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믿음 택했다"…세라젬 이환성 회장의 '파격 승계' [더게이트 포커스]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

[더게이트]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 창업주가 선택한 것은 핏줄이 아닌 실력이었다. 세라젬을 창업해 글로벌 홈 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운 이환성 회장이 20년 넘게 함께한 전문경영인을 양자로 입양하고 회사 지분까지 물려주기로 했다. 가족 중심의 경영권 승계가 익숙한 국내 기업 환경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결단이다.

이 회장이 후계자로 선택한 인물은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다. 2003년 평범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여 년간 현장을 누비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세라젬은 전날(20일) 이 회장이 2025년 이 대표를 성인 양자로 입양했으며, 올해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승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관련 증여세 신고도 완료했다.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지분 10%라는 숫자보다 승계 대상자를 선택한 기준이다. 이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로 혈연관계보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검증된 경영 능력을 앞세웠다.

자신이 일군 기업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창업주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질문에 이 회장은 20년 넘게 곁에서 실력을 증명한 경영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답했다.

창업주가 선택한 후계자…20년 신뢰가 만든 결단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

이환성 회장과 이경수 대표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입사원으로 세라젬에 입사한 이 대표는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을 두루 거치며 회사의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2017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했다. 본사의 경영 전략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만나는 현장까지 경험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8년 이 회장의 요청으로 국내 사업을 맡으면서 이 대표의 경영 능력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세라젬의 주력 사업이었던 척추 관리 의료기기를 의료가전 시장으로 확장했다. 2019년에는 고객이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웰카페를 도입하며 체험 중심의 새로운 판매 방식을 정착시켰다.

이후 제품군 다변화와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며 세라젬의 국내 성장 기반을 넓혔다. 세라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회사는 2021년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서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지켜보며 이 대표의 실행력과 조직 장악력, 장기적인 사업 비전을 평가했다.

후계자를 단순히 지명한 것이 아니라 20여 년간 실제 경영 현장에서 역량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승계가 단순한 인사 결정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누가 물려받느냐보다 누가 잘 이끄느냐"…경영 승계의 발상 전환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

국내 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오랫동안 창업주 일가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더라도 소유권만큼은 가족이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환성 회장의 선택은 이러한 관행과 결을 달리한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수준을 넘어 법적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지분까지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도 신중했다. 이 회장과 이경수 대표는 기업의 독립성, 경영 연속성, 장기적인 지배구조 안정을 고려해 여러 승계 방안을 검토한 끝에 성인양자 입양을 선택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고, 창업 이후 축적한 기업의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자신의 지분을 후계자에게 증여하며 실제 소유권 이전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선다.

이 회장의 결단은 기업을 창업한 사람의 역할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후계자를 준비시키는 것 역시 창업자의 책임이라는 경영 철학이 읽힌다.

물론 지분 10% 증여만으로 승계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향후 추가 지분 이전 규모와 시기, 장기적인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택의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세라젬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 연속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승계 방안을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기업의 미래와 사회적 책임까지…이환성 회장이 남길 유산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 (사진=세라젬 제공)

이환성 회장이 준비하는 미래는 경영권 승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1998년 설립된 세라젬은 척추 관리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성장해 프리미엄 안마의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최근에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원하는 '7-케어 솔루션'과 인공지능 기술을 주거 공간에 결합한 'AI 웰니스 홈'을 추진하며 글로벌 웰니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을 이해하면서도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 회장이 오랜 기간 함께한 이경수 대표를 후계자로 선택한 배경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사회공헌 역시 세라젬이 이어가려는 경영 가치 가운데 하나다.

세라젬은 그동안 취약계층 아동과 가정 지원, 헬스케어 의료기기 기부, 지역사회 나눔 활동, 해외 교육환경 개선 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건강과 교육, 돌봄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공헌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라젬 관계자는 "이번 승계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20여 년간 검증된 차세대 경영자의 역량을 연결해 세라젬의 미래를 준비하는 결정"이라며 "앞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을 세우는 것은 창업자의 능력이지만, 그 기업이 다음 세대에도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책임이다.

이 회장은 자신과 혈연으로 이어진 후계자가 아니라, 20여 년 동안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경영인에게 세라젬의 미래를 맡겼다.

이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혈연보다 실력과 신뢰를 택했고, 그 판단을 실제 지분 증여로 옮겼다.

자신이 세운 기업의 다음 20년을 위해 창업주 스스로 기존의 승계 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환성 회장의 결단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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