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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 가을꽃이 피어나고 있다. 국화와 코스모스를 보러 유명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경북 문경에는 산속의 작은 사찰을 중심으로 넓은 꽃밭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가을이면 보라색 꽃이 산비탈을 뒤덮어 평소 조용하던 사찰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경북 문경시 호계면 월방산 중턱에 자리한 봉천사다. 사찰 주변에는 가을꽃인 개미취가 무리 지어 피어나며, 꽃밭 사이로 커다란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평지에 조성된 꽃밭과 달리 산의 경사를 따라 꽃이 피어 있어 걷는 위치에 따라 풍경도 달라진다.
봉천사 개미취 군락지의 면적은 약 2만 3100㎡로, 국제 규격 축구장 세 개보다 넓다. 산비탈을 따라 보라색 꽃이 펼쳐져 있어 높은 곳에서는 꽃밭과 주변 산세를 함께 내려다볼 수 있다. 지금은 문경의 가을 명소로 알려졌지만, 처음부터 넓은 꽃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위와 잡초가 많던 산비탈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기까지는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꽃 7송이에서 시작해 12년 만에 2만 3100㎡로 넓어진 군락지
봉천사의 개미취 꽃밭은 지정 스님이 월방산 중턱에 꽃을 심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찰 주변은 바위와 잡초가 무성한 야산으로, 경사진 곳이 많아 꽃을 가꾸기에도 쉽지 않았다. 지정 스님은 직접 돌을 골라내고 땅을 정리한 뒤 개미취 일곱 송이를 심었다. 지금은 산비탈을 가득 채운 꽃밭이지만 처음에는 작은 땅에 심은 꽃 몇 송이가 전부였다.
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가을이면 노란 꽃술을 중심으로 연보라색 꽃잎이 펼쳐진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이듬해 다시 싹을 틔우는 식물로, 봉천사에서도 해마다 꽃이 자라는 자리를 넓히며 군락지를 가꿔왔다. 지정 스님이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꽃을 옮겨 심는 작업을 이어간 결과, 처음 일곱 송이로 시작한 꽃밭은 3년 만에 약 1000㎡까지 넓어졌다.
4년 차에는 꽃밭 면적이 3300㎡로 늘어났고, 이후에도 산비탈을 따라 개미취를 심는 작업이 계속됐다. 꽃이 자랄 수 있도록 돌을 치우고 흙을 정리하는 일을 해마다 반복하면서 군락지는 조금씩 넓어졌다.
그렇게 12년 동안 가꾼 꽃밭은 현재 약 2만 3100㎡ 규모에 이른다. 처음에는 일곱 송이에 불과했던 개미취가 이제는 국제 규격 축구장 세 개보다 넓은 면적에 걸쳐 피어나고 있다.
매년 3월부터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봉천사 꽃밭
봉천사의 개미취 군락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지정 스님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손길도 이어졌다. 꽃밭이 넓어지면서 관리할 곳이 많아졌고, 주민들도 꽃을 심고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에 힘을 보탰다. 특히 사찰 주변은 경사진 산비탈이 많아 평지보다 손이 많이 가는 곳이다.
꽃밭 관리는 매년 3월부터 시작된다. 봄에는 겨우내 남은 마른 줄기와 잡초를 정리하고, 새싹이 자라기 시작하면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주변을 손질한다.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고 꽃이 지나치게 빽빽한 곳을 솎아내는 작업도 이어진다. 가을에 개미취가 피기까지 여러 차례 손질해야 하는 만큼 한 해 동안 꽃밭 관리에 들어가는 손길만 약 1400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꽃밭을 조성하면서 기존 산비탈의 지형도 최대한 살렸다. 땅을 평평하게 깎아내는 대신 경사를 따라 꽃을 심고, 곳곳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와 소나무도 그대로 남겨뒀다. 덕분에 꽃밭은 일정한 높이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산의 굴곡을 따라 위아래로 이어진다.
탐방로를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도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낮은 곳에서는 개미취가 눈앞까지 펼쳐지고,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꽃밭 너머로 주변 산자락이 보인다. 바위와 소나무 사이에도 개미취가 피어 있어 산길을 따라 이동하며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개미취 사이에 코스모스까지 심은 이유
봉천사 꽃밭에는 개미취뿐 아니라 흰색과 보라색 코스모스도 함께 피어난다. 약 4년 전부터 개미취 군락 사이에 코스모스를 심기 시작했는데,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비해 꽃밭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기온이나 강수량에 따라 개미취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곳이 생기더라도 코스모스가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꽃은 모두 가을에 피지만 꽃잎의 생김새와 색감에는 차이가 있다. 개미취는 노란 꽃술 주변으로 가느다란 연보라색 꽃잎이 촘촘하게 펼쳐지고, 코스모스는 상대적으로 넓은 꽃잎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 보면 보라색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다른 꽃이 섞여 피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꽃밭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자리한 커다란 바위도 눈에 들어온다. 봉천사에는 등대바위와 좌선대, 봉천마루 등 이름이 붙은 장소들이 있으며, 주변의 소나무와 개미취가 어우러져 있다. 특히 등대바위는 꽃밭 사이로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어 사진 촬영 장소로도 좋은 곳이다.
꽃밭 너머로 펼쳐지는 학가산과 삼강 풍경
봉천사는 월방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꽃구경과 함께 주변 산세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개미취가 핀 산비탈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낮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가까이에는 보라색 꽃밭이 펼쳐지고, 멀리에는 여러 겹의 산 능선이 겹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경북 안동과 예천에 걸쳐 있는 해발 882m의 학가산도 바라볼 수 있다.
주변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곳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삼강 일대다.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자리한 삼강은 세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곳으로, 봉천사에서도 멀리 삼강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형을 조망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강줄기가 보이는 정도는 날씨와 관람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햇빛이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늦은 오후도 좋은 시간대다. 한낮에는 꽃밭 전체에 햇빛이 고르게 들어오지만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바위와 꽃 사이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봉천사 개방시간과 방문 전 알아둘 사항
봉천사는 경북 문경시 호계면 봉서2길 201에 있으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연중 개방한다. 개미취가 피는 가을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방문할 수 있지만, 보라색 꽃밭을 보려면 개화 시기를 확인하고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개미취는 날씨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달라지며, 같은 군락지 안에서도 햇볕을 받는 정도에 따라 개화 상태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자가용으로 방문한다면 사찰 주변에 마련된 주차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찰로 올라가기 전 봉서리 39-4 부근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어 미리 들르기에도 편하다. 다만 가을철 방문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비교적 한산한 오전 시간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꽃밭을 둘러볼 때는 신발과 복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봉천사 주변 탐방로는 산비탈을 따라 이어져 있어 곳곳에 경사가 있고 바닥이 고르지 않은 구간도 있다. 특히 비가 내린 뒤에는 흙길과 바위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바닥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개화 상태 확인하기: 방문 전 개미취 개화 상황을 확인하면 꽃이 가장 많이 핀 시기에 맞춰 갈 수 있다.
사진 촬영 시간 정하기: 늦은 오후에는 햇빛이 비스듬하게 들어와 꽃밭과 주변 산세를 함께 담기 좋다.
편한 운동화 착용하기: 경사진 흙길과 바위 구간이 있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고 걷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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