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에 맞춰 문 열었다… 50년 만에 드디어 오픈한 0.9km 가을 숲길

붉고 노란 단풍에 둘러싸인 인제 한계산성의 성벽과 작은 문. (AI 생성) / 온더투어
붉고 노란 단풍에 둘러싸인 인제 한계산성의 성벽과 작은 문. (AI 생성) / 온더투어

설악산 깊숙한 곳에는 약 50년 동안 일반인이 정식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었던 산성길이 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 자리한 인제 한계산성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안에 있으면서도 공식 법정탐방로에 포함되지 않아 오랫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곳인데, 2026년 10월 2일부터 일부 구간이 처음 시범 개방되면서 일반 탐방객도 숲길을 따라 산성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새로 열린 길은 한계산성 전체를 도는 코스가 아니라 탐방지원센터에서 하성 남문지까지 이어지는 편도 약 0.9km 구간이다. 왕복으로 걸어도 1시간 안팎이면 다녀올 수 있어 설악산의 긴 등산 코스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비교적 가볍게 찾을 수 있다. 

10월 2일부터 시작된 한계산성 시범운영

가을빛 물든 인제 한계산성 숲속에 자리한 돌무더기. (AI 생성) / 온더투어
가을빛 물든 인제 한계산성 숲속에 자리한 돌무더기. (AI 생성) / 온더투어

한계산성 개방 준비는 2012년 종합정비계획 수립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인제군은 두 차례 발굴조사와 학술대회를 열어 산성의 구조와 유적 현황을 확인했고, 이후 탐방로 조성을 위한 행정 절차에 들어갔다.

설악산국립공원 안에 길을 내기 위해 공원계획 변경과 숲길 지정, 공사 허가 절차도 차례로 거쳤다. 탐방객이 이동할 구간에는 보행로와 안전시설, 안내시설을 설치했으며 탐방로 정비공사는 2024년 12월 마무리됐다.

인제군은 한계 권역 관광자원 조성을 위해 2009년부터 총 119억4000만원을 투입했다. 사업에는 한계산성 정비와 탐방 기반 조성도 포함됐다. 국가유산 구역과 설악산국립공원이 겹치는 곳이라 문화유산 보존 기준과 국립공원 관리 절차를 함께 거쳐 공사가 진행됐다.

정비가 끝난 뒤에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탐방로 운영을 맡았다. 인제군은 지난 1일 개통 행사를 열었고, 2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한계산성 탐방로를 일반에 공개했다.

설악산 험준한 지형에 쌓은 고려시대 한계산성

한계산성은 고려시대 설악산의 가파른 암벽과 계곡을 이용해 쌓은 산성이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1259년 고려 고종 46년 몽골군과 조휘가 이끄는 세력이 한계산성을 공격했다. 당시 산성방호별감 안홍민이 야별초를 이끌고 맞서 공격군을 물리쳤으며, 전투 내용은 고려사에도 기록돼 있다.

성벽은 설악산의 절벽과 능선이 이어지는 지형을 따라 놓였다. 평지에 성벽을 길게 두르는 방식과 달리 가파른 산세와 암벽을 성벽처럼 이용하고, 길이 열리는 구간에는 돌을 쌓아 방어선을 만들었다. 국가유산청은 한계산성을 험한 산악 지형에 축조된 중세 산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계산성 주변은 한계령과 진부령, 새이령을 거쳐 동해안과 내륙을 오가던 길목과 가깝다. 산 능선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통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성을 두고, 외부 세력이 산길을 따라 들어오는 상황에 대비했다.

한계산성은 1973년 강원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됐으며 2019년 10월 21일 사적 제553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성벽과 산악 지형이 남아 있고 1259년 전투 기록까지 전해지면서 설악산 일대의 중세 산성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으로 남아 있다.

상성과 하성으로 이어지는 약 7km 한계산성

단풍 숲 사이로 돌담과 돌길이 이어지는 인제 한계산성의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단풍 숲 사이로 돌담과 돌길이 이어지는 인제 한계산성의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한계산성은 전체 성벽 길이가 약 7km에 이르며 상성과 하성으로 나뉜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면적은 210만 1731㎡다. 성벽은 설악산 능선과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지며 높은 산지와 낮은 계곡 지형을 함께 이용해 쌓았다.

상성은 절벽이 많은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하성은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길목과 가까운 계곡 쪽에 놓여 있다. 국가유산청 자료에서는 상성이 몽골 침입기에 쓰였고, 하성은 고려 공민왕 때 군사적 상황에 맞춰 손질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계산성에는 본성과 떨어진 곳에 돈후도 남아 있다. 돈후는 높은 지점에서 주변을 살피고 적의 접근을 늦추기 위해 만든 방어 시설이다. 산길이나 계곡을 따라 들어오는 움직임을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성의 진입부와 가까운 곳에 두었다.

성벽이 모든 구간에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파른 암벽과 절벽이 있는 곳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고, 길이 열리는 구간에는 돌을 쌓아 성벽을 만들었다. 지금도 설악산 바위 능선 사이로 석축 흔적이 이어져 있어 한계산성이 산악 지형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남문지까지 편도 0.9km 왕복 1시간 탐방

현재 일반인에게 열린 구간은 한계산성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서 하성 남문지까지 이어지는 편도 약 0.9km다. 같은 길로 돌아오면 왕복 약 1.8km이며, 걷는 데는 1시간 안팎이 걸린다. 설악산 정상부로 이어지는 장거리 산행과 달리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탐방로에는 흙길과 돌길, 계단, 오르막이 함께 나온다. 비가 내린 뒤에는 바위와 낙엽에 물기가 남아 미끄러울 수 있어 밑창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편이 낫다. 가을에는 낮과 저녁의 기온 차가 커 얇은 겉옷과 마실 물도 챙기는 게 좋다.

탐방객은 정비된 길을 따라 남문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성벽이나 석축 위로 올라가거나 개방되지 않은 상성 방향, 비법정 구간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하성 남문지에 도착하면 돌로 쌓은 성벽 흔적과 설악산 계곡, 주변 능선을 함께 볼 수 있다. 현재 개방된 구간은 남문지까지이며, 한계산성 전체 성벽을 돌아보는 코스는 아니다.

일반 탐방 시작 2026년 10월 2일
탐방 구간 탐방지원센터~하성 남문지
탐방 거리 편도 0.9km·왕복 약 1.8km
소요시간 왕복 약 1시간
2026년 이용 방식 현장 접수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4시
2027년 운영 온라인 예약제 예정

2026년은 현장 접수, 탐방 뒤 백담사와 용대리까지

울긋불긋한 단풍과 바위 능선이 어우러진 내설악의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2026년 한계산성 탐방로는 온라인 사전예약 없이 현장에서 접수한다. 한계산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등록을 마친 뒤 입장하면 된다. 현장예약 방식은 올해 12월까지 시범 운영하며, 2027년부터는 국립공원예약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예약제로 바뀔 예정이다.

탐방로 운영시간은 산불 경계 기간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탐방지원센터 주변에는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산불 통제나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어 늦가을에는 출발 전 인제군이나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공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탐방로에서는 흡연과 취사를 할 수 없으며 인화물질도 사용할 수 없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산행 안전 교실과 탄소중립 체험, 한계산성 발굴유물 에코 스텐실, 국립공원 레인저 체험, 설악산 홍보 사진전도 운영한다. 운영 일정은 현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계산성 탐방을 마친 뒤에는 인제 북면의 백담사와 용대리로 이동하기 좋다. 백담사는 내설악 깊은 계곡 안에 자리한 사찰로, 용대리 백담주차장 일대에서 백담사 방면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백담계곡과 주변 산자락이 함께 물들어 한계산성과 묶어 찾는 코스로 잡을 수 있다.

용대리에는 황태구이와 황태국을 파는 식당이 모여 있다. 한계산성 탐방이 왕복 1시간 안팎이라 오전에 산성길을 걷고 용대리에서 식사한 뒤 백담사로 이동하거나, 백담사 일정을 먼저 마친 뒤 오후에 한계산성을 찾는 식으로 하루 코스를 짤 수 있다.

오늘의 여행 꿀팁 3가지

- 올해는 온라인 예약 없이 한계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현장 접수 후 입장한다.

- 탐방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며 산불 통제나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 남문지까지 돌길과 계단이 이어져 비 온 뒤에는 밑창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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