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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는 11월이면 산과 계곡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든다. 산봉우리마다 가을빛이 번지는 가운데, 거대한 바위 절벽 사이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 특별한 여행지가 있다. 협곡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암벽은 높아지고, 절벽 아래에는 오래된 전설을 간직한 작은 동굴이 숨어 있다.
이곳은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에 자리한 주왕굴이다. 주왕이 신라군의 추격을 피해 몸을 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자연동굴로, 주왕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주왕암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다.
특히 동굴 입구에는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있어 바위와 폭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주변에는 기암절벽과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청송의 숨은 가을 여행지로 손꼽힌다.
지금부터 주왕굴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 주변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탐방 코스를 알아본다.
거대한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천년 전설의 명소
주왕산은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설악산과 월출산을 비롯해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알려져 있다.
해발 722m의 주왕산은 다른 산과 구별되는 독특한 산세를 자랑한다. 산 곳곳에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솟아 있고, 깊은 계곡을 따라 수직으로 깎인 듯한 절벽이 길게 이어진다.
주왕산은 예부터 석병산이라고도 불렸다. 바위들이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늘어서 있다는 뜻으로, 실제 산 입구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암봉들이 줄지어 솟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왕산을 대표하는 탐방 장소 중 하나가 주왕굴이다. 주방계곡 안쪽에 자리한 자연동굴로, 주왕암을 지나 좁은 바위 협곡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주왕굴로 향하는 길목에는 작은 암자인 주왕암이 자리한다. 주왕암은 대전사의 부속 암자로, 주왕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암자에 들어서면 오래된 문간채인 가학루와 나한전을 볼 수 있다. 주변에는 커다란 바위벽이 솟아 있어 산속 사찰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준다.
주왕암에서 주왕굴로 향하는 길은 암자 옆 협곡으로 이어진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절벽 사이에 좁은 탐방로가 놓여 있어 주왕산의 거대한 암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을에는 바위 틈새와 협곡 주변으로 단풍이 물든다. 회색빛 암벽과 붉게 물든 나무가 어우러지고, 좁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위에 둘러싸인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주왕암에서 200m 걸으면 만나는 왕의 은신처
주왕암에서 약 200m를 걸어 들어가면 협곡 안쪽에 자리한 주왕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왕굴은 거대한 암벽 아래 형성된 작은 자연동굴이다. 깊숙한 지하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굴과 달리 바위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를 하고 있다.
동굴 자체의 크기는 작지만 주변 풍경은 인상적이다. 양옆으로 높은 절벽이 솟아 있고, 동굴 입구 옆에서는 바위벽을 따라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 물줄기는 주왕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절벽 위에서 내려온 물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작은 폭포를 이룬다. 비가 내린 뒤에는 물줄기가 더욱 선명해지고, 겨울에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음기둥으로 변하기도 한다.
주왕굴이라는 이름에는 오래된 전설이 담겨 있다.
전설에 따르면 중국 당나라 시대에 주도라는 인물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한 뒤 신라로 도망쳐 왔다. 주도는 스스로 주왕이라 칭했고, 신라군의 추격을 피해 깊은 산속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주왕이 은신한 곳이 오늘날의 주왕산이었다. 이후 신라군의 추격이 이어지자 주왕은 협곡 안쪽에 있는 작은 동굴까지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러나 주왕은 동굴 입구에 떨어지는 물로 얼굴을 씻다가 신라군에게 발견됐고, 화살을 맞고 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주왕굴은 주왕의 마지막 은신처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며, 주왕산 일대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설화다.
동굴 앞에 서면 전설 속 주왕이 머물렀다는 공간과 얼굴을 씻었다는 물줄기를 함께 볼 수 있다. 거대한 절벽에 둘러싸인 동굴의 모습을 살펴보면 오래전 이곳이 사람들에게 어떤 장소로 여겨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왕굴은 동굴에 도착하기까지 걷는 협곡길이 인상적인 곳이다. 좁은 바위 사이로 이어지는 탐방로와 절벽 아래의 동굴, 물줄기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어 가을 여행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대전사에서 주왕굴과 용추폭포까지 걷는 가을 코스
주왕굴을 찾아간다면 주방계곡의 대표적인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탐방 코스를 추천한다.
추천 코스는 상의주차장 → 대전사 → 주왕암 → 주왕굴 → 주방계곡 탐방로 → 학소대 → 용추폭포 → 상의주차장이다.
출발 지점은 주왕산국립공원 상의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대전사 방향으로 걸어가면 사찰 뒤편으로 솟은 거대한 기암을 만날 수 있다.
대전사는 주왕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보물로 지정된 보광전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의 전통 건축물과 그 뒤로 솟은 바위 봉우리가 어우러져 주왕산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을 보여준다.
대전사를 지나 주방계곡을 따라 걸으면 비교적 완만한 탐방로가 이어진다. 계곡 옆으로 숲이 펼쳐지고, 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거대한 바위 절벽이 가까워진다.
길을 걷다 주왕암과 용추폭포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오면 주왕암 쪽으로 이동한다. 주왕암과 주왕굴을 차례로 둘러본 뒤에는 다시 계곡 탐방로로 이어갈 수 있다.
주왕굴을 지나 용추폭포 방향으로 걸으면 주왕산을 대표하는 바위 명소들이 나타난다.
급수대는 계곡 옆으로 솟은 거대한 절벽이며, 시루봉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봉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의 옆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소대는 학이 둥지를 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바위 절벽이다. 주변으로 높은 암벽과 계곡이 이어져 주왕산 특유의 산세를 감상하기 좋다.
학소대를 지나면 주왕산의 대표적인 절경인 용추협곡이 나타난다. 거대한 바위벽 사이로 탐방로가 놓여 있고, 아래쪽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협곡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왕산 제1폭포인 용추폭포에 도착한다.
용추폭포는 높은 바위 절벽에 둘러싸인 좁은 협곡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다. 오랜 세월 물살에 깎인 암벽과 둥글게 파인 바위들이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을에는 절벽 위쪽으로 단풍이 물들고, 폭포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흘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좁은 협곡에 설치된 탐방로에서 바위와 폭포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상의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는 주왕계곡 기본 탐방로 기준 편도 약 2.7km이며, 약 1시간 15분이 걸린다. 주왕암과 주왕굴을 추가로 둘러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은 왕복 약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로 잡으면 좋다.
걷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용추폭포에서 더 안쪽에 있는 절구폭포와 용연폭포까지 이동할 수 있다. 절구폭포는 바위가 절구처럼 파인 지형이 특징이며, 용연폭포에서는 두 갈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주왕굴을 방문한다면 겨울 풍경도 기억해 둘 만하다. 추위가 이어지는 한겨울에는 동굴 옆 폭포가 얼어붙어 절벽을 따라 커다란 얼음기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을에는 단풍과 바위 협곡을 감상하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폭포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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