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면 또 갑니다”… 한국인 826만 명이 9개월간 7조3000억 원 쓴 해외 여행지

공항 일정을 바라보는 여행객의 뒷모습. / bigshot01-shutterstock.com
공항 일정을 바라보는 여행객의 뒷모습. / bigshot01-shutterstock.com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캐리어를 열면 과자와 의약품, 화장품 등 현지에서 구입한 물건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여행지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보다 마트와 드러그스토어에서 구입한 생활용품이 더 많은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짧게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해외 여행지는 관광과 쇼핑을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번 방문한 곳을 다시 찾아 익숙한 상점에 들르거나 이전 여행에서 구입했던 제품을 재구매하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이러한 여행 방식이 실제 소비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한국인 관광객이 특정 국가에서 사용한 금액은 불과 9개월 만에 7조원을 넘어섰다. 방문객 수뿐 아니라 현지에서 쓰는 돈까지 크게 늘면서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는 일본이다.

9개월 동안 한국인 826만 명 방문…역대 최다

일본 도쿄 신주쿠 중심로 앞 교차로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 유명한 고질라 헤드, 돈키호테 가부키초 지점, 그리고 다른 비즈니스 건물들이 있습니다. 온갖 화려한 간판들로 가득 차 있다. / Jack Hong-shutterstock.com

27일 일본관광청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26만27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한 수치로, 1~9월 기준 역대 가장 많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91만8000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해도 약 3만 명에 달한다.

한국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약 599만8000명, 중국에서는 약 333만6000명이 일본을 찾았다. 한국인 방문객은 대만보다 약 226만 명, 중국보다 약 493만 명 많았다.

지난해에도 한국인 관광객은 일본 방문 기록을 새로 썼다. 2025년 한 해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945만9600명으로,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2.2%를 차지했다.

올해는 방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9월 말 기준으로 연간 1000만 명까지 남은 인원은 173만7300명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월평균 약 58만 명이 방문하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

방문객 수가 늘어나면서 일본 현지에서 사용하는 돈도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1~9월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여행소비액은 8700억 엔대로 집계됐다. 10월 26일 기준 환율인 100엔당 약 842원을 적용하면 약 7조3000억원이다.

이는 일본 현지에서 숙박과 식사, 교통, 관광, 쇼핑 등에 사용한 금액이다. 항공권까지 모두 합친 한국인의 전체 일본 여행 경비를 뜻하는 수치는 아니다.

3개월 만에 2조5000억원 소비…쇼핑 지출 66.2% 증가

쇼핑객들은 도쿄의 한 소매점 안에서 면세 간판 근처에 서 있다. / Michael Berlfein-shutterstock.com

한국인의 일본 여행 소비는 올해 3분기에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일본관광청의 7~9월 여행소비 조사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2938억 엔으로 집계됐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약 2조473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증가했다.

이는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분기 소비액인 2조2076억 엔 가운데 13.3%에 해당한다. 국가·지역별 소비액 순위에서는 대만과 중국에 이어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관광객 한 명이 일본에서 사용한 금액도 늘었다. 올해 1분기 한국인의 1인당 여행지출액은 10만4155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감소했다. 2분기 역시 9만9542엔으로 2.3% 줄었다.

그러나 3분기에는 11만3959엔까지 올라 전년 동기보다 13.4% 증가했다. 원화로 약 96만원이다.

2분기와 비교하면 한 사람이 쓰는 돈이 약 1만4400엔 늘어난 것이다. 일본을 찾는 인원이 많아진 데다 관광객 한 명이 현지에서 지출하는 금액까지 커진 모습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과일 스무디 컵. / melissamn-shutterstock.com

특히 쇼핑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3분기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쇼핑 지출액은 783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2%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가장 높은 금액이다.

쇼핑비는 같은 기간 한국인의 일본 여행소비액 가운데 약 26.7%를 차지했다. 숙박과 식사, 교통비 외에도 물건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한국인 관광객의 구매 품목을 살펴보면 이런 소비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장 많이 구입한 품목은 과자류로 구매 비율이 83.4%에 달했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과자를 구입한 것이다.

이어 주류 37.3%, 의약품 37.1%, 식품·음료 33.9%, 의류 28.5% 순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기념품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품과 생활 관련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의 편의점과 대형마트, 드러그스토어가 한국인 여행객의 쇼핑 장소로 자리 잡은 배경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국인 관광객 84%가 재방문…엔저와 여행 방식 변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 Pinglabel-shutterstock.com

한국인의 일본 여행이 꾸준히 이어지는 배경에는 반복 방문이 있다.

JNTO 조사에서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약 84%는 과거에도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재방문객으로 나타났다. 처음 일본에 간 사람보다 다시 찾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재방문객 가운데 절반가량은 일본을 네 차례 이상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 목적지도 달라지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처럼 널리 알려진 대도시 외에도 지방 소도시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여행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도 일본 여행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10월 26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40원대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일본 현지에서 1만 엔짜리 물건을 구입하면 100엔당 842원 기준 약 8만4200원을 지불하게 된다.

같은 물건이라도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이라면 10만원이 든다. 두 환율을 비교하면 1만 엔을 사용할 때 약 1만580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일본 여행객 증가를 환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 노선이 늘고,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는 점도 방문 수요와 관련이 있다.

타우라 야스노리 JNTO 서울사무소장은 일본 여행을 반복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특별히 희귀한 물건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방문할 때마다 다시 구입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에서 관광지 관람뿐 아니라 쇼핑과 식사 등 일상적인 활동을 즐기는 여행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일본 여행객 수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지도 관심거리다. 2025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266만 명이었다. 올해 마지막 3개월에도 비슷한 규모가 이어진다면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11월 18일 10월 방문객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통계가 공개되면 한국인의 연간 일본 방문 1000만 명 돌파 가능성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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