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길 끝에 이런 풍경이…" 국보 품은 천년 사찰에서 만나는 늦가을 절경

영주 부석사 경내. / 영주온천관광호텔
영주 부석사 경내. / 영주온천관광호텔

경북 영주시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부석사는 가을이면 은행나무길을 따라 걷기 좋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으로 이어지는 약 800m 길에는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어 노랗게 물든 나무들을 감상하며 천천히 올라갈 수 있다. 무량수전 일대에 도착하면 국보로 지정된 목조건축물과 불상, 석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으며, 높은 곳에서는 산 아래로 펼쳐진 영주 일대의 풍경도 바라볼 수 있다.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창건한 사찰로, 한국 화엄종의 본찰이자 화엄십찰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에서 화엄을 공부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세운 곳으로, 13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신라와 고려시대의 문화유산을 간직해 왔다.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부석사는 양산 통도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함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됐으며, 지금도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에서 옛 산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800m 오르는 동안 걸음이 저절로 느려지는 이유

영주 부석사 경내 마당, 누각과 석등 너머로 산과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영주 부석사 경내 마당, 누각과 석등 너머로 산과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부석사 관람은 일주문에서 시작된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과 범종루를 차례로 거치고, 안양루 아래 계단을 올라서야 무량수전 앞마당에 닿는다.

길 전체가 산비탈을 따라 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숨이 차올라 걸음이 느려지고,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철에는 그 속도가 오히려 알맞다. 본전에 도착하기 전부터 길가에서 사진을 찍거나 잠시 쉬어 가는 방문객이 많은 이유다.

영주 부석사 누각, 지붕 너머로 안개 낀 산줄기가 이어진다. / 영주온천관광호텔
영주 부석사 누각, 지붕 너머로 안개 낀 산줄기가 이어진다. / 영주온천관광호텔

경내는 산자락을 여러 단으로 깎아 건물을 층층이 앉힌 터라, 평지 사찰과 달리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한 단씩 오를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 나타나고 시야도 조금씩 트이는 방식이다.

이 단들을 극락에 이르는 아홉 단계인 구품에 견주어 설명하기도 한다. 처음 찾는다면 은행나무길을 걷는 시간부터 넉넉히 잡아야 중간에 지나치는 건물이 없다.

항목 내용
창건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
위치 경북 영주시 봉황산 중턱
주소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진입로 일주문~무량수전 은행나무길 약 800m
세계유산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

배흘림기둥에 주심포 지붕, 장식을 덜어낸 국보 18호 무량수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 국가유산포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 국가유산포털

은행나무길을 다 오르면 부석사의 본전인 무량수전이 나온다.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지붕을 올렸고 고려시대에 다시 세운 건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 남은 오래된 목조건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가까이 다가가면 먼저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위아래보다 가운데가 불룩하게 배가 나온 배흘림기둥인데, 위로 갈수록 살짝 가늘어져서 멀리서 보면 오히려 곧고 안정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붕 밑에는 기둥 위에만 공포를 얹는 주심포 양식이 쓰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빽빽하게 올리는 다포 양식과 달리 꾸밈이 적어서 기둥의 곡선과 처마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먼 곳에서 지붕선을 한 번 보고 기둥 바로 앞에서 불룩한 부분을 다시 보면 같은 건물이 다르게 읽힌다. 무량수전이라는 이름은 헤아릴 수 없이 긴 수명을 지닌 부처, 곧 아미타여래를 모신 전각이라는 뜻이다.

소조여래좌상과 석등이 놓인 자리

삼층석탑과 석등 너머로 전각과 누각이 보인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삼층석탑과 석등 너머로 전각과 누각이 보인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무량수전 안에는 흙으로 빚은 아미타여래불상이 모셔져 있다. 소조여래좌상이라 불리는 이 불상은 국보 제45호로 지정됐고 높이가 약 2.78m에 이른다.

건물은 남쪽을 향해 서 있지만 불상은 건물 서쪽 끝에 앉아 동쪽을 바라본다. 대부분의 법당에서 불상이 출입문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과 다른 배치여서, 안에 들어서면 문 앞에 서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한쪽 옆으로 시선을 돌려야 부처와 눈이 마주친다.

건물 앞마당에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석등이 서 있다. 국보 제17호로 지정된 이 석등은 높이가 약 2.97m이며, 불상이 건물 안쪽을 채운다면 바깥 마당에서 본전을 밝히는 자리에 놓여 있다. 건물과 불상, 석등이 모두 국보여서 눈길을 건축물에서 불상으로, 다시 석조물로 옮기며 하나의 동선으로 살필 수 있다.

조사당 건물은 현장에서, 벽화는 성보박물관에서 따로 봐야 하는 까닭

무량수전 뒤쪽 언덕을 오르면 의상대사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이 나온다. 고려 우왕 2년인 1376년에 지어졌고 국보 제19호로 지정돼 있다.

처마 밑에는 의상대사가 꽂아 둔 지팡이에서 싹이 터 자랐다고 전해지는 나무가 서 있는데, 선비화라 불리는 이 식물은 골담초로 알려져 있다. 지팡이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해져서 건물과 함께 둘러보는 방문객이 많다.

조사당 안쪽 벽에는 범천과 제석천, 사천왕을 그린 벽화가 있었다. 국보 제46호로 지정된 이 벽화는 사찰 목조 벽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1916년 건물을 해체해 수리하는 과정에서 벽에서 떼어냈고, 지금은 성보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있다. 조사당만 보고 내려오면 벽화를 놓치게 되므로 건물 관람과 박물관 관람은 따로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대상 내용 볼 수 있는 곳
조사당 국보 제19호, 1376년 건립, 의상대사 영정 봉안 무량수전 뒤 언덕
조사당 벽화 국보 제46호, 범천·제석천·사천왕 성보박물관
선비화 의상대사 지팡이에서 자랐다고 전해짐 조사당 처마 밑

공중에 뜬 바위가 된 선묘, 그리고 노을이 내려앉는 안양루

영주 부석사 경내, 큰 바위 위에 '浮石' 글자가 새겨져 있고 오른쪽에 석불이 모셔져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영주 부석사 경내, 큰 바위 위에 '浮石' 글자가 새겨져 있고 오른쪽에 석불이 모셔져 있다.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부석사라는 이름은 선묘 설화에서 나왔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선묘라는 여인이 그를 연모했고, 의상이 신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르자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되어 뱃길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훗날 의상이 절을 세우려 할 때 이를 방해하는 무리가 나타나자, 선묘가 거대한 바위로 변해 공중에 떠올라 그들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량수전 뒤편에는 아래쪽 바위와 맞닿지 않아 떠 있는 듯한 바위가 있고 '부석(浮石)'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경내에는 선묘를 기리는 선묘각도 자리하고 있다. 창건 당시의 유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과 당간지주도 남아 있어 설화와 유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길, 노랗게 물든 은행잎 아래를 걷는 방문객. / 영주온천관광호텔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길, 노랗게 물든 은행잎 아래를 걷는 방문객. / 영주온천관광호텔

부석사는 무량수전 앞 누각인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로도 이름이 높다. 산 중턱이어서 앞쪽으로 소백산 능선이 겹겹이 펼쳐지고, 해가 질 무렵에는 능선 위로 노을이 번진다. 은행나무길이 물드는 철에 해 질 무렵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면 걷는 동안 하늘빛이 바뀌고, 도착해서는 석양을 맞는 차례로 이어진다.

순서 장소 볼 것
1 일주문~은행나무길 약 800m 단풍길
2 무량수전 일대 국보 건물, 불상, 석등
3 조사당·부석 국보 건물, 선비화, 떠 있는 바위
4 안양루 소백산 능선과 노을
5 성보박물관 조사당 벽화(국보 제46호)

단풍철에는 은행나무길에 방문객이 몰려 걸음이 더뎌지기 쉬우니, 오르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일주문에서 건물, 불상, 석등, 조사당 순으로 이어 가는 동선이 무난하다. 다만 박물관은 문을 닫는 시간이 있으므로, 벽화까지 보려면 방문 전에 운영 시간을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오늘의 여행 팁 3가지

1. 안양루 앞 노을 자리는 일찍 확보

해 질 무렵에는 누각 앞에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모인다. 무량수전과 조사당을 먼저 보고 해가 기울기 전에 안양루로 내려와 자리를 잡아 두면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을 편하게 볼 수 있다.

2. 굽 낮은 운동화와 얇은 겉옷 준비

경내가 산비탈을 따라 계단과 오르막으로 이어져 굽이 높은 신발로는 걷기 불편하다. 산 중턱은 해가 지면 바람이 차가워지니 입고 벗기 쉬운 겉옷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3. 성보박물관 운영 시간 미리 확인

조사당 벽화는 현장이 아닌 성보박물관에 있고, 박물관은 사찰이 해 지는 시간까지 열려 있지 않을 수 있다. 벽화를 보려면 전화나 공식 안내로 관람 가능 시간을 알아보고 일정에 먼저 넣어 두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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