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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로 접어들면서 산과 들이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단풍은 아직 절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맘때 먼저 눈길을 끄는 풍경이 있다. 햇빛을 받으면 은빛으로 반짝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억새다.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는 산 정상에 자리한 오래된 성곽 안을 가득 채운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해발 757m 화왕산 정상부에 오르면 화왕산성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성벽 안쪽에는 약 5만 6000평 규모의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평소에는 초록빛을 띠던 들판이 가을이면 억새로 뒤덮인다. 특히 10월에는 억새 이삭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면서 성곽과 어우러진 풍경을 만든다.
해발 757m 정상에 펼쳐진 5만 6000평 억새 초원
화왕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빽빽하던 숲이 조금씩 걷히고, 그 사이로 넓은 하늘과 평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757m 높이에 올라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상부는 넓게 트여 있으며, 능선을 따라 이어진 화왕산성이 초원을 둥글게 감싸고 있다. 창녕군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성 안쪽 초원은 약 5만6000평 규모로, 가을이면 넓은 들판이 억새로 채워지며 화왕산만의 풍경을 만든다.
억새밭 사이로는 탐방로가 나 있어 평원 안쪽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가 양옆을 채우고, 성벽 쪽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길과 초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햇빛과 바람이 더해지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햇빛이 이삭 뒤에서 비치면 억새 끝이 밝게 반짝이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수많은 줄기가 한쪽으로 기울며 물결처럼 움직인다.
10월 초에는 밝은 은빛이 두드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억새는 점차 누런빛을 띤다. 다만 해마다 기온과 비, 햇볕의 양이 달라 색이 바뀌는 시기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원하는 색의 억새를 보고 싶다면 출발 전에 현장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억새밭 둘러싼 2600m 화왕산성
억새평원을 따라 걷다 보면 초원을 둥글게 감싼 화왕산성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화왕산성은 화왕산 정상부의 지형을 따라 쌓은 석성으로 둘레가 약 2600m다. 정확한 축성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가야시대에 만들어진 성으로 추정된다.
성벽은 반듯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산등성이 높낮이에 맞춰 굽이치며 오르내리기 때문에 걷는 위치마다 모습이 달라진다. 성벽 가까이에서는 돌을 층층이 쌓은 구조를 볼 수 있고, 조금 떨어지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성곽의 윤곽이 드러난다. 억새가 자라는 넓은 평원과 오래된 성벽이 한 장면에 들어오는 곳도 많다.
화왕산성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기록도 남아 있다. 곽재우가 의병을 이끌고 화왕산성을 근거지로 삼아 왜군의 경남 내륙 진입을 막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억새 산행지로 찾는 사람이 많지만 당시에는 높은 지형을 이용해 주변을 살피고 방어하는 산성이었다.
성 안쪽에는 ‘용지’라고 불리는 못도 남아 있다. 창녕 조씨 득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성벽과 함께 화왕산 정상부의 오래된 흔적을 보여준다. 억새밭을 걷다가 성곽과 용지까지 둘러보면 화왕산이 단지 가을 풍경만 보는 산은 아니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성벽 일부 구간은 바깥쪽 사면이 급하게 떨어진다. 특히 바람이 강하거나 바닥이 젖은 날에는 성벽 가장자리로 가까이 가지 말고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편이 안전하다. 사진을 찍을 때도 성벽 밖으로 내려서기보다 탐방로 안쪽에서 자리를 잡는 게 좋다.
자하곡에서 갈리는 세 갈래 등산길
화왕산 자하곡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1·2·3코스로 나뉜다. 출발지는 같지만 지나가는 지형과 경사,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 산행 경험과 체력에 맞춰 길을 고르면 된다.
1코스는 자하곡에서 산림욕장과 전망대, 장군바위계곡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약 3.3km 거리로 편도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능선과 바위 구간이 많고 경사도 있어 세 길 가운데 난도가 높은 편이다. 탁 트인 능선을 걸으며 화왕산 산세를 가까이 볼 수 있지만 바위를 오르내려야 하는 구간에서는 발을 디딜 곳을 잘 살펴야 한다.
2코스는 약 2.6km로 세 코스 가운데 거리가 짧으며 편도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산림욕장을 지나 빠르게 고도를 높이는 길이라 오르막과 계단이 연달아 나온다. 이동 거리는 짧아도 체력 소모가 커 산행 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3코스는 자하곡에서 도성암을 거쳐 올라가는 길로 약 2.6km, 편도 1시간 50분 정도다. 급한 바위 구간이 적고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천천히 산을 오르고 싶은 사람에게 부담이 덜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걷거나 험한 능선 산행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도 먼저 살펴볼 만한 코스다.
옥천에서도 화왕산으로 오를 수 있다. 옥천매표소에서 옥천삼거리와 계곡을 지나 동문으로 향하는 길이 있으며, 관룡사와 용선대·관룡산을 거쳐 동문으로 연결되는 코스도 있다.
| 코스 | 거리 | 편도 시간 | 특징 |
|---|---|---|---|
| 1코스 | 약 3.3km | 약 1시간 50분 | 능선·바위 구간 많음 |
| 2코스 | 약 2.6km | 약 1시간 30분 | 짧지만 오르막·계단 많음 |
| 3코스 | 약 2.6km | 약 1시간 50분 | 도성암 경유·경사 비교적 완만 |
첫 화왕산이라면 도성암 거치는 3코스
자하곡 3코스를 선택했다면 도성암을 지나 화왕산성 방향으로 올라가게 된다. 초반에는 숲 사이로 난 길을 걷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주변 산세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성암을 지난 뒤 산길을 더 오르면 정상부로 연결된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앞이 넓게 트이고, 화왕산성 안으로 들어서면 등산로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억새평원이 나타난다. 정상석을 둘러본 뒤 성 안쪽 탐방로를 걸으면 억새밭과 성곽을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볼 수 있다.
산성 안을 둘러본 뒤에는 올라왔던 길을 따라 자하곡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동선을 잡을 수 있다. 능선을 더 길게 연결하지 않아 길을 찾기 수월하고, 산성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편하다. 억새 사진을 찍거나 성곽을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라면 하산 시간을 넉넉하게 남겨두는 게 좋다.
자하곡 출발 전 확인할 주차·탐방 정보
자가용으로 자하곡 등산로를 찾는다면 내비게이션에 '경남 창녕군 창녕읍 자하곡길 10'을 입력하면 된다. 이곳에는 313대를 세울 수 있는 자하곡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하곡 코스를 이용할 때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반대로 옥천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창녕읍 계성화왕산로 638에 있는 옥천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며, 주차 가능 대수는 448대다.
억새를 보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을 주말에는 오전부터 차량이 몰릴 수 있다. 주차 시간을 줄이고 여유 있게 산을 오르려면 출발 시각을 조금 앞당기는 편이 좋다.
산행 날짜를 잡았다면 날씨와 탐방로 운영 여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화왕산군립공원은 기상 상황이나 산불 위험 단계에 따라 일부 구간의 출입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봄에도 산불 위험이 높아진 시기에 지정 등산로를 따로 관리한 사례가 있다. 출발 당일 창녕군과 화왕산군립공원 안내를 확인하면 현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억새철 주말에는 자하곡 주차장이 붐빌 수 있어 오전 일찍 도착하는 편이 좋다.
- 정상부는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어 땀이 식을 때 입을 얇은 겉옷을 챙겨간다.
- 화왕산성 안쪽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사진 촬영과 휴식 시간을 감안해 일몰 전 하산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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