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6일만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봉분 전체가 억새로 뒤덮인 조선 최초 왕의 무덤

구리 동구릉 건원릉 봉분.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구리 동구릉 건원릉 봉분.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경기 구리시 동구릉에 자리한 건원릉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다. 조선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을 잔디가 아닌 억새로 덮은 곳으로, 가을이면 억새 이삭이 올라와 봉분 전체가 은빛을 띤다. 평소에는 멀리서만 볼 수 있는 능침 구역이 지난 3일부터 오는 8일까지 6일간 일반에 개방돼 가까운 거리에서 억새 봉분을 살펴볼 수 있다.

왕릉 주변의 가을 숲길도 함께 걸을 수 있다. 동구릉 숲길 두 곳과 남양주 사릉의 소나무길은 지난 10월 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개방된다. 건원릉에서 억새 봉분을 감상한 뒤 숲길을 따라 걷거나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가 잠든 사릉까지 둘러보는 일정도 가능하다. 동구릉과 사릉은 모두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에 속한다.

사전 예약은 끝났지만 현장에서 들어갈 수 있다, 건원릉 능침 6일 개방

구리 동구릉 건원릉 정자각. / 구리 문화관광
구리 동구릉 건원릉 정자각. / 구리 문화관광

건원릉 능침 관람을 위한 사전 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다만 현장에서도 회차별로 10명씩 선착순 접수를 받기 때문에 예약하지 못한 방문객도 관람할 수 있다. 현장 접수 인원이 제한돼 있어 원하는 회차에 참여하려면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편이 좋다. 개방 기간은 오는 8일까지로, 이번 주말인 7일과 8일이 억새 봉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관람 시간에 따라 억새 봉분의 풍경도 달라진다. 특히 오후에는 햇빛이 억새 이삭을 비추면서 봉분이 더욱 밝은 은빛으로 물든다. 오전의 차분한 풍경과 달리 오후에는 햇살을 받은 억새가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사진 촬영을 계획한다면 오후 회차를 고려할 만하다.

구분 내용
개방 기간 11월 3일~8일 (6일간)
운영 회차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소요 시간 회차당 1시간가량
접수 방식 사전 예약 마감, 현장 회차당 10명 선착순

태조는 정릉 곁에 눕고 싶었다, 건원릉에 억새가 덮이게 된 사연

구리 동구릉 일대 왕릉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구리 동구릉 일대 왕릉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건원릉은 태조가 직접 고른 자리가 아니었다. 태조가 눕고 싶어 한 곳은 먼저 세상을 떠난 둘째 부인 신덕왕후의 곁이었다. 신덕왕후가 1396년에 세상을 떠나자 태조는 지금의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 근처에 정릉(貞陵)을 조성했고, 그 옆에 자신이 묻힐 자리도 미리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태종이 정릉을 파헤쳐 신덕왕후의 무덤을 도성 밖으로 옮기면서 이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릉의 석물 일부는 청계천 광통교를 고치는 데 쓰였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광통교 돌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408년 세상을 떠난 태조는 결국 구리의 건원릉에 안장됐다.

봉분을 억새로 덮은 이유는 인조실록의 기록으로 전해진다. 무덤을 쓴 지 221년 뒤인 1629년의 기록에, 태조의 유언에 따라 ‘북도(北道)의 억새’를 가져다 덮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북도는 보통 함경도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어서 고향 쪽 풀로 무덤을 덮게 했다는 이야기로 이어져 왔지만, 기록에 함흥이라는 지명은 적혀 있지 않다.

이 억새는 한식날 단 한 번 베어진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 4월 5일 무렵이다. 국가유산청은 한식에 건원릉 억새를 베는 청완예초의를 2010년부터 봄 제사로 거행해 왔다. 봄에 베어 낸 자리에서 억새가 다시 자라 가을이면 봉분 전체를 덮으니, 지금 보는 은빛 봉분은 반년 만에 되살아난 모습이다.

시기 내용
1396년 신덕왕후 별세, 서울 정동에 정릉 조성
1408년 태조 건원릉에 안장
1629년 인조실록에 ‘북도의 억새’ 기록
2010년 한식 억새 베기 ‘청완예초의’ 봄 제사로 거행 시작

동구릉 때죽나무 길부터 사릉 소나무길까지

구리 동구릉 일대 정자각과 능침.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구리 동구릉 일대 정자각과 능침.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동구릉은 도성 동쪽(東)에 있는 9개(九) 능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태조의 건원릉을 시작으로 문종의 현릉, 선조의 목릉, 현종의 숭릉, 영조의 원릉, 헌종의 경릉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 1408년 태조가 처음 안장된 뒤 아홉 능이 모두 자리 잡기까지는 447년이 걸렸다.

이 가운데 숲길로 열린 곳은 휘릉에서 원릉까지 이어지는 구간과 경릉에서 나무 키우는 곳(육묘장)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휘릉~원릉 구간에는 길이 1.4㎞의 때죽나무 숲길이 있다. 때죽나무는 봄에 종 모양의 흰 꽃이 피는 나무로, 지금은 물든 잎을 달고 가을 숲길을 만들어 준다. 두 숲길을 합치면 2.7㎞이고, 천천히 걸으면 2시간가량 걸린다. 숲길은 해당 왕릉의 관람시간에 맞춰 이용하며, 11월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만 걸을 수 있어 건원릉을 먼저 보고 난 뒤 걷는 순서가 여유롭다.

남양주 사릉에는 능침 뒤로 이어지는 775m 길이의 소나무길이 있다. 봄과 가을에만 열리는 길이어서 지금이 걸을 수 있는 기간이고, 동구릉 숲길과 같은 11월 29일까지 개방된다. 길이가 짧아 부담 없이 걷기 좋아 동구릉 일정을 마친 뒤 이어 가기에도 알맞다.

코스 개방 기간 이용 시간
동구릉 휘릉~원릉 10월 1일~11월 29일 10월 오전 9시~오후 5시
11월 오전 9시~오후 4시 30분
월요일 휴관
동구릉 경릉~육묘장 10월 1일~11월 29일 10월 오전 9시~오후 5시
11월 오전 9시~오후 4시 30분
월요일 휴관
사릉 소나무길 (775m) 봄·가을 개방, 11월 29일까지 오전 9시~오후 5시 30분
(입장 오후 4시 30분 마감)

단종은 영월에, 왕후는 남양주에, 정순왕후가 사릉에 잠들기까지

남양주 사릉으로 보이는 능침 일대.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남양주 사릉으로 보이는 능침 일대.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사릉은 단종의 왕비 정순(定順)왕후의 능이다. 정순왕후는 15세에 왕비가 되었고 이듬해 단종이 왕위를 빼앗겼다. 그로부터 2년 뒤 단종은 영월에서 생을 마감했다. 서울에서 가장 먼 왕릉인 영월 장릉에는 남편 단종이, 남양주 사릉에는 왕후가 따로 묻혀 있다.

군부인으로 강등된 왕후는 궁을 떠나 동대문 밖 정업원에서 지냈다. 정업원은 출가한 왕실 여인들이 머물던 곳이다. 왕후가 근처 동망봉에 올라 영월 쪽을 바라보며 남편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영조는 1771년 정업원 옛터에 ‘정업원구기’ 비석을 세웠다. 왕후는 단종이 세상을 떠난 뒤로도 64년을 더 살았다. 세조·예종·성종·연산군 재위를 지나 중종 때인 1521년, 82세로 눈을 감았다.

1698년 단종이 왕으로 복위되면서 왕후도 왕비 지위를 되찾았고, 무덤은 능으로 올라섰다. ‘생각할 사(思)’ 자는 남편을 평생 그리워한 마음에서 따온 이름이다. 능역 안의 다른 무덤은 법도대로라면 옮겨야 하지만 숙종이 해주 정씨 묘들을 그대로 두도록 해서 지금도 남아 있다. 해주 정씨는 단종의 누나 경혜공주가 시집간 집안으로 알려져 있고, 왕후가 세상을 뜬 뒤 이 집안이 무덤을 돌봤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주소부터 주차, 해설 시간까지, 두 왕릉을 하루에 도는 가장 쉬운 방법

구리 동구릉 일대 왕릉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구리 동구릉 일대 왕릉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동구릉은 경기 구리시 동구릉로 197에 있다. 지하철 8호선 동구릉역이 가까워 궁능유적본부는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으로 안내한다. 승용차는 기본 30분에 500원, 이후 10분마다 200원이 붙으며 출차 때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문화관광해설사는 하루 네 번 해설하는데 오전 10시와 10시 30분, 오후 1시와 3시에 진행된다.

사릉은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에 있다. 화장실과 주차장이 갖춰져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경춘선 금곡역이나 사릉역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매주 월요일이 휴무인데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개방하고 그다음 첫 비공휴일에 쉰다.

구분 동구릉 사릉
주소 구리시 동구릉로 197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
대중교통 8호선 동구릉역 3번 출구 도보 10분 경춘선 금곡역·사릉역에서 버스 환승
입장료 1000원 개인 1000원, 10인 이상 단체 800원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건원릉 현장 접수는 회차 전 미리 도착

현장 접수는 회차마다 10명만 선착순으로 받는다. 오전 10시나 오후 2시 회차에 들어가려면 시작하기 전에 도착해 줄을 서 두는 것이 좋다.

2. 동구릉 이동은 8호선 동구릉역 이용

주차는 출차 때 신용카드로만 결제해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다. 8호선 동구릉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이면 닿으니 대중교통으로 가면 주차 걱정을 덜 수 있다.

3. 사릉은 오후 4시 30분 입장 마감 전 도착

동구릉을 먼저 보고 사릉으로 넘어간다면 사릉 입장이 오후 4시 30분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건원릉 오전 회차를 보고 점심 뒤 이동하면 소나무길까지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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