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일이의 여행일기 ③] "나무 한 그루 때문에 마을 전체가 움직였다…" 700년 은행나무가 살아남은 국내 명소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거목 둘레로 붉고 주황빛 단풍이 이어진다. / ⓒ한국관광콘텐츠랩-정용현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거목 둘레로 붉고 주황빛 단풍이 이어진다. / ⓒ한국관광콘텐츠랩-정용현

10월 28일, 가을이 깊어가는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를 찾았다. 마을 한쪽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사이로 굵은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주변보다 높게 쌓아 올린 땅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은행나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오래전 마을 주민들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은행나무 중 가장 크다. 수고 31m와 줄기 둘레 13.67m

구분 내용
수고 31m
줄기 둘레 13.67m
수령 약 700년(추정)
관리 면적 2499㎡
지정 구역 길안면 용계리 744번지 일대 9필지

줄기 둘레 13.67m는 가슴높이에서 잰 값이며, 이 기준으로 국내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설명된다. 수고 31m는 아파트로 치면 10층 안팎에 이르는 높이여서 나무 바로 아래에서는 수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몇 걸음 물러서야 비로소 가지가 펼쳐진 모양이 보인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는 나무로, 이 나무는 암나무여서 가을이 오면 노랗게 물든 잎과 함께 열매도 달린다.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약 700년을 살아온 이 나무가 그 사실을 보여 준다.

기록으로도 이 나무의 이력이 남아 있다. 1966년 1월 13일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됐고, 지정번호 제도가 폐지되면서 2021년 11월 19일 재지정 기록이 추가됐다. 

운동장의 나무가 임하댐 계획으로 물에 잠길 처지가 된 이유

위에서 내려다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위에서 내려다본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이 은행나무가 원래 서 있던 곳은 용계초등학교 운동장이었다. 학교 한가운데서 수백 년을 버틴 나무였지만, 1985년 임하댐 건설 계획이 나오면서 이 자리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임하댐은 낙동강 지류인 반변천을 막아 짓는 댐이어서, 물이 차오르는 구역 안에 들어간 마을과 학교, 그리고 나무가 모두 수몰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나무의 운명이 불투명해지자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마을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약 10년 동안 구명운동을 이어 갔고, 한 그루의 나무를 두고 마을 전체가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 그 끝에 나무를 베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서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살리는 길이 열렸다.

시기 내용
원래 위치 용계초등학교 운동장
1985년 임하댐 건설 계획, 수몰 우려
이후 약 10년 주민 구명운동

500t 거목이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올라간 보전 방식

임하호를 낀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일대.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임하호를 낀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일대.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보전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나무를 뽑아 다른 곳에 심는 일반적인 이식과 달리, 원래 자리에 높이 15m의 흙더미를 쌓아 약 500t에 달하는 나무를 제자리에서 약 15m 수직으로 끌어올렸다. 수백 년 자란 거목은 뿌리가 넓게 퍼져 있어 옮기는 도중 뿌리가 끊기기 쉬운데, 이 방식은 나무가 서 있는 땅째 높이를 올려 뿌리가 자리 잡은 흙을 그대로 두었다.

호수 수면보다 높은 곳으로 나무를 올려 둔 덕분에 임하댐이 완성된 뒤에도 나무는 물에 잠기지 않고 서 있다. 지금 나무 앞에 서면 높이 쌓은 지반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줄기와 수관이 솟아 있다. 이 지반은 나무를 지키려던 주민들의 노력이 그대로 남은 자리이기도 하다.

항목 내용
보전 방식 나무를 옮기지 않고 땅을 높임
쌓은 흙 높이 15m
나무 무게 약 500t

보전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나무를 뽑아 다른 곳에 심는 일반적인 이식과 달리, 원래 자리에 높이 15m의 흙더미를 쌓아 약 500t에 달하는 나무를 제자리에서 약 15m 수직으로 끌어올렸다. 수백 년 자란 거목은 뿌리가 넓게 퍼져 있어 옮기는 도중 뿌리가 끊기기 쉬운데, 이 방식은 나무가 서 있는 땅째 높이를 올려 뿌리가 자리 잡은 흙을 그대로 두었다.

호수 수면보다 높은 곳으로 나무를 올려 둔 덕분에 임하댐이 완성된 뒤에도 나무는 물에 잠기지 않고 서 있다. 지금 나무 앞에 서면 높이 쌓은 지반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줄기와 수관이 솟아 있다. 이 지반은 나무를 지키려던 주민들의 노력이 그대로 남은 자리이기도 하다.

선조 때 맺은 은행나무 계에서 해마다 지내는 제례까지

단풍이 든 산을 배경으로 선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단풍이 든 산을 배경으로 선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콘텐츠랩-디엔에이스튜디오

주민들이 10년 가까이 나무를 지키려 나선 데에는 오랜 내력이 있다. 조선 선조 때 서울에서 내려온 훈련대장 탁순창이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은행나무 계를 맺고, 매년 7월 나무 아래에서 친목을 다졌다고 전해진다. 계원들이 모이는 자리가 곧 나무 그늘이었던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이후 주민들이 행계를 만들어 해마다 제례를 지내며 나무를 보호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나무를 주민 단합의 증거이자 선조들의 나무 보호 문화를 보여 주는 학술적·민속적 가치가 높은 자료로 평가한다. 나무 한 그루가 마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구심점이었고, 그 관계가 수몰 위기 앞에서 구명운동으로 다시 나타났다.

구분 내용
유래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 탁순창이 은행나무 계를 맺음
모임 시기 매년 7월, 나무 아래
이후 주민이 행계를 만들어 해마다 제례

도연교를 건너 찾아가는 길과 가을 방문 요령

찾아가는 주소는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1이다. 별도 주차장은 마련돼 있지 않아 길가 갓길에 세우는 형태로 안내되며, 관련 안내에서는 인근 주차장 이용을 권한다. 지나는 차량이 있는 도로 가장자리이므로 차를 세울 때는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접근 경로로는 임하호를 가로지르는 도연교를 지나 은행나무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눈에 띈다. 호수 위 다리를 건너는 동안 지금 달리는 이 일대가 한때 물에 잠길 뻔한 곳이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길안면 묵계리에 있는 만휴정까지 함께 둘러보면 하루 코스로 이어 가기에도 알맞다.

천연기념물은 보호 대상이므로 줄기에 오르거나 가지를 꺾는 행동, 나무 구역 안에서 열매를 따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은행 열매의 겉껍질에 닿으면 피부가 가렵거나 붉어질 수 있어,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밟거나 만질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잎이 노랗게 물드는 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므로 출발 전에 안동시 소식을 확인하고, 주차는 인근 주차장을 먼저 찾아본 뒤 걸어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

구분 내용
주소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744-1
운영 상시 개방, 연중무휴
이용요금 무료
주차 무료, 별도 주차장 없음(갓길)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인근 주차장 이용 후 걸어서 접근

별도 주차장이 없어 갓길에 세워야 하는 곳이라 지나는 차량과 겹치기 쉽다.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가면 나무 주변을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2. 도연교 건너는 길까지 코스에 넣기

은행나무로 가는 길에 임하호를 가로지르는 도연교를 지나게 된다. 나무만 보고 돌아서지 말고 호수 위 다리를 건너는 길까지 한 코스로 잡으면 이 일대가 물에 잠길 뻔했다는 이야기가 더 잘 와닿는다.

3. 몇 걸음 떨어져 나무와 지반 함께 촬영

31m 수관과 15m 높이로 쌓은 지반을 한 화면에 담으면 이 나무의 이야기가 가장 잘 드러난다. 나무 바로 아래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찍어야 두 가지가 함께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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