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절벽에 굴이 열두 개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흔적 남은 제주 무료 여행지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 대한민국 구석구석

가을이 깊어지면 제주에서도 물놀이보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걷는 여행이 떠오른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절벽과 파도를 바라보다 보면 여름과는 다른 해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귀포 외돌개 주변은 바다를 곁에 두고 걸으며 해안 곳곳을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이 길에서 만나는 황우지해안에는 바위 절벽을 파고 만든 굴이 남아 있다. 황우지 열두굴로 불리는 장소로, 바다를 향해 나란히 열린 입구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군사시설로 쓰기 위해 해안을 파헤친 흔적이 담겨 있다. 

외돌개 옆 바닷가에서 만나는 굴 열두 개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 전망대에서 바다 위 섬을 바라보는 방문객들.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 전망대에서 바다 위 섬을 바라보는 방문객들. / 대한민국 구석구석

황우지해안열두굴은 입장료가 없고 상시 개방이어서 정해진 운영 시간이나 휴무일이 없다. 주차도 무료여서 서귀포 일정 사이에 잠깐 들르기에 부담이 적다.

굴은 삼매봉 남서쪽 바닷가를 따라 늘어서 있는데, 이 해안에는 바다 한가운데 홀로 솟은 바위인 외돌개가 있고 올레길 7코스가 외돌개 일대를 지난다. 코스를 따라 걷다가 굴 입구 옆 전망대 쪽으로 내려가면 열두 개의 굴 입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분 내용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홍동 764-1
개방 상시 개방·연중무휴
입장료·주차 모두 무료
편의시설 화장실

안쪽에서 이어지는 열 번째와 열한 번째 굴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 전경.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 전경. / 대한민국 구석구석

열두굴의 '열두'는 바다 쪽으로 난 입구의 수를 따른 이름이다. 대부분의 굴은 저마다 독립된 입구를 바다로 내고 있지만, 열 번째와 열한 번째 굴은 안쪽에서 서로 만나는 h자 모양이다. 입구는 열두 개여도 공간은 열한 개가 되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굴을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이 두 굴 앞에서 걸음이 멈추게 된다. 나머지 굴은 입구에서 안쪽 끝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 두 굴은 안에서 길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알고 들어가면 열두 개의 굴이 모두 같은 모양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지고, 굴을 판 사람들이 두 굴을 따로 다룬 이유를 짚어 보게 된다.

15m 안팎 간격에 높이 3m, 깊이는 굴마다 달라 한 번에 계획해 판 시설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 해안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대한민국 구석구석

굴은 해안선을 따라 직선으로 배치돼 있고 이웃한 굴 사이의 거리는 15m 안팎이다. 바닷가 절벽에 제멋대로 자리 잡은 자연 동굴이라면 간격이 이렇게 고를 수 없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맞춘 배열은 이곳이 한 번에 기획된 시설임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크기에도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별 굴의 높이는 약 3m, 폭은 3m에서 4.5m로 서로 비슷하다. 같은 용도의 설비를 같은 방식으로 들이려고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항목 내용
굴 수 입구 12개(실제 공간 11개)
굴 사이 간격 15m 안팎
높이 약 3m
폭 약 3m~4.5m
깊이 약 10m~30m

어뢰정을 숨긴 채 필요할 때 바다로 내보내려던 계산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입구 일대.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입구 일대. / 대한민국 구석구석

이 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군의 공격에 대비해 어뢰정을 숨길 목적으로 만든 군사시설이다. 어뢰정은 어뢰를 싣고 적의 함선에 접근해 발사하는 소형 군용 선박이다. 바다에 면한 해안에 일정한 높이와 폭의 굴을 줄지어 파 두면 배를 가려 둔 채로 있다가 필요할 때 바로 바다로 내보낼 수 있다.

전쟁 막바지에 일본군은 제주를 본토 방어의 거점으로 삼아 수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켰고, 해안과 오름 곳곳에 진지를 팠다. 송악산 해안의 갱도 진지와 알뜨르비행장의 격납고도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서귀포 바닷가에 굴 열두 개가 줄지어 있는 것도 이런 준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굴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이 깎아낸 매끈한 동굴이 아니라 인공으로 뚫은 공간이라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입구 근접 촬영. / 대한민국 구석구석
제주 서귀포 황우지해안열두굴 입구 근접 촬영. / 대한민국 구석구석

굴 열두 개를 일정한 규모로 파내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황우지해안열두굴은 일본 식민지 지배의 과거사를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강제 노역의 현장을 고증하는 자료로도 의미가 있다.

파도 소리와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지금의 풍경 아래에 이런 시간이 놓여 있어, 이곳이 경관 명소이기에 앞서 전쟁의 흔적이 남은 현장으로 소개된다.

굴을 보러 가기 전 확인할 출입 제한

황우지선녀탕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위 웅덩이로,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지금은 입구가 2023년 7월 1일부터 출입 금지 상태로 공공 관광정보에 올라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황우지 해안 물웅덩이를 제외한 주변 동·서 해역을 2015년 9월 1일부터 연중 출입통제장소로 지정해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 황우지 해안 일대는 기상 상황에 따라 통제될 수 있다.

대상 내용
황우지 해안 일대 기상 상황에 따라 통제될 수 있음
황우지선녀탕 입구 2023년 7월 1일부터 출입 금지
주변 동·서 해역(물웅덩이 제외) 2015년 9월 1일부터 연중 출입통제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열 번째·열한 번째 굴 먼저 확인

열두 개 굴 가운데 이 두 굴만 안쪽에서 서로 이어진다. 입구를 차례로 세어 가다가 두 굴 앞에서 안쪽을 살펴보면 나머지 굴과 다른 점이 한눈에 보인다.

2. 외돌개와 올레 7코스 묶어서 일정 잡기

굴이 외돌개 가까운 해안에 있어 올레 7코스를 걷는 길에 함께 둘러보기 좋다. 선녀탕 쪽이 막혀 있어도 전망대와 외돌개를 이어 걸으면 일정이 비지 않는다.

3.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 착용

바닷가 바위길과 굴 안쪽은 파도와 습기로 젖어 있을 수 있다. 밑창이 단단한 운동화를 신으면 굴 입구를 오가며 사진을 찍을 때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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