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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강원도 산자락에도 단풍이 짙어지고 있다. 한낮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고, 숲길에는 붉고 노랗게 물든 낙엽이 하나둘 쌓인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는 유명 관광지마다 나들이객이 몰리지만, 복잡한 곳을 벗어나 조용히 가을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산속에 자리한 수목원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가을 수목원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와 꽃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어 천천히 걷는 나들이에 잘 어울린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잠시 쉬어가거나, 전망이 트인 곳에서 주변 산자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숲이 깊어질수록 나무마다 물드는 색이 달라져 산책하는 동안 가을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는 약 26만㎡ 규모의 척야산 문화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다. 축구장 36개 안팎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에 약 10만 주의 꽃이 자라는 곳으로, 계절마다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청로각비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돌아오는 순환 코스
탐방은 청로각비가 서 있는 입구에서 시작한다. 공식 코스는 이곳을 출발해 척야산 정상을 지나고, 아랫용호터와 용호대길을 거쳐 다시 청로각비로 돌아오는 순환 동선이다.
올라간 길로 그대로 내려오지 않으니 길을 헤맬 걱정이 적고,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만나는 풍경도 서로 다르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90분이 걸리며, 하산 시간과 비석 앞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하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정상에 서면 용호강이 눈앞에 펼쳐져 오르막의 수고를 시원한 조망으로 돌려받는다.
4월 개나리와 목련, 5월 철쭉으로 달라지는 산자락의 색
이 수목원은 꽃과 나무를 정돈된 화단에 모아 두지 않고 산세를 따라 자라는 그대로 보여 준다. 비탈과 길가에 흩어진 꽃들이 철마다 차례로 피고 지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걸어도 어느 달에 가느냐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라진다.
4월에는 개나리와 목련이 먼저 숲을 밝히고, 5월에는 철쭉이 뒤를 이어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숲길에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 덕분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소개도 따른다. 이 꽃들은 모두 봄꽃이라 10월 지금은 꽃 대신 비석과 조형물, 정상 조망을 중심으로 걷게 된다. 꽃을 보려면 2027년 4월 이후로 일정을 잡는 편이 좋다.
| 시기 | 볼 수 있는 꽃 |
|---|---|
| 4월 | 개나리, 목련 |
| 5월 | 철쭉 |
광개토대왕비 모형과 발해 석등이 산길에 서 있는 이유
수목원 곳곳에는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다. 고구려시대 광개토대왕비와 발해시대 석등, 요망대도 함께 자리한다. 공개 자료에는 광개토대왕비 모형과 대형 발해 석등 재현물,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의 어록을 새긴 비석까지 소개돼 있다.
각각의 배경을 알고 보면 산길이 짧은 역사 탐방으로 바뀐다. 광개토대왕비는 414년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려 세운 비석이다. 높이가 6m를 넘고 원본은 중국 지린성 지안에 있다. 발해는 대조영이 698년에 세운 나라로 926년까지 이어졌고, 석등의 원형은 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의 발해 상경성 터에 남아 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으며 이듬해인 1910년 3월 26일 순국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일으켰고, 이 거사는 김구 선생이 이끈 한인애국단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 조형물들은 동창만세운동을 이끈 김덕원 의사의 뜻을 기리는 취지로 조성됐다. 동창은 수목원이 있는 내촌면 일대의 지명이어서, 고구려와 발해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이야기가 이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와 맞닿는다.
바위마다 붙은 전설과 내촌천 용바위의 '대한민국만세' 암각
산 곳곳의 바위와 지명에도 전설이 전해 온다. 약수터 영천, 까막죽배기, 벼락바위가 대표적이며, 이름의 유래를 알고 걸으면 같은 바위도 다르게 보인다. 수목원에서 가까운 내촌천 용바위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 염원을 담은 '대한민국만세' 암각이 발견됐다는 안내가 있다. 수목원 탐방을 마친 뒤 이 바위까지 들르면 산 안에서 읽은 이야기를 바깥 현장에서 이어 볼 수 있다.
출발 전에는 자세한 운영 상황을 홍천군 관광 누리집이나 전화 문의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길이 중심인 코스인 만큼 일정은 여유 있게 짜야 한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하산 시간까지 계산해 오전에 출발하기
정상까지 올라가는 시간에 내려오는 시간이 더해지므로, 해가 지기 전에 입구로 돌아오려면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출발하는 편이 안전하다.
2. 걷기 편한 운동화와 물 준비하기
굽이 낮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필요하다. 코스 안에서 물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출발 전에 넉넉히 챙긴다.
3. 비석 앞에서 한 번 멈춰 읽어 보기
코스 곳곳의 비석과 조형물은 걷는 속도로 지나치면 놓치기 쉽다. 말씀을 새긴 비석 앞에서는 잠시 멈춰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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