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돌아와 주세요”… 싸다고 몰려가던 한국인 여행객도 등 돌리기 시작한 '이 나라'

여행객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동남아시아 공항 터미널 풍경. /사진=온더투어
여행객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동남아시아 공항 터미널 풍경. /사진=온더투어

한때 한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동남아 휴양지들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저렴한 항공권과 숙박비, 아름다운 해변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들어 여행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동남아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였다. 가족과 함께 리조트에서 휴식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바닷가를 찾는 여행객이 많았다. 해외여행이 재개된 이후에는 항공편마다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다.

그런데 2026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체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일부 동남아 국가를 오가는 승객은 오히려 줄었다. 특히 여름휴가철에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한때 한국인에게 사랑받던 휴양지의 인기가 흔들리고 있다.

여행객들이 떠난 자리에는 일본과 중국이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여행 경비와 이동시간, 현지 안전 문제까지 고려하는 한국인이 늘면서 해외여행 목적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 즐겨 찾던 필리핀 항공 여객 감소

푸른 바다 위로 돛단배가 떠 있는 보라카이 해변 풍경. /사진=온더투어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세부와 보라카이, 보홀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휴양지를 갖춘 나라다. 따뜻한 날씨와 맑은 바다, 비교적 저렴한 현지 물가 덕분에 가족여행과 신혼여행 장소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세부는 한국에서 직항편을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리조트에서 휴식을 즐기다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과 호핑투어를 할 수 있다. 보라카이는 고운 백사장이 길게 이어지는 화이트비치와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 필리핀을 오가는 항공 여객은 크게 줄었다.

2026년 1월부터 8월까지 필리핀 노선 여객은 250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항공편 운항 횟수도 17.5% 줄었다.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은 여름휴가철의 성적이다. 상반기 필리핀 노선의 누적 여객 감소율은 9.7%였지만 7~8월을 포함한 누적 감소율은 13.7%까지 확대됐다.

해외 휴양지 여행이 활발한 여름에도 승객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다만 항공 여객에는 한국인 출국자와 외국인 입국자가 모두 포함돼 있어 한국인 관광객만의 감소율과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과 태국까지 번진 동남아 여행 수요 감소

짜오프라야강 너머로 보이는 태국 방콕 왓 아룬 사원의 일몰 풍경. /사진=온더투어

필리핀의 부진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1~8월 베트남 노선 여객은 662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다. 태국 노선 역시 234만3000명으로 13% 감소했다.

베트남은 일본과 중국에 이어 국제선 여객 규모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과의 왕래가 활발한 나라다. 다낭과 나트랑, 푸꾸옥 등 해변 휴양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호이안 같은 역사 관광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태국은 방콕의 사원과 야시장, 푸껫의 해변 등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현지 음식과 마사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자유여행객과 패키지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던 시기에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노선 여객이 전년보다 300% 이상 증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관광객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이전에는 저렴한 동남아 휴양지를 먼저 고려했다면 이제는 같은 예산으로 다녀올 수 있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유류할증료 부담과 항공편 공급 축소

동남아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현지에서 숙박과 식사, 관광까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 경비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변동에 대응해 항공권에 추가하는 비용이다. 항공사와 노선, 운항 거리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비행 거리가 긴 노선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에서 일본 후쿠오카나 중국 칭다오까지는 약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필리핀 세부와 베트남 다낭은 약 4~5시간이 걸린다. 태국 방콕은 약 5~6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비행시간이 길면 항공권에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여행지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늘어난다. 특히 짧은 휴가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이러한 차이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항공사들의 노선 조정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 수요가 줄어든 지역의 항공편을 축소하고 상대적으로 승객이 많은 노선에 항공기를 배치하면서 동남아행 항공편의 선택 폭이 좁아졌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한 날짜를 찾기 어려워지면 현지 물가가 낮다는 장점도 약해질 수 있다. 가족 여러 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왕복 항공권의 작은 가격 차이도 전체 경비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일본·중국으로 이동한 해외여행 수요

일본 교토의 전통 가옥과 야사카 탑이 어우러진 거리 풍경. /사진=온더투어

동남아 여행객이 줄어든 것과 달리 일본과 중국 노선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6년 1~8월 일본 노선 여객은 2131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 증가했다. 중국 노선도 1361만5000명으로 23% 늘었다.

두 나라 노선의 여객 증가분을 합치면 614만1000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국제선 여객 증가분인 612만명과 비슷하다.

일본은 짧은 비행시간과 풍부한 항공편이 장점이다. 도쿄와 오사카처럼 쇼핑과 음식 관광을 즐기기 좋은 도시부터 후쿠오카, 삿포로 등 지역별로 다른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엔화 약세도 일본 여행 수요를 뒷받침했다. 환율에 따라 현지 숙박비와 식사 비용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항공권뿐 아니라 환전 비용까지 함께 고려한다.

중국 상하이 황푸강 너머로 동방명주와 고층 빌딩이 펼쳐진 일몰 풍경. /사진=온더투어

중국 역시 한국인 여행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비자 입국 혜택과 항공 노선 확대가 맞물리면서 여행 접근성이 개선됐다.

상하이와 칭다오 같은 도시는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 편리하고, 장자제처럼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여행지도 선택할 수 있다.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여행객들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가 많다. 휴가를 길게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이러한 조건이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객 급감과 현지 안전 우려

형형색색의 등불이 밝히는 베트남 호이안 구시가지와 강변 풍경. /사진=온더투어

동남아 여행 수요 감소는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모두투어의 2026년 9월 동남아 패키지 송출객은 1만2238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0.4% 감소했다. 반면 중국 패키지 여행객은 20.5% 증가했고 일본은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나투어의 3분기 기획상품 실적에서도 일본과 중국은 각각 12% 증가한 반면 동남아와 장거리 지역은 감소했다.

교원투어의 4분기 출발 예약에서도 동남아 비중은 11.9%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3%보다 크게 낮아졌다.

패키지여행은 항공권과 숙박, 현지 관광 일정이 함께 포함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여행객들은 항공료뿐 아니라 전체 여행 경비와 일정의 편리함을 종합적으로 비교한다.

현지 치안 문제도 여행지를 선택할 때 고려되는 조건이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일대에서 발생한 범죄와 일부 동남아 지역의 한국인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의 경계심도 높아졌다.

여행업계는 겨울철 휴양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의 기온이 떨어지는 11월부터 이듬해 초까지는 따뜻한 바다와 리조트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시기다.

필리핀 세부와 보라카이, 베트남 푸꾸옥, 태국 푸껫 등은 여전히 겨울철 해외 휴양지로 선택할 만한 곳이다. 앞으로 항공권 가격과 운항편 공급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동남아 여행 수요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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