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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투어
가을이 깊어지면 붉고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를 천천히 걷고 싶어진다. 높은 산에 오르기보다 물소리를 들으며 가을 풍경을 둘러보고 싶을 때는 계곡길이 떠오른다. 나뭇잎이 물 위로 내려앉고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걷다 보면 쉬어갈 자리에서도 한동안 발길이 머문다.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죽계구곡에서는 사과 과수원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며 가을 산책을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초암사까지 걸을 수도 있고, 중간에서 돌아와 짧게 둘러볼 수도 있어 머물 시간에 맞춰 코스를 고르기 좋다.
시간만 정하면 출발할 수 있는 계곡길
죽계구곡의 주소지는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다. 배점리에서 초암사까지 이어지는 계곡 구간이 약 6.6km이며, 완주 동선은 배점주차장에서 출발해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형이다. 올라간 길을 되짚어 내려오기 때문에 차를 세워 둔 곳으로 돌아오려고 따로 이동 수단을 알아볼 필요가 없다.
비용 부담도 없다. 일부 공개 자료 기준으로 배점리 주차장과 초암사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한국관광공사 안내의 소백산국립공원 북부 주차 정보에는 삼가주차장과 초암주차장이 올라 있다. 죽계구곡이 속한 소백산은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최고봉인 비로봉은 높이가 1439m에 이른다. 그 산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이 죽계구곡의 계곡을 이룬다.
| 항목 | 내용 |
|---|---|
| 위치 | 경북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
| 개방 | 상시 개방, 연중무휴 |
| 입장료 | 전면 무료 |
| 주차장 | 배점리·초암사 주차장 무료(공개 자료 기준) |
| 단풍 절정 | 10월 하순~11월 초순 |
제5곡 쉼터에서 돌아서도, 초암사까지 올라가도 되는 두 갈래 코스
단축 코스는 죽계교에서 제5곡까지 다녀오는 길로 왕복 1시간쯤 걸린다. 제5곡에는 쉼터가 마련돼 있어 물가에 앉아 숨을 돌린 뒤 되돌아올 수 있고, 점심 전에 가볍게 걷고 다른 일정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에게 맞는다. 완주 코스는 제5곡을 지나 제9곡을 거쳐 초암사까지 오르는 왕복 6.6km 길이다. 걷는 시간만 약 3시간이어서 사찰 경내에서 쉬는 시간까지 더하면 반나절을 잡아야 한다.
두 코스 모두 길이 완만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길과 달리 물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형태여서, 일행 가운데 걸음이 느린 사람이 있어도 속도를 맞추기 쉽다. 처음부터 완주를 정하기 어렵다면 제5곡까지 먼저 걸어 보고 체력을 가늠해 초암사 방향을 이어갈지 정하는 방법도 있다.
| 구분 | 단축 코스 | 완주 코스 |
|---|---|---|
| 구간 | 죽계교~제5곡 | 배점주차장~초암사 |
| 거리·시간 | 왕복 약 1시간 | 왕복 6.6km, 약 3시간 |
| 종점 | 제5곡 쉼터 | 초암사 |
| 코스 형태 | 왔던 길로 복귀 | 원점 회귀형 |
사과 과수원을 지나 흙길에서 암반 데크길까지
영주는 사과 산지로 알려진 고장이어서 가을이면 열매가 달린 과수원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게 된다. 죽계구곡길 표지석을 지나면 제1곡부터 제3곡까지 물가를 따라 흙길이 이어지고, 제5곡에서 쉼터를 만난다. 제6곡부터 제9곡 사이에서는 암반 위로 놓인 데크길을 걷게 되며, 이 길이 끝나는 자리에 초암사가 있다. 내려올 때는 계곡 숲길을 따라 배점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물길 곁에는 기암괴석과 소, 폭포가 줄지어 나타난다. 물은 소백산국립공원의 지하수가 모여 흐르는 것으로 소개돼, 굽이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바위 모양과 물이 고인 깊이가 달라 보인다. 흙길과 나무 데크, 암반을 차례로 밟는 동안 발에 닿는 감촉도 계속 바뀐다.
그늘진 구간이 많아 햇볕은 피하기 좋지만 아침저녁에는 기온이 낮은 곳이 있어 가벼운 바람막이나 겉옷을 챙기는 편이 낫다. 물에 젖을 수 있는 바위 구간과 흙길을 지나야 하므로 신발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트레킹화나 편안한 운동화가 알맞다.
부석사보다 먼저 의상대사가 초막을 짓고 수행했다는 계곡 끝 사찰
완주 코스의 종착지인 초암사(영주시 순흥면 죽계로315번길 330)는 신라 의상대사가 초막을 짓고 수행하던 자리에서 비롯된 사찰이다.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세운 때는 676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암사에서 수행한 시기는 그보다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부석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고, 무량수전이 국보 제18호로 지정돼 있다. 영주의 사찰 내력을 거슬러 오를 때 초암사가 빠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내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인 삼층 석탑과 대웅전, 범종각이 있다. 이 터는 6·25 전쟁으로 소실됐다가 복원돼, 지금의 전각들은 전란을 지나 다시 세운 모습이다. 초암사 일대는 소백산 비로봉 방면 탐방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계곡을 3시간 가까이 걸어 올라온 사람에게는 석탑 앞에 서는 순간이 그만큼 다르게 읽힌다.
| 항목 | 내용 |
|---|---|
| 주소 | 영주시 순흥면 죽계로315번길 330 |
| 유래 | 신라 의상대사가 초막을 짓고 수행하던 터 |
| 경내 | 삼층 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대웅전, 범종각 |
| 이력 | 6·25 전쟁으로 소실된 뒤 복원 |
| 부석사 | 676년 창건,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
퇴계 이황이 아홉 굽이에 이름 붙이고 시를 남겼다는 계곡
죽계구곡이라는 이름은 아홉 굽이마다 지형과 경관이 다르게 놓인 데서 나왔다. 구곡은 중국 송나라 주희가 머문 무이산의 무이구곡에서 비롯된 이름 붙이기로, 조선의 선비들이 각지의 계곡에 아홉 굽이를 정해 두고 시를 지으며 학문과 사색을 즐겼다. 퇴계 이황이 이 경관에 매료돼 굽이마다 이름을 짓고 시를 남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죽계라는 이름은 고려 후기 문장가 안축(1282~1348)이 지은 「죽계별곡」으로 알려졌다. 안축은 순흥 출신이며, 이 작품은 고려 후기에 유행한 시가 형식인 경기체가에 속한다. 같은 순흥면의 소수서원도 죽계천과 가까운 곳에 있다.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세웠고, 1550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조정에 건의해 임금이 쓴 현판을 받으며 '소수서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며 2019년 '한국의 서원' 아홉 곳 가운데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계곡 산책을 마친 뒤 소수서원까지 들르고, 시간이 남으면 부석사까지 묶는 일정도 짤 수 있다. 영주는 한우와 풍기인삼으로도 알려져 있어 식사 장소를 고르기도 어렵지 않다.
| 항목 | 내용 |
|---|---|
| 이름의 뜻 | 아홉 굽이마다 지형과 경관이 다름 |
| 전해지는 이야기 | 퇴계 이황이 굽이마다 이름 짓고 시를 남김 |
| 이름이 알려진 계기 | 안축(1282~1348)의 「죽계별곡」 |
| 소수서원 | 1543년 백운동서원 건립, 1550년 사액, 2019년 세계유산 등재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제5곡 쉼터에서 완주 여부 결정
처음부터 3시간을 잡지 말고 단축 코스 종점인 제5곡까지 걸어 본 뒤 체력을 보고 초암사까지 갈지 정하면 된다.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몸 상태를 살피면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다.
2. 늦어도 오후 2시 전 출발
10월 하순에는 오후 6시 이전에 해가 지고, 그늘이 많은 계곡은 그보다 일찍 어두워진다. 완주 코스는 걷는 시간만 약 3시간이므로 점심 무렵 출발해 해가 지기 전에 배점주차장으로 돌아오도록 시간표를 짠다.
3. 초암사 경내에서는 목소리 낮추기
초암사는 의상대사의 수행 터에서 비롯된 사찰이라 경내가 수행 공간이다. 대웅전과 삼층 석탑 앞에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사진을 찍을 때도 예불 중인 사람이 없는지 먼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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