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전 무덤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가을이면 단풍길 열리는 국내 무료 산책 명소

창녕 사진공모전 금상 김범용의 '교동고분군의 가을' /창녕군
창녕 사진공모전 금상 김범용의 '교동고분군의 가을' /창녕군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가 물든 모습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걷고 싶어진다. 멀리 산을 오르지 않고도 탁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완만한 언덕을 따라 길이 난 고분군도 가을 나들이 장소로 좋다. 오래된 무덤 사이를 걷는 동안 주변 풍경과 함께 지역의 옛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다.

경남 창녕의 교동고분군에는 약 1600년 전 비화가야 지배층의 무덤이 모여 있다. 둥글게 솟은 봉분이 구릉을 따라 펼쳐져 언뜻 언덕 공원처럼 보이지만, 봉분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오래전 창녕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입장료도 예약도 없이 걸어 들어가는 창녕의 가을 무덤길

창녕 사진공모전 대상 장용식의 '비화가야 천년의 꿈' / 창녕군
창녕 사진공모전 대상 장용식의 '비화가야 천년의 꿈' / 창녕군

교동고분군은 매표소를 거치거나 시간을 맞춰 입장할 필요가 없어, 봉분 사이를 천천히 돌아보는 데 반나절 정도를 잡으면 넉넉하다. 탁 트인 하늘 아래 봉분의 곡선을 보며 걷는 동안 도심에서는 얻기 어려운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함께 사적 제514호로 지정돼 있고, 2023년 9월에는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 등 나머지 여섯 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에 이름을 올렸다.

구분 내용
주소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교리 130-1
입장료 없음
개방 연중 상시
주차 주변 주차장 이용
단풍 시기 10월 하순~11월 중순
지정 현황 사적 제514호, 2023년 9월 세계유산 등재

국도 양쪽에 180여 기, 복원의 손길이 더해진 무덤 지대

창녕 교동고분군 국도 가장자리에서 본 봉분과 목마산 자락. / 국가유산포털
창녕 교동고분군 국도 가장자리에서 본 봉분과 목마산 자락. / 국가유산포털

교동을 남북으로 가르는 국도를 기준으로 서쪽 구릉에 70여 기, 동쪽 목마산 기슭에 80여 기가 자리한다. 여기에 송현동고분군과 맞닿은 인접 지역의 30여 기를 더하면 180여 기가 하나의 무덤 지대를 이룬다. 국도가 두 구역을 갈라놓고 있어 한쪽만 보고 돌아서면 절반을 놓치게 되는데, 양쪽을 모두 걸으려면 차량이 오가는 길을 건너야 한다.

대부분의 고분은 복원과 정비가 끝나 봉분 윤곽을 비교적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이후 도굴과 경작지 개간이 이어지면서 무덤이 훼손되고 모양이 달라졌기 때문에, 오늘 보는 풍경에는 복원의 손길이 상당 부분 더해져 있다. 둥근 봉분 위로 단풍이 내려앉은 모습이 옛 그대로가 아니라 복원을 거친 결과라는 점을 알고 걸으면 봉분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구역 고분 수
국도 서쪽 구릉 70여 기
국도 동쪽 목마산 기슭 80여 기
송현동고분군 인접 지역 30여 기

일본인 학자의 소개로 알려진 무덤, 광복 뒤 본격 조사는 한참 늦었다

교동고분군이 학계에 알려진 계기는 1911년 세키노의 소개였고, 1917년에는 이마니시가 분포 조사를 벌였다. 1918년에는 제21호분과 제31호분이 발굴됐으며, 1918년부터 1919년 사이에는 제5호분부터 제12호분, 제81호분, 제91호분이 조사됐다. 문제는 이 시기 발굴조사보고서가 대부분 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적조사보고서에 실린 제21·31호분 조사 내용이 보고서로 남은 주요 자료로 꼽힌다.

그럼에도 출토품은 방대했다. 1918년에 조사된 교동 제5~12·21·31호분과 송현동 제89·91호분의 출토품은 마차 20대와 화차 2량 분량에 해당한다고 전해진다. 당시 나온 유물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으로 넘어가 지금도 현지 박물관과 개인 수집품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이 유적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목이다. 광복 뒤 본격적인 조사는 한참 늦게 이뤄졌다. 1992년에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2009년에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부분 조사에 나섰다.

연도 조사 내용
1911년 일본인 학자 세키노가 학계에 소개
1917년 이마니시 분포 조사
1918년 제21호분·제31호분 발굴
1918~1919년 제5~12호분, 제81호분, 제91호분 조사
1992년 동아대학교 박물관, 목마산 기슭 A군 조사
2009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부분 조사

주차장 공사 중 드러난 무덤, 목마산 기슭 대형 봉분이 알려 준 쌓는 방식

창녕 교동고분군 봉분 가장자리에 돌을 두른 모습. / 국가유산포털
창녕 교동고분군 봉분 가장자리에 돌을 두른 모습. / 국가유산포털

2009년 조사는 주차장 정지사업을 하던 도중 부지에서 고분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확인 결과 앞트기식돌방무덤으로 판명됐는데, 한쪽에 출입구를 내어 시신을 안치한 뒤 입구를 막는 방식의 무덤이다. 방문객이 차를 세우는 자리 가까이에도 무덤이 묻혀 있었던 셈이다.

1992년 조사는 목마산 기슭 A군의 대형 제1·3호분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주변 지하에서 확인된 소형 제2·4·5호분까지 모두 5기가 대상이었다. 제1·3호분의 봉토는 중앙축을 기준으로 16개에서 36개의 작업구역을 나누어 쌓는 유사판축 수법으로 만들어졌고, 가장자리에는 깬돌 둘레돌이 둘러져 있었다. 둘레돌 바깥에서는 180㎝ 간격으로 기둥구멍이 확인됐다. 둘레돌이 직선으로 놓여 있어 봉분의 평면은 원형보다 다각형에 가까웠고, 제3호분은 둘레돌 열 기준 직경이 25m에 이른다. 멀리서 보면 둥글어 보이는 봉분도 가까이서 가장자리를 살피면 각진 선이 드러나는 이유다.

제3호분의 돌방은 길이 720㎝, 폭 130㎝, 높이 220㎝이며 천장에는 장대석 9매를 걸쳐 평평하게 덮었다. 양쪽 장벽과 바닥에는 사각 나무 기둥을 각각 6매씩 세우거나 눕혀 덧널을 먼저 짜 올린 뒤, 나무 기둥 사이에 석축을 쌓은 흔적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돌무지덧널무덤이 변형된 형태로 추정된다.

순장 흔적과 금은 장신구, 창녕박물관과 진흥왕 척경비로 이어 보는 하루

돌방 입구 아래 바닥 공간에서 수습된 치아와 사람 뼛조각으로 제1호분에서 3명, 제3호분에서 2명이 순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순장은 지배층이 죽었을 때 가까운 사람을 함께 묻는 장례 풍습으로, 같은 비화가야 권역인 송현동 고분에서도 순장 인골이 나와 당시 창녕 지배층의 장례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

출토품은 장신구, 말갖춤, 도구, 무기, 토기로 나뉜다. 은제관식 조각과 은제허리띠 조각, 금제 굵은고리귀걸이, 금은제 가는고리귀걸이, 유리구슬이 장신구로 나왔고, 말띠드리개·재갈·발걸이 같은 말갖춤과 쇠낫·쇠도끼·쇠보습·쇠자루자귀 같은 도구도 확인됐다. 판갑옷, 계갑, 관모, 쇠화살촉, 쇠투겁창, 쇠칼, 철검 등 무기류와 함께 긴목항아리, 짧은목항아리, 원통모양그릇받침, 뚜껑굽다리접시 같은 창녕식 토기도 나왔다.

분류 주요 출토품
장신구 은제관식 조각, 은제허리띠 조각, 금제 굵은고리귀걸이, 금은제 가는고리귀걸이, 유리구슬
말갖춤 말띠드리개, 재갈, 발걸이
도구 쇠낫, 쇠도끼, 쇠보습, 쇠자루자귀
무기 판갑옷, 계갑, 관모, 쇠화살촉, 쇠투겁창, 쇠칼, 철검
토기 긴목항아리, 짧은목항아리, 원통모양그릇받침, 뚜껑굽다리접시

현장에서 봉분의 크기와 배치를 눈으로 확인한 뒤에는 창녕박물관을 함께 찾는 동선이 어울린다. 백과사전 자료에는 이곳에 계성고분군과 교동고분군 출토품을 포함한 가야시대 유물 300여 점이 전시된 것으로 안내돼 있다. 같은 읍내에는 561년에 세워진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가 있어, 가야 무덤을 본 뒤 6세기 중반 이 지역이 신라 영역에 들어간 시기의 기록까지 하루 일정으로 묶어 볼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같은 창녕군에 있는 우포늪(1998년 람사르 습지 등록)까지 둘러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10월 하순 이후라면 단풍 든 언덕의 풍경과 박물관의 실물 유물을 한 번에 견줘 볼 수 있다. 야외 유적이라 비가 오거나 해가 짧아지는 늦은 오후에는 둘러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고분을 먼저 걷고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순서가 무난하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봉분 사이 길은 바닥 단단한 운동화로

구릉 위 흙길과 잔디 비탈이 이어져 굽 높은 신발은 불편하다. 낙엽이 쌓인 날에는 미끄러울 수 있어 바닥이 단단한 운동화가 안전하다.

2. 국도 양쪽 구역 모두 둘러보기

서쪽 구릉과 동쪽 목마산 기슭이 국도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어 한쪽만 보면 절반을 놓친다. 차량이 다니는 길이므로 좌우를 살핀 뒤 건너야 한다.

3. 창녕박물관 휴관일 사전 확인

고분을 본 뒤 가야시대 유물 300여 점을 이어서 보려면 박물관 운영 여부가 중요하다. 출발 전에 휴관일과 관람 시간을 확인해 두면 헛걸음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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