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명산 찾아 멀리 갈 필요 없다…" 1600년 고찰에 붉은 단풍 펼쳐지는 국내 가을 명소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 사이에 전각이 모여 있는 공주 계룡산 갑사 전경. / 충청남도 누리집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 사이에 전각이 모여 있는 공주 계룡산 갑사 전경. / 충청남도 누리집

충남 공주시 계룡면에 자리한 갑사는 가을이면 사찰 주변이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향하는 오리숲길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으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발밑에는 낙엽이 쌓여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숲길 끝에서는 고즈넉한 사찰을 만날 수 있고, 주변 계곡을 따라 용문폭포까지 둘러볼 수 있다.

갑사의 단풍은 대체로 10월 하순부터 11월 초 사이 가장 짙게 물든다. 올해도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주차장에서 오리숲길과 대웅전, 표충원, 용문폭포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는 약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새벽 5시 30분에 문 여는 사찰

붉은 단풍나무 사이로 푸른 단청의 누각이 보이는 갑사 경내. / 충청남도 누리집
붉은 단풍나무 사이로 푸른 단청의 누각이 보이는 갑사 경내. / 충청남도 누리집

갑사는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에 자리하고 있으며, 연중무휴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방문할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에 숲길을 걷거나 사찰을 둘러볼 수도 있다. 다만 10월 말에는 오후 6시 무렵 해가 지고, 나무가 울창한 숲길은 해가 지기 전부터 어두워질 수 있다. 오리숲길부터 용문폭포까지 둘러볼 계획이라면 오후 3~4시 이전에 산책을 시작해 밝을 때 돌아오는 편이 좋다.

자가용으로 방문한다면 계룡산국립공원 갑사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요금은 이용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단위로 부과되며, 차를 세운 뒤에는 숲길을 따라 사찰까지 걸어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공주 시내에서 갑사 방면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되지만, 배차 간격이 긴 편이어서 출발 시간과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찰 안에는 화장실도 마련돼 있어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방문할 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용문폭포로 향하는 길은 사찰 주변 산책로보다 걷기 어려운 구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일행의 체력과 남은 시간을 고려해 돌아볼 범위를 정하면 된다.

구분 내용
주소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
운영 시간 오전 5시 30분~오후 8시, 연중무휴
입장료 문화재 구역 입장료 폐지
주차 갑사 주차장, 승용차 하루 정액 요금
단풍 절정 10월 하순~11월 초

수백 년 된 나무가 머리 위를 덮는 1.5km 숲길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로 방문객이 걸어 들어가는 갑사 오리숲길 입구. / 충청남도 누리집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로 방문객이 걸어 들어가는 갑사 오리숲길 입구. / 충청남도 누리집

주차장을 나와 매표소 입구를 지나면 대웅전까지 약 1.5km의 숲길이 이어진다. 오리숲길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숲이 오리, 곧 5리에 걸쳐 뻗어 있었다는 데서 나왔다고 한다. 길 양옆에는 나이가 수백 년에 이르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노송이 줄지어 서 있고, 굵은 가지가 길 위로 뻗어 나와 하늘을 덮는다.

느티나무 잎은 노란빛과 황갈색으로, 팽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고 소나무는 사철 푸른 잎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걷는 동안 머리 위와 발밑의 색이 계속 바뀐다. 낙엽 깔린 길 위로 햇살이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오전 시간이 사진 찍기에 가장 좋다.

길이 평탄하게 포장돼 있어 걷기 어렵지 않다. 무릎이 불편한 부모님이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도 부담 없이 사찰 앞까지 갈 수 있다. 숲길이 끝나면 일주문과 사천왕문, 강당을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숲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며 경내로 들어서는 느낌이 난다. 마지막 문을 지나면 대웅전 앞마당이 나온다.

구간 거리 볼거리
주차장~매표소 입구 숲길 시작 느티나무·팽나무·노송
매표소 입구~대웅전 약 1.5km 오리숲길 단풍
경내 진입 숲길 끝 일주문·사천왕문·강당

단풍 옆에 푸른 단청이 서는 보물 대웅전, 평소엔 볼 수 없는 국보까지

푸른 단청과 기와지붕 아래 '大雄殿' 현판이 걸린 갑사 대웅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푸른 단청과 기와지붕 아래 '大雄殿' 현판이 걸린 갑사 대웅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갑사 대웅전은 보물 제478호로 지정된 목조 건물이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탄 뒤 1604년에 다시 세웠고, 처마 아래를 푸른 단청이 두르고 있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시간에는 붉은 단풍잎과 푸른 단청이 나란히 눈에 들어와 두 색이 또렷하게 갈린다. 법당에 들어가 참배하는 사람도 많지만, 앞마당에서 건물과 단풍을 함께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다.

경내 한쪽에는 철당간과 지주가 남아 있고 보물 제256호로 지정돼 있다. 절 문 앞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걸던 쇠기둥이다. 갑사는 국보 제298호 삼신불괘불탱을 간직한 절이기도 하다. 괘불은 야외 법회 때 법당 앞마당에 내걸던 대형 불화여서 평소에는 볼 수 없으니, 이 점을 알고 가면 아쉬움이 덜하다.

장소 알아둘 점
대웅전 보물 제478호, 1604년 중건, 푸른 단청
철당간·지주 보물 제256호
삼신불괘불탱 국보 제298호, 평소에는 내걸지 않음

계곡 물소리 따라 15분 오르면 닿는 용문폭포

바위에 '龍門瀑'이 새겨진 갑사 뒤편 계곡의 용문폭포. / 계롱산 갑사
바위에 '龍門瀑'이 새겨진 갑사 뒤편 계곡의 용문폭포. / 계롱산 갑사

대웅전을 본 뒤에는 표충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영규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갑사에서 수행하던 영규대사는 1592년 승병을 이끌고 청주성을 되찾는 데 앞장섰고, 이어진 금산 전투에서 전사했다. 단풍을 보러 온 길이어도 이 앞에서는 걸음이 느려지는데, 나라가 어려울 때 일어선 승려들의 기록이 깊은 산사에 함께 남아 있어 경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풍 구경보다 길어진다.

경내를 마무리하면 사찰 뒤편 계곡 산책로로 접어든다. 용문폭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고 걸음에 따라 15분에서 20분쯤 걸리며, 산책 코스 안내에는 편도 15분으로 표시돼 있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가 계속 들려 오르막이어도 지루하지 않고, 단풍철에는 물가 바위 위에 붉은 잎이 떨어져 쌓이기도 한다. 폭포에 닿으면 기암절벽 사이로 흰 물줄기가 떨어지고 그 주변을 붉은 단풍이 둘러싸는데, 바위를 타고 내리는 물과 단풍이 한 장면에 담겨 사진 찍는 사람이 많다.

폭포 위쪽으로는 금잔디고개를 지나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지만, 이번 코스는 폭포에서 돌아선다. 팔각정 쉼터에서 숨을 돌린 뒤 올라온 호젓한 숲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방식이라 길을 잃을 걱정이 거의 없다. 경내 참배와 폭포 왕복, 쉬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다.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는 말이 나온, 1600년 가까이 이어진 고찰

경내에 자리한 갑사 범종루. '梵鍾樓' 현판 옆으로 법고가 걸려 있다. / 충청남도 누리집
경내에 자리한 갑사 범종루. '梵鍾樓' 현판 옆으로 법고가 걸려 있다. / 충청남도 누리집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인 420년에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신라와 고려, 조선을 지나며 16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켰고,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가 중창해 해동 화엄종 10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절 이름의 갑(甲)은 으뜸을 뜻하는 글자라는 풀이도 있다. 계룡산이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로 갑사는 동학사, 신원사와 함께 계룡산 자락의 3대 사찰로 불려 왔다.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은 봄에는 마곡사가, 가을에는 갑사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같은 공주에 있는 마곡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가운데 하나로 봄 나들이 장소로 이름이 높은데, 이 말에는 가을 단풍만큼은 갑사를 따를 곳이 드물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숲길과 고찰, 계곡, 폭포를 한 바퀴에 모두 담을 수 있으니 주말 오전을 비워 두고 떠나 볼 만하다.

시기 내용
420년 백제 구이신왕 원년,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짐
통일신라 의상대사 중창, 해동 화엄종 10대 사찰
1604년 정유재란 때 불탄 대웅전 중건
1968년 계룡산 국립공원 지정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해 지기 전 하산하도록 일정 짜기

10월 말에는 오후 6시 전에 해가 지고, 큰 나무가 덮은 숲길은 그보다 먼저 어두워진다. 늦은 오후에 출발한다면 폭포까지 갔다 내려오는 시간을 넉넉히 계산해 두어야 한다.

2. 밑창 단단한 운동화 착용

용문폭포로 가는 계곡길은 완만하지만 바위 주변이 물기와 낙엽으로 미끄럽다. 밑창이 단단한 운동화를 신으면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안전하다.

3. 점심은 공주 시내에서 먹고 공산성까지 이어가기

갑사에서 차로 40분 안팎이면 공주 시내에 닿고, 오후 일정이 남는다면 공산성에 들러 볼 만하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성곽을 따라 걷는 길에서 가을 풍경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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