계로 크게 줄이면서 임금 단계를 9단계로 세분화할 경우, 직원들은 새로운 체계에서 자신의 승급 속도와 보상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기존 직급별 직원들이 새로운 임금체계에서 어떤 급수에 배치되는지, 승급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성과평가에 따른 보상 격차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직원들이 이러한 요소 가운데 무엇을 가장 우려했는지, 실제 불이익이 발생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로 이 부분이 현대해상 경영진이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직원들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한 개편안이 왜 직원 과반의 반대를 받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향후 어떤 인사제도를 내놓더라도 비슷한 갈등을 반복할 수 있다.
정경선 부사장 직접 설명에도 '설득 실패'…경영진 책임은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진=더게이트 DB)이번 인사개편은 정경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지난달부터 약 2주 동안 전국을 돌며 직원들에게 개편안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알리고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경영진의 기대와 달랐다. 1202명의 반대표는 설명회 개최 여부보다 직원들이 제도의 내용과 효과를 얼마나 신뢰했는지가 더 중요했음을 보여준다.
전국을 순회하며 제도를 설명했다는 사실과 직원들이 이를 충분히 납득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경영진이 개편의 장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직원들이 제기한 우려를 설계에 얼마나 반영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기존 인사체계에 익숙한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부담을 반대 원인으로 거론하지만, 이를 부결의 주된 이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편에 대한 거부감인지, 구체적인 보상 조건에 대한 불신인지, 평가와 승급 기준에 대한 우려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개편안은 일부 부서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직급과 임금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정책이라면 경영진이 기대하는 효과뿐 아니라 직원별 유불리와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
이석현 대표이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개편안을 정 부사장이 주도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주요 인사정책이 조직 내부에서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진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인사개편은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다. 직원들의 보상체계와 직결되는 만큼 구성원의 신뢰와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투표는 현대해상 경영진이 추진한 변화의 방향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 얼마나 충분히 소통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직원들의 반대가 단지 변화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해석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경영진이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직원들의 판단이 아니라, 직원들이 개편안을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했느냐는 점이다.
임금 인상은 찬성, 인사개편은 반대…엇갈린 표심이 던진 경고
(사진=현대해상 제공)이번 투표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인사제도 개편안과 임금 인상안에 대한 직원들의 판단이 달랐다는 점이다.
인사제도 개편안은 찬성률 42.5%로 부결됐지만, 함께 진행된 임금 인상안은 찬성률 57.7%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4.8%로 확정됐다. 지난해 인상률 4%보다 0.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직원들이 모든 변화에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임금 인상안에는 과반이 찬성하면서도 장기적인 경력과 보상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개편에는 반대한 것이다.
물론 두 안건의 투표 결과만으로 직원 개개인의 반대 이유를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경영진이 인사제도 개편에 대한 거부감을 단순히 기존 체계에 대한 익숙함이나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히려 이번 결과는 경영진이 제시한 인사개편의 효과와 직원들이 체감한 기대이익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대해상이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직원들이 새로운 제도의 어떤 부분을 불리하다고 판단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기존 직원의 급수 전환 기준, 직급별 승급 기회, 성과평가 방식, 장기적인 임금 상승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기존 제도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실제 불이익이 없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불이익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생각하는 '좋은 제도'와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공정한 제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새로운 제도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취지를 내세우더라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시 만들겠다'는 현대해상…인사개편보다 먼저 필요한 경영진의 성찰
이석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 (사진=현대해상화재보험 홈페이지)현대해상은 개편안 부결에 따라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현재까진 개표 결과만 나온 상태이며 인사 개편안을 다시 수립하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개편안의 핵심을 유지할지 전면 수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순히 의견수렴 절차를 추가하거나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영진은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직원들의 우려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설명회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반대 의견을 제도에 반영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정경선 부사장이 주도한 개편안이 직원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석현 대표이사도 이번 결과를 일회성 인사정책 실패로 넘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의사결정과 소통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사개편이 성공하려면 직급의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제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먼저다. 임금 단계가 늘어난다고 해도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 보상을 예측할 수 없다면 제도 변화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직원 1202명이 던진 반대표를 경영진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번 부결로 현대해상이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해졌다. 개편안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새로운 인사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경영진이 원하는 조직문화와 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서로 다르다면 그 간극을 좁히는 것도 경영진의 몫이다.
결국 이번 인사개편 부결을 통해 평가받아야 할 대상은 직원들의 변화 수용성이 아니라, 변화를 설계하고 추진한 경영진의 판단과 책임이다.
현대해상에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개편안의 속도전이 아니다. 왜 직원 과반이 반대표를 던졌는지에 대한 이석현 대표이사와 정경선 부사장의 진지한 성찰, 그리고 그 결과를 반영한 실질적인 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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