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0만 년 전 바위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입장료 없이 오르는 국내 지질공원 숨은 명소

광주 무등산 의상봉의 화강암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광주 무등산 의상봉의 화강암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이 물든 산길을 따라 걷고 싶어진다. 나무 사이로 보이던 바위가 가까워지고 숲에 가려졌던 전망이 드러나는 풍경은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바위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알고 걸으면 평소 지나쳤을 작은 흔적도 눈여겨보게 된다.

광주 북구 무등산 의상봉에는 김덕령 장군의 말 발자국으로 불리는 바위의 홈과 의상대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평평한 바위가 있다. 오랜 세월 빗물과 바람에 깎인 바위에 옛이야기가 더해져, 산길을 걸으며 지형과 설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원효사 앞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는 봉우리, 주차도 되고 입장료도 없다

광주 무등산 의상봉 암반에 오목하게 파인 팬홀과 그 안에 고인 물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광주 무등산 의상봉 암반에 오목하게 파인 팬홀과 그 안에 고인 물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의상봉은 무등산국립공원 원효사 인근에서 위치를 가늠하기가 쉽다. 원효사에서 정상 방향을 올려다보면 그 아래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의상봉이어서, 지도를 보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윤곽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원효사 정류장에서 1187번 버스 운행 정보를 확인하면 되고, 승용차로 가는 경우에도 주차가 가능하다.

구분 내용
소재지 광주 북구 금곡동 산 2
해발 높이 550m
개방·요금 상시 개방,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교통 원효사 정류장 1187번 버스, 주차 가능

의상봉이 자리한 무등산권 지질공원은 광주광역시와 전남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있다. 면적은 246.31㎢이고 지질명소는 23곳이며, 의상봉은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안내도에서 MG12로 분류된다. 무등산은 2013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18년 4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받았다. 산 전체가 국립공원이자 세계지질공원이어서 탐방로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지질명소마다 이름과 번호가 붙어 있어 초행길에도 지금 보고 있는 바위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쉽다.

1700만 년 전 땅속에서 굳은 바위가 지표에 오르기까지

김덕령 장군의 말 발자국 전설이 전해지는 광주 무등산 비마족바위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김덕령 장군의 말 발자국 전설이 전해지는 광주 무등산 비마족바위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의상봉을 이루는 암석은 미문상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마그마가 땅속 깊은 곳에서 아주 천천히 식으며 굳은 암석이고, 미문상이라는 이름은 석영과 장석이 글씨를 쓴 듯 서로 얽힌 조직에서 왔다. 지금 의상봉 꼭대기에서 보는 바위가 처음부터 하늘 아래 놓여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때는 두꺼운 지층 아래에 묻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위를 덮고 있던 암석이 오랜 세월에 걸쳐 깎여 나가면서 바위가 지표로 올라왔고, 봉우리 상부에는 암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비바람에 다듬어진 표면을 손으로 짚어 볼 수 있다.

빗물이 고여 바위를 파먹는다, 벼루바위와 비마족바위에 홈이 생긴 과정

의상봉에서 눈여겨볼 풍화 지형은 팬홀과 토르다. 팬홀은 바위 표면의 오목한 곳에 빗물이 고이면서 생긴다. 물이 머무는 동안 그 자리의 암석이 조금씩 삭아 내리고, 삭은 부스러기가 바람에 날리거나 물에 쓸려 나가면 홈이 더 깊고 넓어지는 식이다. 한 번 파인 홈은 물이 더 잘 고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큰 것은 대야처럼 넓어지기도 한다. 비마족바위와 벼루바위가 이 팬홀로 잘 알려져 있어, 비가 온 뒤에 찾으면 홈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벼루바위라는 이름 역시 먹을 갈 때 물을 붓는 벼루의 오목한 면과 닮았다는 데서 붙은 것으로 보인다.

토르는 땅속에서 암석이 갈라진 틈을 따라 풍화가 먼저 진행되고, 풍화를 덜 받은 단단한 덩어리가 남아 지표 위로 솟아난 바위를 말한다. 의상봉처럼 정상 아래가 완만한 윗면과 서쪽의 절벽 사면으로 나뉜 봉우리에서는 이 두 지형이 한 곳에서 나란히 나타난다.

장군의 말이 뛰어내린 자리이자 스님이 수도한 자리라는 두 이야기

의상대사의 수행처로 전해지는 광주 무등산 의상대와 주변 소나무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바위에 붙은 이름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비마족바위는 날아가는 말의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김덕령 장군의 말이 남긴 흔적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임진왜란(1592~1598)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김덕령 장군이 지왕봉 뜀바위에서 말을 타고 의상봉까지 한 번에 뛰어내렸다는 이야기가 그 배경이다. 김덕령은 1568년 광주에서 태어나 의병을 일으켰으나 1596년 억울한 혐의로 옥에 갇혀 세상을 떠났고, 훗날 충장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광주 도심의 충장로 이름이 여기서 나왔고, 의상봉이 속한 금곡동에는 그를 기리는 사당인 충장사가 있다.

정상의 평평한 바위인 의상대(義湘臺)에는 신라 승려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의상대사는 7세기에 활동하며 화엄종을 퍼뜨리고 경북 영주 부석사를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바위 하나는 말이 달린 자국으로, 다른 바위는 스님이 앉아 수행하던 자리로 불리게 된 것이다.

바위 지질 용어 전해지는 이야기
비마족바위 팬홀 김덕령 장군의 말 발자국
의상대 정상부 평평한 암반 의상대사의 수도처

의상봉과 함께 묶어 보는 무등산 지질명소

가을빛이 내려앉은 광주 무등산 의상대 주변 숲길을 걷는 탐방객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가을빛이 내려앉은 광주 무등산 의상대 주변 숲길을 걷는 탐방객 (AI 생성 이미지). / 온더투어

무등산 하면 정상 부근의 서석대와 입석대를 먼저 떠올리는 이가 많다. 이곳의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돼 있다. 다만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은 해발 1187m인 데다 군부대 시설이 있어 평소에는 일반인이 오를 수 없으니, 정상까지 걸어야 무등산의 지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의상봉은 그보다 훨씬 낮은 550m 지점에서 화강암 풍화 지형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체력이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탐방객이 지질공원의 성격을 가볍게 맛보기에 알맞다. 입석대와 서석대에서 보는 기둥 모양 절벽이 화산 활동으로 생긴 암석이라면, 의상봉의 바위는 땅속에서 굳은 암석이 깎여 드러난 것이어서 서로 만들어진 과정이 다르다. 두 곳을 모두 다녀오면 한 산 안에서 서로 다른 암석을 비교하는 재미가 생긴다.

지질공원 해설 프로그램은 15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구간별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조율해 진행한다. 개인 탐방객은 원효사 쪽에서 정상 방향을 올려다보며 봉우리의 윤곽을 먼저 눈에 담은 뒤 오르면 길을 잡기가 수월하다. 바위 위를 걷는 코스라서 비가 내린 직후에는 표면이 미끄러울 수 있고, 팬홀이나 절벽 가장자리에서는 사진을 찍기 전에 발밑부터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암석 표면을 긁거나 홈에 고인 물을 퍼내는 행동은 지질명소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눈으로만 확인하고 내려오는 것이 좋다.

구분 내용
해설 프로그램 15인 이상 단체, 난이도·소요시간 조율
문의 무등산권지질공원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원효사에서 봉우리 윤곽 먼저 확인

의상봉은 원효사에서 정상 방향을 올려다보면 그 아래쪽에 보이는 봉우리다. 오르기 전에 윤곽을 눈에 익혀 두면 갈림길에서 방향을 잡기 쉽다.

2. 비 온 뒤에는 마른 날 방문

팬홀이 있는 윗면과 서쪽 절벽 사면은 모두 화강암이라 젖으면 미끄럽다. 비가 그친 직후에는 바닥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오르고, 밑창이 깊은 등산화를 신는다.

3. 단체는 해설 일정 사전 문의

해설은 15인 이상 단체만 받을 수 있고 구간별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미리 조율한다. 방문 날짜가 정해지면 무등산권지질공원으로 먼저 전화해 일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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