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의 발길따라 ④] "하늘에서 불꽃이 비처럼 내립니다…" 낙동강 절벽에서 펼쳐지는 국내 이색 야경 명소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앞에서 펼쳐진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하는 방문객들. / 하회선유줄불놀이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앞에서 펼쳐진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하는 방문객들. / 하회선유줄불놀이

10월 24일 토요일 저녁,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낙동강변에서 ‘2026 하회선유줄불놀이’가 열렸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강 건너 부용대 절벽과 만송정 소나무 숲 사이에 설치된 줄에서 불꽃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길게 이어진 줄을 따라 수많은 불꽃이 비처럼 떨어졌고, 부용대 절벽에서도 낙화가 흩날리며 낙동강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밤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는 일반 불꽃놀이와 달리 강 위로 불빛이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낙동강 위로 쏟아지는 줄불과 낙화의 장관

하회선유줄불놀이 공연 중 밤하늘에서 불꽃이 길게 떨어지는 모습. / 온더투어
하회선유줄불놀이 공연 중 밤하늘에서 불꽃이 길게 떨어지는 모습. / 온더투어

본 행사에 앞서 안동시립합창단과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열리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국가무형유산 제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끝나고 날이 어두워지자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에 길게 설치된 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줄을 따라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면서 낙동강 위로 줄불이 길게 이어졌다.

이어 부용대 절벽에서는 불붙은 낙화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고, 낙동강 위에는 달걀 껍데기 안에 불을 밝혀 띄운 달걀불이 잔잔하게 떠다녔다. 줄을 따라 타오르는 불빛과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화가 어우러지면서 강변은 금세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밤하늘에서 요란하게 터지는 불꽃놀이와 달리 작은 불빛들이 천천히 떨어지고 강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부용대 절벽과 만송정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순서 위치 모습
사전 공연 본 행사 전 시립합창단·하회별신굿탈놀이
줄불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 강 위로 길게 이어진 불빛
낙화 부용대 절벽 폭포처럼 쏟아지는 불빛
달걀불 낙동강 물 위 강물을 수놓는 불빛

조선시대 양반들의 뱃놀이에서 시작된 하회선유줄불놀이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에 설치된 줄에서 불꽃이 쏟아지는 하회선유줄불놀이 현장. / 하회선유줄불놀이
부용대와 만송정 사이에 설치된 줄에서 불꽃이 쏟아지는 하회선유줄불놀이 현장. / 하회선유줄불놀이

하회마을에서 선유줄불놀이가 열리는 이유는 마을의 지형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뱃놀이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곳으로, 하회(河回)라는 이름도 강물이 마을을 돌아 흐르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며, 마을 안에는 보물로 지정된 양진당과 충효당 등 오래된 고택이 남아 있다. 2010년에는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회선유줄불놀이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낙동강에서 즐기던 뱃놀이에서 시작됐다. 당시 양반들은 음력 7월 16일 밤이면 나룻배에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강 위에서 시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다. 배를 타고 즐기는 놀이라는 뜻에서 선유(船遊)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밤늦도록 뱃놀이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뱃놀이가 열리는 동안 강 건너 부용대 절벽과 만송정 소나무 숲 사이에는 긴 줄을 걸어 불을 밝혔고, 부용대에서는 불붙은 낙화를 강 아래로 떨어뜨렸다.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에서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절벽에서는 작은 불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오늘날 하회마을에서 열리는 선유줄불놀이는 당시의 뱃놀이와 불놀이를 재현한 행사다.

구분 내용
장소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낙동강변
세계유산 등재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무대 부용대 절벽과 만송정 소나무 숲 사이 낙동강
유래 음력 7월 16일 양반들의 나룻배 뱃놀이

10월 31일 마지막 공연, 관람 시간과 예약 방법

2026 하회선유줄불놀이 및 하회야연 행사 일정과 관람 안내 포스터. / 안동 하회마을
2026 하회선유줄불놀이 및 하회야연 행사 일정과 관람 안내 포스터. / 안동 하회마을

올해 하회선유줄불놀이는 5월 2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총 10회 진행된다. 안동시가 한국정신문화재단, 하회마을보존회와 함께 운영하며, 모든 공연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10월에는 3일과 10일, 17일, 24일, 31일 등 매주 토요일에 열리며, 공연 시간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다. 가을에는 해가 일찍 지는 점을 고려해 다른 달보다 공연 시작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행사장에는 오후 1시부터 입장할 수 있어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회마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올해 마지막 공연은 10월 31일로 예정돼 있으며, 관람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한다.

정규 공연과 별도로 안동소주와 지역 음식을 즐기며 줄불놀이를 감상하는 '하회야연'도 열렸다. 9월 19일과 10월 4일에 진행된 행사로, 낙화와 선유, 달걀불을 관람하면서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만 일반 줄불놀이 공연과는 관람 요금과 운영 방식이 달라 정규 공연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구분 내용
10월 시연일 3일·10일·17일·24일·31일 (매주 토요일)
공연 시간 오후 6시~8시
행사장 입장 오후 1시부터
관람료 1인 1만 원 (24개월 이하 무료)
하회야연 9월 19일·10월 4일 별도 운영

행사 당일에는 차량 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져 도로가 막히거나 크게 혼잡한 모습은 없었다. 다만 공연이 시작되면 앞쪽으로 이동하는 관람객이 많아 뒤에서 보는 사람들은 시야가 가려질 수 있다.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고, 사진을 찍을 때도 주변 관람객을 배려하는 편이 좋다.

10월 하순에는 해가 지면서 낙동강변의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찬 바람도 불기 때문에 옷차림에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백사장에 앉아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라면 두꺼운 돗자리나 캠핑 의자를 준비하는 편이 편하다.

공연이 끝난 뒤 찾은 월영교, 낙동강을 밝힌 야경

둥근 가로등 불빛 아래 월영교 나무다리를 걷는 방문객들. / 온더투어
둥근 가로등 불빛 아래 월영교 나무다리를 걷는 방문객들. / 온더투어

하회마을에서 선유줄불놀이를 관람한 뒤에는 안동 시내로 이동해 월영교를 찾았다. 월영교는 낙동강 위에 놓인 길이 387m, 폭 3.6m의 나무다리로,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알려져 있다. 2003년 4월에 세워졌으며, 다리 한가운데에는 팔각 지붕을 얹은 월영정(月映亭)이 자리하고 있다. 밤이 되면 다리와 정자에 노란 조명이 켜지고, 강물에도 불빛이 길게 비쳐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다리 위에는 대나무를 닮은 긴 기둥에 둥근 한지 등을 매단 가로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난간 아래에도 작은 조명이 이어져 있어 밤에도 주변을 살피며 걸을 수 있다. 은은한 불빛이 나무 상판을 비추는 가운데 연인과 가족들이 다리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고, 강물에는 월영정과 가로등 불빛이 비쳐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낸다.

야간 조명이 켜진 안동 월영교와 다리 한가운데 자리한 월영정 / 온더투어
야간 조명이 켜진 안동 월영교와 다리 한가운데 자리한 월영정 / 온더투어

월영교에는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담겨 있다.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택지를 개발하던 중 조선시대 무덤이 발견됐는데, 무덤을 옮기는 과정에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가 쓴 한글 편지 '원이 엄마의 편지'가 함께 나왔다.

무덤에서는 아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미투리도 발견됐다. 월영교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이 담긴 미투리 모양을 본떠 만든 다리로 알려져 있다.

초승달 모양 문보트부터 단풍길과 야간 조명까지

안동 월영교 인근 낙동강에서 운행하는 초승달 모양의 문보트. / 온더투어
안동 월영교 인근 낙동강에서 운행하는 초승달 모양의 문보트. / 온더투어

월영교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문보트를 타고 낙동강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문보트는 최대 3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조이스틱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운전하는 방식이다.

이용 요금은 보트 1대당 30분에 2만 8000원으로, 강 위를 천천히 이동하며 조명이 켜진 월영교와 주변 풍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을 단풍과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안동 월영교 주변 강변 데크길. / 온더투어
을 단풍과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안동 월영교 주변 강변 데크길. / 온더투어

월영교에서 강변을 따라 걸으면 나무 데크로 이어진 산책길도 만날 수 있다. 늦가을을 맞아 주변 나무들은 노란색과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무 아래 설치된 조명이 가지와 잎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데크 난간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불이 켜져 있어 강을 바라보며 밤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안동 월영교 인근 다리의 야경. / 온더투어
안동 월영교 인근 다리의 야경. / 온더투어

산책길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하면 월영교 인근의 영락교 야경도 볼 수 있다. 영락교는 월영교와 함께 야간 조명시설이 정비된 다리로, 밤이면 다리와 강 주변에 불이 들어온다. 현장에서 본 다리에는 파란색과 빨간색, 노란색 조명이 어우러진 장식이 이어져 있었고, 위쪽에는 초승달과 별 모양의 불빛이 켜져 있었다.

다리 아래까지 조명이 비치면서 강물에도 여러 색의 불빛이 반사돼 월영교와는 또 다른 야경을 보여줬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예약 오픈일에 '경북봐야지' 확인

예약은 시연일 한 달 전부터 순차로 열리는 것으로 안내돼 있고,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회차인 10월 31일은 남은 입장권이 있는지 경북봐야지에서 먼저 확인한다.

2. 현장 판매 줄은 오전 9시 전 도착

현장 판매는 오전 11시에 시작하지만 줄은 오전 9시부터 선다. 10월 17일에는 선착순 300명 줄이 판매 시작 전에 모두 찼다.

3. 판매 마감 뒤에도 취소표 대기 문의

판매가 마감돼도 안내요원에게 취소표 대기가 가능한지 물으면 줄 뒤에 설 수 있다. 10월 17일에는 취소표가 30장 나왔고 약 40분을 기다려 오전 11시 40분께 입장권을 구했지만, 취소표 수는 회차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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