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피아트의 굴욕, 결국 중국차에 손 벌리나?”…스텔란티스, 유럽 공장 살리기 고육책

(사진=스텔란티스)(사진=스텔란티스)

[더게이트]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완성차 업체의 생산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푸조와 피아트, 오펠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가 자국 공장을 지키기 위해 중국 자동차 기업에 생산시설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그러나 공장 폐쇄를 피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유럽 내 생산능력은 80만대 이상 줄일 계획이어서 산업 기반과 고용 유지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유럽 현지 매체 유로뉴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오토모티브 서밋'에서 중국 자동차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유럽 공장 운영 전략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필로사 CEO는 행사에서 "특히 유럽에 생산능력이 과잉된 상태지만 공장을 폐쇄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가 제시한 해법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 리프모터(Leapmotor), 둥펑자동차(Dongfeng) 등과 기존 생산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것이다.

유럽 내 유휴 생산라인에 중국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결합하고,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제조시설과 판매망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리프모터와의 협력에서는 중국 기업의 전기차 기술과 스텔란티스의 유럽 생산시설을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유럽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저렴한 전기차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둥펑자동차와도 생산시설과 기술, 유통망을 공유하는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단기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더라도 스텔란티스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 회복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산 기술을 활용한 차량의 생산이 늘어날수록 기존 브랜드와의 시장 중복 가능성도 발생한다.

스텔란티스는 자사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는 차량은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상품군을 어디까지 구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공장 운영을 외부 파트너의 기술과 제품에 의존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자체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80만대 줄이고 가동률 높인다”…공장 유지와 생산 축소의 딜레마(사진=스텔란티스)(사진=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 'FaSTLAne 2030'을 살펴보면 생산시설 공유가 추진되는 배경은 더욱 분명해진다.

회사는 2030년까지 유럽 지역의 생산능력을 80만대 이상 줄이고, 현재 60% 수준인 공장 가동률을 8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 푸아시 공장 등의 용도를 전환하고 스페인 마드리드·사라고사, 프랑스 렌 공장 등에서 협력사와 생산시설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리프모터와는 스페인 공장 생산능력 공유를 계획하고 있으며, 둥펑자동차와는 스텔란티스가 51% 지분을 보유하는 유럽 합작법인을 구상하고 있다. 둥펑과의 협력은 프랑스 렌 공장부터 시작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회사 측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제조업 일자리를 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생산능력 감축과 고용 유지가 동시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장 폐쇄 없이 설비를 재배치하거나 생산 품목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생산물량 조정에 따른 인력 배치와 협력업체 운영, 기존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텔란티스가 생산시설 공유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협력사와 생산물량 및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향후 전략의 실효성을 판단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인지, 자체 제품의 판매 부진을 외부 생산물량으로 보완하는 임시방편인지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실제 스텔란티스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판매와 점유율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텔란티스가 저가 전기차와 신규 모델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회복 전략이 실제 소비자 수요 증가로 연결되는지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신차 발표와 중국 기업과의 협력만으로 시장 경쟁력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규모 투자 부담도 남아 있다. 스텔란티스는 FaSTLAne 2030에 따라 5년간 6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약 40%인 240억유로 이상을 글로벌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신기술 개발에 투입한다. 나머지 약 60%는 개별 브랜드와 제품 개발에 배분된다.

새로운 글로벌 차량 플랫폼 'STLA One'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푸조 브랜드에 먼저 적용한 뒤 유럽과 북미의 다른 브랜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용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으로 개발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중국 기업과 기술 협력을 확대하면서 자체 기술 개발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까지 필요하다.

필로사 CEO는 기존 협력사들과 구축한 유럽 배터리 기가팩토리 외에도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내 생산 요건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공급망의 현지화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실제 전기차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생산설비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새로운 배터리 공장과 플랫폼에 투자하는 만큼 향후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로사 CEO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가 대부분의 목표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남은 쟁점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스텔란티스는 파리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알파로메오, 시트로엥, DS오토모빌, 피아트, 오펠, 푸조 등 6개 브랜드의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신차 중심의 경쟁력 회복 전략도 제시했다.

결국 스텔란티스의 중국 협력 확대는 유럽 생산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인 동시에 기존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공장을 폐쇄하지 않는 것과 해당 공장이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 기업의 기술과 생산물량으로 당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쟁력 회복 여부는 스텔란티스 자체 브랜드의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 유럽 내 고용 유지라는 성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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