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길 전체가 노랗게 물든다… 800m 은행나무길 끝에서 만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명소

돌계단과 석축을 따라 안양루 방향으로 올라가는 부석사 가을 산책길. (AI 생성) / 온더투어
돌계단과 석축을 따라 안양루 방향으로 올라가는 부석사 가을 산책길. (AI 생성) / 온더투어

10월 중순을 지나면 경북 영주의 산자락은 빠르게 가을빛으로 바뀐다.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부석사도 이때부터 은행나무와 단풍이 어우러지며 가을 분위기가 짙어진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서고, 노랗게 물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석축과 돌계단 사이로 오래된 전각이 이어진다.

천왕문을 지나 범종각과 안양루를 거쳐 오르면 부석사의 중심 전각인 무량수전을 만날 수 있다. 무량수전 뒤편에는 사찰 이름의 유래가 된 부석과 의상대사를 모신 조사당이 자리해 있어, 가을 산책과 함께 부석사의 옛 건축물과 이야기를 차례대로 둘러보기 좋다.

1000년 산사의 시간을 품은 부석사

부석사로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이 노란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부석사로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이 노란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부석사의 역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인 6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나라에서 화엄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봉황산 자락에 절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화엄종의 주요 사찰로 자리 잡았으며 여러 차례 화재와 중수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경내에는 시대가 서로 다른 국가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고려시대 목조건축인 무량수전과 조사당을 비롯해 소조여래좌상, 조사당벽화, 무량수전 앞 석등이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목조건축과 불상, 벽화, 석조물이 한 공간에 남아 있어 부석사의 역사를 전각과 유물을 따라 살펴볼 수 있다.

2018년에는 통도사·봉정사·법주사·마곡사·선암사·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전국 7개 산사를 하나의 연속유산으로 묶은 형태로, 산지 사찰의 공간 구성과 불교 수행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점이 평가됐다. 부석사 세계유산 구역은 7.08㏊ 규모다.

경내 배치도 평지 사찰과 다르다. 봉황산 경사를 따라 석축을 여러 단으로 쌓고 높이에 맞춰 전각을 놓았다. 산문을 지난 뒤 한 단씩 오를 때마다 다음 건물이 나타나며, 천왕문과 범종각, 안양루를 차례로 거쳐야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무량수전에 닿는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800m 은행나무길

부석사 가을 산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이다. 영주시에 따르면 길이는 약 800m로, 도로 양옆을 따라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10월 중하순부터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는 길 전체가 노란빛으로 바뀐다.

은행잎이 가지에 많이 남아 있는 시기에는 길 위로 노란 잎이 이어지고, 낙엽이 시작되면 흙길과 도로 가장자리까지 은행잎이 쌓인다. 단풍 시기는 해마다 기온과 비, 바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늦가을 강풍이 지나간 뒤에는 며칠 사이 잎이 빠르게 떨어질 수도 있어 방문 전 현지 단풍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은행나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천왕문에 닿는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지지만 천왕문 안쪽부터는 경사가 조금씩 높아진다. 범종각과 안양루 방향으로 올라갈수록 돌계단과 석축이 나타나면서 산사 안쪽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은행나무길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천왕문을 지나 무량수전까지 이어서 걸으면 부석사의 가을 풍경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노란 은행나무가 이어지는 초입과 오래된 전각이 자리한 경내가 차례로 이어져, 약 2시간 산책 코스를 구성하기에도 좋다.

안양루 지나 만나는 고려 목조건축 무량수전

천왕문을 지나 경내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은 조금씩 가팔라진다. 범종각을 지나 석축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높은 축대 위에 자리한 안양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량수전은 아래쪽에서 바로 보이지 않고, 안양루 아래를 통과해 위쪽 마당에 올라서야 정면에서 마주할 수 있다. 

안양루는 무량수전 앞에 자리한 2층 누각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다. 아래층은 무량수전으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안양루가 앞을 가리고 있다가 누각 아래를 지나면 넓은 마당과 무량수전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마당 정면에 자리한 무량수전은 고려시대 목조건축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에 팔작지붕을 올렸으며, 기둥 위에 공포를 놓는 주심포 양식을 사용했다. 

무량수전의 정확한 건립 시기를 알려주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916년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묵서에는 1358년 화재를 겪은 뒤 1376년 무량수전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무량수전 안에는 아미타여래를 모셨다. 건물은 남쪽을 향하고 있지만 불단은 서쪽에 놓여 있어 불상이 동쪽을 바라본다. 불상을 건물 정면에 두는 일반적인 불전과 달리 옆쪽에 모신 점도 무량수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석등 지나 부석과 조사당으로 이어지는 경내

부석사 무량수전과 앞마당 석등이 어우러진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부석사 무량수전과 앞마당 석등이 어우러진 가을 풍경. (AI 생성) / 온더투어

무량수전 앞마당에서는 건물 바로 앞에 서 있는 석등부터 눈에 들어온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국보로, 팔각 기둥 위에 불을 밝히는 화사석을 올린 형태다. 화사석 네 면에는 불빛이 퍼져 나가는 창을 냈고, 나머지 네 면에는 보살상을 새겼다. 고려시대 목조건축인 무량수전과 통일신라시대 석등이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어 두 시대의 국가유산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석등을 지나 안양루 쪽으로 돌아서면 시야가 산 아래까지 넓어진다.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부석사는 무량수전 앞마당에서도 고도가 높은 편이라 전각 지붕 너머로 산 능선이 여러 겹 이어진다. 

무량수전 서쪽에는 사찰 이름의 유래가 된 부석이 자리한다. 부석은 한자로 '뜰 부'와 '돌 석'을 쓰며, 위쪽 바위가 아래쪽 바위에 완전히 붙지 않고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뜬돌'이라 불렸다. 부석사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전한다.

부석에는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에 관한 창건 설화도 남아 있다. 의상이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온 뒤 절을 세우려 할 때 선묘가 용으로 변해 의상을 도왔고, 큰 바위를 공중에 띄워 절터를 지켰다는 이야기다. 지금 남아 있는 부석은 사찰 이름의 유래와 창건 설화를 함께 전하는 장소다.

무량수전 뒤편 길을 따라 북동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조사당에 닿는다. 조사당은 의상대사의 초상을 모신 전각으로 정면 3칸, 측면 1칸 규모다. 국가유산포털은 고려 후기 건축물로 분류하고 있으며, 1377년 다시 지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크기는 무량수전보다 작지만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모습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어 국보로 지정돼 있다.

공영주차장에서 조사당까지 걷는 2시간 코스

부석사 조사당 인근 산길과 붉고 노랗게 물든 가을 단풍. (AI 생성) / 온더투어
부석사 조사당 인근 산길과 붉고 노랗게 물든 가을 단풍. (AI 생성) / 온더투어

부석사 산책은 관광지 입구 공영주차장 부근에서 시작해 조사당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잡으면 된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무량수전까지 오른 뒤 부석과 조사당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전각 관람과 사진 촬영 시간을 포함하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초반 은행나무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천왕문을 지나면서 돌계단과 오르막이 많아진다. 안양루에서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조사당으로 향하는 길도 경사가 있어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이나 아침에는 낙엽과 돌계단에 물기가 남아 미끄러울 수 있다.

단풍철 주말에는 관광지 입구 주변으로 차량이 몰릴 수 있어 이른 시간에 도착하면 주차와 관람이 한결 수월하다. 신발은 밑창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좋고, 봉황산 중턱은 평지보다 바람이 차게 느껴질 수 있어 얇은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

은행나무길 약 800m
단풍 시기 10월 중하순~11월 초
세계유산 등재 2018년
주요 산책 코스 일주문→천왕문→안양루→무량수전→조사당
관람 시간 약 2시간
주소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 가을 단풍 성수기에는 진입로 1차선 도로가 심하게 막히니, 늦어도 오전 9시 전에는 공영주차장에 도착해야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

- 안양루와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가파르고 바닥에 깔린 낙엽 때문에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밑창이 튼튼한 운동화를 꼭 신어야 한다.

- 소백산맥 자락 고지대에 위치해 평지보다 바람이 훨씬 차갑게 부니, 입고 벗기 편한 바람막이나 겉옷을 가방에 챙겨 체온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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