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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은 높은 빌딩과 대형 쇼핑몰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다. 코엑스와 업무용 빌딩이 늘어선 거리에는 하루 종일 사람과 차량이 오가지만, 복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12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사찰을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봉은사는 신라 원성왕 10년인 794년 연회국사가 세운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수도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으며, 경내에는 높이 23m의 미륵대불과 오랜 세월을 간직한 전각들이 남아 있다. 특히 판전 처마 아래에는 조선 후기 서예가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쓴 것으로 전해지는 현판도 걸려 있다.
봉은사는 사찰을 둘러보는 관람뿐 아니라 템플스테이와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치유 관광지 100선에 포함된 적도 있으며, 경내를 천천히 걷거나 사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도심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논밭이던 삼성동에서 빌딩보다 절이 먼저 있었던 사연
봉은사는 도심 한복판에 새로 들어선 절이 아니다. 사찰이 먼저 있었고, 그 주변으로 1970년대부터 강남 개발이 이어지면서 논밭이던 일대가 지금의 삼성동으로 바뀌었다. 오래된 절이 고층 건물에 둘러싸인 모습은 이런 순서 때문에 만들어졌다.
처음 이름은 견성사였다. 조선시대에 들어 이름이 바뀌었는데, 1498년 연산군 4년 성종의 비 정현왕후가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원찰로 삼아 사찰을 크게 다시 세우면서 왕릉을 수호하고 은혜를 받든다는 뜻의 봉은사로 고쳤다. 명종 때에는 문정왕후의 후원 아래 불교계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보우대사가 주지를 맡았고 봉은사는 선종을 이끄는 사찰로 지정됐으며, 이때 부활한 승과를 거쳐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같은 고승이 나왔다.
| 시기 | 내용 |
|---|---|
| 794년 신라 원성왕 10년 | 연회국사가 '견성사'로 창건 |
| 1498년 조선 연산군 4년 | 정현왕후가 선릉 원찰로 중창, '봉은사'로 개칭 |
| 조선 명종 때 | 문정왕후 후원, 보우대사 주지, 선종 중심 사찰 지정 |
추사가 숨을 거두기 사흘 전 붓을 들었다는 판전 현판 앞에서
경내에서 역사 이야기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건물은 판전이다. 지금 남아 있는 봉은사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불경 목판을 보관하는 용도로 지어졌다. 처마 아래 걸린 ‘판전’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1856년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에 쓴 글씨로 전해지며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현판 한쪽에는 일흔한 살 병중에 썼다는 뜻의 글귀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을 덜어낸 듯 꾸밈없는 획이어서, 판전 앞에 서면 건물보다 현판부터 올려다보는 사람이 많다.
건물 안에는 《화엄경》을 비롯해 3000여 점의 불경 목판본이 보관돼 있다. 봉은사는 1939년 큰불로 여러 전각을 잃었지만 판전은 화를 피해 지금까지 남았고, 덕분에 오랜 세월 이어진 불경과 목판 인쇄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 구분 | 내용 |
|---|---|
| 건물 |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판전 |
| 현판 글씨 | 추사 김정희, 별세 3일 전 작품으로 전해짐 |
| 지정 현황 | 서울시 유형문화재 |
| 보관 자료 | 《화엄경》 등 불경 목판본 3000여 점 |
높이 23m 미륵대불 뒤로 빌딩이 겹치는 자리와 보물 2점의 위치
판전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높이 23m 미륵대불이 나온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미륵불상으로 소개되는 이 불상은 뒤편으로 삼성동 빌딩이 그대로 겹쳐 보여, 오래된 불교 유산과 현대 도시가 한 화면에 담긴다. 방문객이 가장 오래 발걸음을 멈추는 곳도 이 앞이다.
문화재는 경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봉은사가 보유한 보물 2점은 동국역경원에서 간행한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와 홍무 25년, 곧 1392년에 만든 장흥사 동종이다. 여기에 판전과 선불당을 포함한 여러 전각이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어, 경내를 걷는 것만으로 오래된 건축물과 불교 문화재를 함께 볼 수 있다. 보물 제321호 청동은입사향완은 고려시대에 만든 청동 향로로 봉은사와 인연이 깊지만, 지금은 동국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경내에서는 볼 수 없다.
낮에는 나뭇잎 그늘, 해가 지면 처마선이 드러나는 산책길
낮의 봉은사는 나무가 만든 그늘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각 사이로 난 길에는 햇빛이 덜 들고, 여름에는 잎이 우거져 한낮에도 그늘을 밟고 걸을 수 있다. 봄이면 진한 분홍빛 홍매화가 피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연못가에서는 불상과 전각이 물 위에 비친다.
해가 지면 대웅전과 석탑 주변에 조명이 켜진다. 낮에는 지나치기 쉬운 처마선과 기둥, 단청 색이 불빛 아래에서 도드라지고, 전각 뒤로는 강남 빌딩의 불빛이 겹쳐 보인다. 연등 불빛이 물 위에 번지는 연못가도 이 시간대에 눈길을 끈다. 야간에는 방문객이 낮보다 적지만 법당 주변은 참배객이 오가는 곳이어서,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플래시를 켜고 촬영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 선정릉까지 이어 붙이는 하루 일정
봉은사에서는 경내를 둘러보는 것 외에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 체험도 신청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운영되므로 날짜와 신청 방법은 봉은사 공식 채널에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불교대학과 경전학교도 열리고 있어 불교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하루를 통째로 쓸 만하다.
사찰 음식은 육류와 오신채를 쓰지 않고 만든다.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처럼 향이 강한 재료를 빼고 채소와 곡물, 장류로 상을 차리기 때문에 맛이 세지 않아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이 적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함께 배울 수 있다.
이동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에서 약 130m 거리이고, 2호선 삼성역과 7호선 청담역에서 걸어오는 방문객도 많다. 봉은사역 다음 역인 선정릉역에는 봉은사가 원찰로 지켰던 선릉이 있는 선정릉이 있어, 두 곳을 이으면 절의 이름이 왜 바뀌었는지까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곳이라 코엑스나 삼성동에 일정이 있다면 앞뒤로 묶어 다녀오기 좋다.
| 구분 | 안내 |
|---|---|
| 주소 |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531 |
| 9호선 | 봉은사역 1번 출구 약 130m, 도보 약 2분 |
| 2호선·7호선 | 삼성역·청담역에서 도보 이동 가능 |
| 체험 프로그램 | 템플스테이·사찰 음식, 공식 채널에서 일정 확인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선정릉과 묶어 반나절 코스 짜기
봉은사역 다음 역이 선정릉역이다. 봉은사가 원찰로 지켰던 선릉을 함께 보면 사찰의 이름이 바뀐 사연이 한 번에 이어진다.
2. 체험 신청 전 공식 채널 확인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은 일정이 정해져 있어 당일 방문으로는 참여하기 어렵다. 가기 전에 봉은사 공식 채널에서 날짜와 신청 방법을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3. 얇은 겉옷 한 벌 챙기기
해가 지면 경내 공기가 낮보다 서늘하고, 나무가 많은 길은 바람이 더 차다. 야간 조명까지 보려면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이 있어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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