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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가을 산 곳곳에 은빛 억새가 물결치고 있다. 붉고 노란 단풍도 아름답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억새꽃이 한쪽으로 일렁이는 풍경은 가을 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다. 특히 산등성이를 따라 넓게 펼쳐진 억새밭은 햇살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은빛과 황금빛을 오가며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경남 밀양의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가 한창이다. 재약산 일대에 자리한 사자평은 해발 1000m 안팎의 고원에 광활한 억새 군락이 펼쳐진 곳이다. 산자락을 뒤덮은 억새 사이로 탐방로가 이어지고, 걷는 동안 주변 산봉우리와 고산습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에서 걷기가 시작된다
사자평이 속한 영남알프스는 1979년 자연공원법에 따라 가지산도립공원이 지정되면서 국민의 휴양과 정서 함양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립공원 안에서도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가 맞닿은 산악 지대에는 해발 1000m 이상 봉우리가 9개 늘어서 있고, 유럽 알프스에 견줄 만하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지산을 중심으로 한 권역의 전체 면적은 약 255㎢에 이르며, 사자평은 이 권역에서 밀양 쪽에 자리한 고원이다.
출발점은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241에 있는 얼음골케이블카 승강장이다. 승강장 이름에 붙은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바위틈에서 찬 바람이 나오고 얼음이 언다고 알려진 계곡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케이블카가 닿는 상부 승강장은 해발 1020m여서, 산 아래에서 걸어 올랐다면 한참 걸렸을 높이를 건너뛰고 억새길을 시작할 수 있다. 산은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만큼 평지 날씨만 보고 옷을 입으면 쌀쌀할 수 있다.
| 구분 | 내용 |
|---|---|
| 출발지 | 얼음골케이블카 승강장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241) |
| 상부 승강장 높이 | 해발 1020m |
| 걷는 순서 | 사자봉 → 사자평 → 산들늪 → 고사리분교터 → 같은 길로 복귀 |
| 왕복 소요 시간 | 약 5~6시간 |
사자봉 정상에서 영남알프스 고봉들이 사방으로 이어진다
상부 승강장에서 재약산 사자봉으로 올라서면 고도는 천황산이라고도 불리는 해발 1189m가 된다. 정상에서는 가지산, 운문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처럼 1000m를 넘는 고봉이 사방으로 이어져 영남알프스 산세의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름에 알프스가 붙은 까닭이 어떤 풍경에서 나왔는지를 이 정상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상 일대는 시야가 트인 만큼 바람을 그대로 맞기 쉬워 같은 높이의 계곡보다 체감 기온이 낮게 느껴질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며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땀이 식기 전에 겉옷을 먼저 걸치는 편이 좋다.
억새평원을 건너면 국내 최대 고산습지 산들늪이 나온다
사자봉을 지나면 완만하게 펼쳐진 사자평으로 내려선다. 이 구간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 능선과 은빛 억새 물결이 걷는 내내 이어진다. 억새는 산과 들의 마른 땅에서 자라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와 구분되는데, 사자평은 억새평원과 습지가 한 코스 안에 함께 있어서 두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를 걸으면서 비교할 수 있다.
억새평원을 가로지른 뒤에는 산들늪을 지난다. 산들늪은 약 18만 평 규모로 해발 700~1000m에 걸쳐 펼쳐진 고산습지이고, 국내 최대 고산습지라는 소개가 따라붙는다. 코스의 끝은 고사리분교터로, 이름 그대로 분교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서 되돌아오는 왕복이 기본이어서 갈 때 본 억새밭을 올 때 반대 방향에서 한 번 더 보게 된다. 억새가 절정에 이르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사이에는 고원 전체가 은빛에서 황금빛으로 물든다.
| 구간 | 내용 |
|---|---|
| 사자평 억새평원 | 사자봉 아래로 완만하게 펼쳐진 고원 |
| 산들늪 | 약 18만 평, 해발 700~1000m 고산습지 |
| 고사리분교터 | 분교가 있던 자리, 되돌아오는 지점 |
| 억새 빛깔 | 은빛에서 황금빛으로 |
신불산·간월재·고헌산 군락과 견주면 사자평 면적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락은 사자평 말고도 곳곳에 있다. 신불산과 취서산(영축산) 사이 평원은 198만 3471㎡, 약 60만 평이고,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 고개인 간월재는 33만 578㎡, 약 10만 평이다. 고헌산 정상 부근에도 66만 1157㎡, 약 20만 평의 군락이 있다.
이 숫자를 사자평의 413만 2231㎡와 나란히 놓으면 규모 차이가 분명하다. 사자평은 신불산·영축산 평원의 두 배를 넘고 간월재와 견주면 열 배 넘게 넓다. 같은 영남알프스 억새라도 군락마다 면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평원을 몇 시간씩 걷고 싶다면 사자평을, 한곳에 서서 짧게 보고 싶다면 면적이 작은 군락을 고르는 식으로 일정을 정할 수 있다.
| 억새 군락 | 면적 | 평수 |
|---|---|---|
| 사자평 | 413만 2231㎡ | 약 125만 평 |
| 신불산·취서산(영축산) 사이 평원 | 198만 3471㎡ | 약 60만 평 |
| 고헌산 정상 부근 | 66만 1157㎡ | 약 20만 평 |
| 신불산·간월산 사이 간월재 | 33만 578㎡ | 약 10만 평 |
케이블카 운행 시간 및 내려올 때 주의사항
얼음골케이블카는 10~11월에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하고, 하행은 오후 5시 5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운행이 오후 4시까지로 줄어들고 하행도 오후 4시 50분에 끝난다. 주말에도 평일과 같은 시간에 운행하며 설과 추석 당일에만 쉰다. 왕복 요금은 대인 1만 7000원, 청소년·장애인·유공자 1만 5000원, 소인 1만 4000원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으로 되돌아가는 대신, 고사리분교터에서 층층폭포를 거쳐 표충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재약산 생태탐방로를 따라 하산할 수 있다. 표충사는 재약산 기슭의 사찰로,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끈 사명대사를 기리는 표충사당이 있는 곳이다. 다만 이 길로 내려가면 도착 지점이 차를 세운 얼음골케이블카 승강장과 달라지므로 돌아올 교통편을 미리 정해야 한다.
사자평 고원습지 자체의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왕복에 5~6시간이 걸리는 만큼 등산화와 도시락, 음료수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억새는 해마다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라지므로 10월 중순 이후 시점을 노리되, 마지막 하행 시간과 하산 경로를 출발 전에 정해 두면 일몰 전에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 구분 | 내용 |
|---|---|
| 10~11월 운행 |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하행 오후 5시 50분까지) |
| 12~2월 운행 | 오전 8시 30분~오후 4시 (하행 오후 4시 50분까지) |
| 휴무 | 설·추석 당일 |
| 왕복 요금 | 대인 1만 7000원 / 청소년·장애인·유공자 1만 5000원 / 소인 1만 4000원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얇은 겉옷과 장갑 포함한 방한 준비
해발 1000m 안팎의 능선은 바람을 맞기 쉬워 평지보다 훨씬 쌀쌀하다. 입고 벗기 편한 겉옷과 얇은 장갑을 가방에 넣어 두면 정상과 억새평원에서 오래 머물러도 춥지 않다.
2. 오후 4시 50분 전 상부 승강장 복귀
10~11월 하행은 오후 5시 50분까지지만 억새밭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늦어도 오후 4시 50분에는 상부 승강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아야 마지막 하행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3. 표충사 하산 때 이동 수단 사전 확보
층층폭포를 거쳐 표충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얼음골케이블카 주차장과 도착 지점이 달라진다. 택시를 부르거나 대중교통 시간을 확인하는 등 돌아올 방법을 출발 전에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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