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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책 명소가 있다.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림지와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제림이다. 의림지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저수지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호수 제방을 따라 오래된 나무가 늘어서 있어 가을이면 단풍과 잔잔한 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의림지와 제림은 함께 명승 제20호로 지정돼 있다. 호수 둘레는 약 1.8km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수 한쪽에는 높이 약 30m의 용추폭포가 있으며, 폭포 위에 설치된 유리전망대에서는 발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삼한시대 저수지가 지금도 제천 논에 물을 대는 이유
의림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오래됐다는 사실보다 지금도 쓰인다는 점에 있다.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 같은 다른 고대 수리시설이 오늘날에는 역사 유적으로 남아 있는 반면, 의림지는 지금도 제천 평야에 농업용수를 대는 저수지로 일한다. 수천 년 가까이 이어진 물길이 여전히 논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호수의 시작을 두고는 이야기가 둘로 갈린다. 삼한시대에 우륵이 처음 쌓았다는 설이 있고, 조선시대 현감 박의림이 다시 쌓았다는 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오랜 세월 사람 손으로 둑을 보수하고 물을 관리해 온 호수라는 점은 같다. 호수 이름이 후자의 설과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충청도의 별칭인 '호서'도 의림지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있다. 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로, 이 저수지가 지역의 이름과 역사에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 보여준다. 제천에서는 의림지를 제천 10경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다.
| 구분 | 내용 |
|---|---|
|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
| 지정 |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0호 |
| 축조 시기 | 삼한시대로 추정 |
| 호수 둘레·수심 | 약 1.8km·8~13m |
| 현재 기능 | 제천 평야 농업용수 공급 |
제방을 지키려고 심은 나무가 노송 숲이 된 사연
제림은 의림지 제방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이다. 지금은 산책로로 먼저 알려졌지만 이 나무들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둑을 지키려고 심은 것이다. 흙으로 쌓은 제방은 물이 차고 빠지는 동안 조금씩 무너지기 쉬운데, 나무를 줄지어 심어 뿌리로 흙을 붙들면 둑이 훨씬 오래 버틴다. 옛사람들이 저수지를 오래 쓰려고 궁리한 방법이 숲으로 남은 것이다.
지금 제림에는 수백 년을 산 노송이 남아 있어 굵게 굽은 줄기 아래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세월이 느껴진다. 소나무는 사계절 푸른 잎을 달고 있고, 물가의 버드나무는 가을이 깊어지면 잎이 노랗게 물든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나무마다 빛깔이 달라 눈앞의 풍경이 계속 바뀐다. 해가 기울 무렵에는 나무 그림자가 길게 눕고 잔잔한 수면에 그 모습이 비친다.
| 나무 | 가을 모습 | 제방에서 하는 일 |
|---|---|---|
| 소나무 | 사계절 푸른 잎 유지 | 뿌리로 흙을 붙들어 둑 보호 |
| 버드나무 | 잎이 노랗게 물듦 | 물가 흙이 무너지는 것을 막음 |
호수 한쪽에서 떨어지는 30m 물줄기, 유리 바닥 위에서 내려다보면
잔잔한 수면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용추폭포는 호수 산책과 전혀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높이 약 30m에서 물이 떨어지는 자연 폭포로, 호수가 조용한 만큼 물소리와 기세가 더 크게 들린다.
폭포 바로 위에는 용추폭포 유리전망대가 놓여 있다. 바닥 일부를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발아래로 쏟아지는 폭포수를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 느긋하게 걷던 호숫길과 달리 이곳에서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아찔함이 더해진다. 높은 곳이 불편한 사람은 폭포 가장자리에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비가 온 다음 날에는 물줄기가 한층 굵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호정과 경호루에 앉으면 호수가 액자처럼 보이는 이유
호숫가 소나무 숲 사이에는 정자와 누각이 서 있다. 조선 순조 때 세운 영호정과 1948년에 지은 경호루다. 두 건물 모두 울창한 노송에 둘러싸여 있어, 처마 아래에서 내다보면 소나무와 물빛, 기와지붕이 한 장면에 들어온다.
산책로에서는 호수가 옆으로 길게 펼쳐지지만 정자에 올라서면 나무 기둥 사이로 수면이 액자처럼 잘려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앉아 쉬기에도 알맞은 자리다. 영호정은 조선 후기에, 경호루는 20세기 중반에 지어진 건물이라 지은 시기가 100년 이상 차이 나는 두 건물을 견주어 보는 재미도 있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거뜬한 평지 길, 낮과 밤에 두 번 걷는 가을 일정
의림지와 제림의 산책로는 경사가 거의 없어 걷는 속도를 어린이나 어르신에게 맞추기 쉽다. 휠체어와 유아차도 비교적 편하게 다닐 수 있어 3대가 함께 나서는 가족 나들이에도 부담이 적다. 낮에는 호수와 노송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해가 진 뒤에는 경관 조명이 켜진 산책로를 걸을 수 있어 늦은 오후에 도착하면 두 장면을 한 번에 본다.
호수 근처에는 의림지역사박물관이 있어 저수지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고 걷는 것도 방법이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제천 시내로 나가 지역 명물로 알려진 빨간 어묵이나 약초 비빔밥으로 식사를 이어가면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서울에서는 청량리역에서 KTX-이음을 타고 제천역까지 간 뒤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하는 길이 가장 간단하다.
가을 호숫가는 해가 짧아지면서 저녁 바람이 빨리 차가워진다. 물가라서 같은 기온에서도 몸으로 느끼는 온도가 더 낮으므로, 낮 일정으로 나서더라도 얇은 겉옷을 챙기면 조명길까지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용추폭포 주변은 바닥이 젖어 있을 수 있어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가 알맞다. 출발 전에는 유리전망대 운영 여부와 비 소식을 확인해 두면 헛걸음을 막을 수 있다.
| 구분 | 내용 |
|---|---|
| 산책로 경사 | 거의 없음 |
| 이용 가능 | 어린이·어르신·휠체어·유아차 |
| 낮 | 호수와 노송 숲 풍경 |
| 밤 | 경관 조명이 켜진 산책로 |
| 입장료 | 없음 |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늦은 오후 도착해 낮과 밤 모두 걷기
경관 조명은 해가 진 뒤에 켜지므로 늦은 오후에 도착하면 노송길과 조명길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제림 쪽을 먼저 걷고 날이 저물 때 호숫가로 나오는 순서로 움직인다.
2. 얇은 겉옷과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 준비
물가는 저녁 바람이 차고 용추폭포 주변은 바닥이 젖어 있을 수 있다. 입고 벗기 쉬운 겉옷과 굽이 낮은 운동화를 신으면 호수 한 바퀴와 전망대까지 편하게 돌 수 있다.
3. 폭포 전망대는 산책 막바지에 들르기
평탄한 호숫길을 먼저 걸으며 몸을 풀고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는 마지막에 둘러본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라면 손을 꼭 잡고 올라서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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